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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8)흥례문은 궁궐의 현관 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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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궁궐②-경복궁 다시 보기
지난 호에서 궁궐에 대한 기본 지식의 일부를 알아본데 이어 이번 호부터는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해 보고자 한다.
궁궐이나 사찰과 같은 큰 건물의 면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입지와 공간의 배치 방식등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바른 순서다.
우선 경복궁은 산이나 언덕 등을 끼지 않고 완전한 평지에 지어진 궁궐로서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궁궐 법식을 따르고 있다. 자리 잡음의 형태는 백악산과 인왕산을 북쪽으로 등지고 남쪽의 목멱산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경복궁에는 동서남북 네 곳에 문이 있는데, 이중 남쪽에 있는 광화문이 이른바 ‘南門’으로 경복궁의 정문이다. 경복궁의 공간배치는 정문인 광화문을 기점으로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4개의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공간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 형태다.
그 중 처음에 있는 것이 ‘外朝’라 해서 국가의 주요 기관인 홍문관, 승정원 등 여러 관청이 들어찼던 공간이고 그 다음은 ‘治朝’라 해서 왕이 공식적인 업무를 보던 통치와 집무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왕과 왕비, 그리고 왕실의 식구들이 거처하던 생활공간인 ‘燕朝 ’가 있고 마지막으로 휴식과 연회의 공간인 ‘苑유’가 있다. 이를 간단하게 말하면 이 네 개의 공간이 外朝→治朝→燕朝→苑유의 순으로 남에서 북을 향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다. 경복궁은 <周禮>의 《고공기》에 나오는 법식을 약간 간소화 시킨 이러한 궁궐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들을 앞서 말한 외조, 치조, 연조, 원유 공간의 분류에 따라 요약해 보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 진다.
▲외조: 광화문과 새로 복원된 흥례문 사이. 본래 수많은 관청건물들이 있던 곳이다.
▲치조: 근정전, 사정전, 경회루, 자선당, 비현각
▲연조: 강녕전, 교태전, 아미산, 자경전
▲원유: 향원정 일대
그런데 답사에 앞서 미리 알아두어야 할 점이 두어가지 있다. 우선 답사를 하다보면 여기저기 널찍한 공터도 있고 잔디밭도 있는데, 이건 결코 옛날 모습이 아니다. 궁궐이고, 가옥이고, 사찰이고를 막론하고 우리의 옛 조경에는 ‘잔디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궁궐에는 그렇게 용도를 모르는 공터가 휑하니 남아 있을 틈도 없다. 경복궁의 옛날 지도를 보면 건물과 건물이 처마를 맞대고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런 널찍한 공터가 있을리 없다. 그러므로 지금 남아있는 잔디밭이나 공터도 옛날에는 건물이 있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광화문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매표소와 궁중유물박물관이 있는 널찍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앞서 말한 ‘外朝’ 공간으로 홍문관, 승정원 등 왕실 산하의 주요 기관과 관청 건물들이 가득 들어차 있던 곳이다. 지금은 공터지만, 옛날에는 결코 공터가 아니었다.
그 다음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어낸 자리에 새로 복원한 ‘흥례문’이 있다. 긴 회랑을 양쪽으로 두른 이 문은 광화문에 이어 나타나는 경복궁의 두 번째 문으로 실질적인 ‘궁궐’의 영내로 들어서는 현관문 격이다. 외국에서 사신이 오면 왕이 이곳까지 마중을 나왔다. 흥례문을 들어서면 ‘홍예’라고 불리는 다리가 있는 개천을 건너게 된다. 이 개천은 ‘禁川’이라 해서 임금이 계신 곳과 바깥세계를 구분하는 상징적인 경계선으로 경복궁 뿐만 아니라 모든 궁궐이 다 갖추고 있는 시설이다. 옛날 조정의 신하들은 이 금천 밖에서 의관을 정제한 다음 줄을 지어 이 다리를 건너 조정으로 향했다. 이 금천의 이름은 ‘명당수’이고 다리의 이름은 ‘영제교’이다.
명당수를 건너서 다시 또하나의 문을 만나게 되는데, 이 문이 ‘근정문’이다. 근정문은 경복궁의 세 번째 문으로 이 문을 지나면 왕의 통치공간인 ‘治朝’로 들어서게 된다. 이 치조를 대표하는 건물이 근정문 안쪽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건물인 ‘근정전’이다.
근정전은 임금의 권위와 궁궐의 위엄을 상징하는 ‘正殿’으로 경복궁의 모든 건물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당당하게 지어진 중심 건물이다. 그러나 근정전은 왕이 항상 머물던 공간이 아니라 왕이 주재하는 조회나 왕실의 잔치 등 공식적인 행사가 열리던 곳이다. 근정전은 2층의 기단 위에 화려한 화강암 난간석을 두르고 있으며 그 앞으로는 조회에 참석한 신하들이 줄지어 서 있었을 널찍한 마당이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조정’이라는 말은 사실 근정전 앞의 이 마당을 일컫는 말이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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