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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9)思政殿은 왕의 평상 집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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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궁궐③-경복궁 다시 보기
근정전을 지나 다시 뒤쪽으로 가면 담으로 영역이 구분된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의 주인공 건물은 思政殿이다. 절묘한 당호가 뜻하는 것처럼, 이곳은 임금의 평상시 집무실이다. 앞쪽의 근정전이 큰 행사를 치르는 상징적 건물이라면 사정전은 직접 신하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사를 논하는 일터이다.
근정전을 궁궐의 중심 공간, 즉 ‘正殿’이라고 부르고 사정전을 便殿이라고 부른다. 사정전 양쪽에 있는 천추전과 만춘전 역시 사정전의 보조건물로서 편전의 일부이다.
이 사정전의 서쪽과 동쪽에는 각각 경회루와 자선당이 있다. 경회루는 경복궁에서 가장 큰 연못 안에 조성된 누각이다. 본래 연지와 누각은 苑시설의 일부인 경우가 많으나 경복궁의 경회루는 단순한 놀이시설이라기 보다는 외국의 사신을 접대하는 의전시설로 활용되었으므로 정치의 공간, 즉 治朝의 한 부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전의 동쪽에 있는 자선당은 최근에 새롭게 복원된 건물로 차세대의 임금인 世子가 기거하며 제왕의 학을 연마하던 생활공간이다. 동쪽에 있는 궁이라 해서 ‘東宮’이라 불렸다. 세자를 이르는 다른 말인 ‘동궁마마’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동궁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근정전에서 이곳까지가 ‘치조’의 영역이다.
경회루와 자선당을 다 보았으면 좀 번거롭더라도 다시 사정전으로 돌아와 거기서부터 코스를 잡는다. 경복궁의 배치는 일직선이 기본이므로 사정전 뒤쪽으로 발을 옮긴다. 또다시 담장으로 구분된 영역으로 들어서면 강녕전과 교태전이 앞 뒤로 나란히 서 있다. 여기부터가 燕朝, 즉 왕실의 생활 공간이다.
우선 강녕전은 임금의 침실이자 개인적인 일을 보는 프라이비트 룸이다. 궁궐 용어로는 寢殿이다. 임금은 사정전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면 이곳으로 와서 휴식도 취하고 연회도 베풀고, 잠도 잤다. 강녕전은 임금이 사는 건물답게 당당한 규모에다 건물 앞으로는 널찍한 월대가 조성돼 있다. 평상시 이 월대 위에는 왕을 호위하는 병사들이 배치돼 있었다.
강녕전 뒤쪽에 있는 ‘교태전’은 왕비의 침실이자 사저이다. 임금이 왕비와 잠자리를 같이 하려면 이곳으로 와야했다. ‘交泰’ 즉, ‘큰 교합’이라는 당호가 극히 상징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이 교태전은 위치상 경복궁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中宮’ 혹은 ‘中殿’이라 불렸다. 왕비를 부를 때 쓰는 ‘중전마마’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교태전 뒤쪽에는 ‘아미산’이라고 불리는 작은 인공산이 있다. 경회루를 팔 때 나온 흙으로 조성한 이 산은 말이 산이지 작은 언덕에 불과하다. 큼직한 계단 모양으로 만들어 온갖 진귀한 화초와 기암괴석으로 장식을 해 흔히 ‘花階’라고 부른다. 왕비의 침전에 딸린 작은 개인 정원인 셈이다. 이 아미산에는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으로 유명한 굴뚝이 솟아있다.
교태전에서 동쪽으로 난 문을 열고 나오면 자경전을 만나게 된다. 자경전은 왕의 어머니, 즉 대비가 살았던 대비전이다. 자경전은 건물의 구조가 극히 아름다운 것으로 이름이 높다.
특히 누각 형태의 청연루와 어울린 우아한 자태가 압권이다. 자경전의 뒤뜰에는 그 유명한 ‘십장생 굴뚝’이 있다. 여러 개의 굴뚝을 일렬로 묶어 조성하고 십장생과 화려한 꽃무늬를 새겨 넣은 아름다운 굴뚝이다.
강녕전에서 이곳 자경전까지가 왕실의 궁궐의 3조 중 왕과 왕실 가족의 사적인 공간인 ‘연조’에 해당된다.
자선당을 나와 뒤쪽 담장에 난 문을 들어서면 경복궁의 마지막 공간인 원유공간에 이르게 된다. 이 원유공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름다운 연못 향원지와 연못 안의 인공 섬에 조성된 아름다운 누각 ‘향원정’이다. 연못가에서 향원정 까지는 ‘취향교’라는 긴 목조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 향원정 일대가 왕과 왕실 가족의 휴식과 놀이공간이었던 경복궁의 원유이다. 그러나 이 향원정 일대 역시 지금처럼 넓은 공터였던 것은 아니다. 향원지 북쪽으로는 왕의 또다른 사저인 건천궁이 있었고 지금의 민속박물관터에도 수많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상 3회에 걸쳐 우리 옛 궁궐의 대표격인 경복궁을 배치와 공간구성을 중심으로 둘러보았다. 세세한 점을 다 언급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지만, 최소한 이정도의 공간지식만 가지고 경복궁을 둘러보아도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알찬 답사를 원한다면 경복궁 내에 있는 ‘고궁박물관’을 먼저 들러 조선의 왕궁과 왕실문화에 대해 대략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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