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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5)천년세월 위에 선 3층석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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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의 용’ 노닐던 감은사 터
이번 호에는 문무왕과 관련된 유적 그 두 번째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주인공은 대왕암이 있는 바닷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용당리의 낮으막한 산자락에 펼쳐진 ‘감은사지’이다.
감은사지는 경주 시내에서 대왕암으로 올 때, 바닷가에 이르기 전 먼저 발견하게 되는 옛 절터다. 이 절터에는 우람한 규모의 탑 2기가 당당하게 서 있어 멀리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감은사는 보통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3국통일을 이룩한 제 아버지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로 알려져 있으나 절을 착공한 것은 문무왕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葬地를 대왕암으로 지정해 놓고 그 바닷가 언저리에 호국을 기원하는 願刹까지 세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감은사는 아들 신문왕대인 서기 682년에 완공되었다.
현재 이 절은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 우람한 3층 탑 2기만 남고 나머지 전각은 모두 소실된 절터로만 남아있다. 주춧돌만 남아있는 건물지 등으로 유추해 볼 때 감은사는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두개의 탑과 법당, 강당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이른바 ‘남북선상의 쌍탑식 가람배치’양식을 취하고 있다. 이 양식은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가람배치 양식이다.
다만 죽어서 용이 되었을 문무왕을 기리는 의미에서 독특한 시설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법당 밑으로 구멍을 내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하고 용이 들어와 노닐도록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신라시대에는 지금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사찰의 법당 밑에는 바닷물이 철썩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법당에 용이 들어왔으니 법당을 ‘龍堂’이라 했을 것이고 그 흔적은 龍堂山, 龍堂里와 같은 지명의 유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형이 너무나 달라진데다 발굴해 놓은 건물터의 흔적도 완전한 것은 아니어서 전문가가 아니면 당시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내기가 어렵다.
이 감은사지에서 가장 분명한 형태로 남아있는 유적은 허허로운 절터에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 2기의 삼층탑이다. 날카로운 철제 刹柱를 곧추 세우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이 웅장한 탑은 우리나라 불탑의 계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금쪽같은 유적이다.
지면 관계상 장황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석탑은 통일 이전의 백제와 신라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탄생해서 삼국통일로 말미암아 양식상의 통합이 이루어지는데, 두 나라의 양식이 통합되어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하나가 바로 이 감은사의 우람한 석탑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은사의 동서 쌍탑은 우리나라 석탑의 출발점에 서 있는 탑인 셈이다. 이 탑의 다음 단계에 나타난 탑이 그 유명한 불국사의 석가탑이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석가탑의 모습이 사실은 이 탑의 특징들을 보다 세련된 형태로 가다듬어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단한 유적에도 불구하고 경주 시내가 언제나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비해 멀리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감은사지는 찾는 이가 별로 없어 대체로 썰렁한 편이다. 아마도 통상적 의미에서의 ‘볼거리’가 없기 때문일 터인데, 진정한 답사여행의 묘미는 의미를 찾는 작업에 있는 것이지 현란한 볼거리를 찾아다니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대왕암을 구경하고 다시 이 절터를 찾아 허허로운 폐허 위에 서면 드넓은 경주평야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감은사 탑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문무왕이 변해서 된 호국의 용이 수시로 드나들던 법당의 주춧돌 위에 지금 내가 서 있는 것이다. 천년의 세월을 가로질러서 말이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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