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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17)혜장선사 우정 서린 ‘茶道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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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4.17  10: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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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발길을 따라서② - 백련사

강진 유배 시절, 다산의 첫 거처였던 주막집에서의 생활은 1806년 그를 스승으로 모신 이학래라는 선비의 집으로 옮겨갈 때까지 만 5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주막집 골방이란 도무지 공부할 만한 환경이 못되었지만, 다산은 그런 환경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촌음을 아껴가며 공부와 저술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열심히 일에 몰두했던지 그는 이 때의 후유증으로 왼쪽 어깨에 마비증세가 나타나고 시력도 급격히 나빠져 안경을 쓰고서야 물체를 가까스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편 강진에 온 뒤에도 한 동안 그에 대한 무고가 계속되고 감시까지 심해서 다산은 거의 문 밖 출입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곳 사람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유배온 지 3-4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다소 감시가 뜸해져 어느 정도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강진에 사는 선비들과도 교류하기 시작했고, 특히 다산의 높은 학문이 소문이 나면서 인근의 젊은이들이 글을 배우러 모여들기 시작했다. 황상, 황취, 황지초, 이학래 등이 이 무렵 다산에게 배운 제자들이었다.

그러나 다산이 강진 유배시절에 교류한 사람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인근 만덕산에 있는 白蓮寺의 주지 혜장선사였다. 혜장은 본래 강진과 지척의 거리에 있는 해남 대둔사(대흥사) 출신의 승려로 나이는 다산보다 열 살이 어렸으나 이미 약관의 나이에 높은 학식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당대의 禪僧이었다. 그는 불가에 몸담은 승려이면서도 유학, 특히 <주역>에 상당한 지식과 조예를 지닌 진보적 학승이기도 했다. 그는 다산을 만나면서 <주역>의 세계에 새롭게 눈 떠 다산을 스승으로 모시며 깊은 교류를 나누었다.

다산과 혜장이 만난 것은 귀양 온지 3년째 되던 해인 1805년 가을이었다. 백련사 산책길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첫 눈에 상대방의 인품과 학문의 깊이를 알아채고 곧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혜장은 다산을 통해 <주역>의 세계에 더욱 깊이 다가서게 되었고, 다산 또한 혜장을 통해 학문적·정신적으로 커다란 위안을 받았다. 특히 다산이 茶의 오묘한 세계에 심취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혜장의 덕택이었다. 혜장은 草衣禪師와 함께 우리나라 茶道史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茶人이기도 하다.

그러나 혜장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40세의 아까운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만다. 다산과 우정을 나눈지 고작 6년째였다. 다산은 마음을 나누던 벗의 죽음을 이렇게 애도했다.

“이름은 중, 행동은 선비라 세상이 모두 놀랐거니/슬프다, 화엄의 옛 맹주여.../찢긴 가사, 처량히 바람에 날려가고/남은 재 비에 씻겨 흩어져 버리네...”

이밖에도 다산과 혜장의 나이와 종교를 뛰어넘은 아름다운 우정과 교류의 흔적은 다산이 남긴 여러 편의 글과 시에 감동적으로 남아있다. 혜장이 주지로 있던 백련사는 도암면 만덕리, 본래 있던 만덕산 중턱에 지금도 남아있다. 창건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고려시대 8대 국사를 배출했다는 유서깊은 절로, 만덕산의 명물인 동백꽃 군락을 감싸안고 있는 그윽한 풍경과 운치가 일품이다. 지금도 백련사는 南道를 대표하는 동백꽃의 손꼽히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내에는 조선후기의 건물로 알려진 대웅전, 고려시대 부도의 양식을 잘 갖추고 있는 원구형 부도, 백련사 사적비 등 볼만한 유물들도 여럿 있지만, 역시 백련사의 진정한 운치는 그 옛날 혜장과 다산이 나눈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운 우정의 요람이라는 점에 있다.

동백나무 숲 곁으로는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아마도 옛날 다산과 혜장이 서로를 만나기 위해 분주히 오가던 산길이었을 것이다. 약 4킬로미터쯤 이어지는 이 길은 만덕산 정상을 거쳐가게 되어 있어 산 아래로 강진만의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지금도 이 산길은 남도 여행객들의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다산과 혜장의 아름다운 우정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 옛날 다산이 오가던 길을 걷는 감회는 더욱 남다를 것이다.

백련사 입구에는 방문객이 녹차를 마실 수 있는 조용한 전통 茶室이 있다. 필자가 몇년전 이곳을 찾았던 때는 가느다란 실비가 종일 추적이던 4월의 어느 날이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은 봄비에 젖어 유난히 붉었고 찾는 사람이 없는 山寺의 오후는 깊은 적막에 빠져 있었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 이 전통다실에 들어앉아 한잔의 녹차를 마셨다. 그 옛날 찻잔을 앞에 두고 밤을 밝히며 학문과 인생을 논하던 혜장과 다산의 끝없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했다. <다음에 계속><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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