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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4)‘통일 웅지’서린 동해의 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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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에서 맞이하는 ‘새해 日出’
천년왕국 신라의 古都 경주에 가면 주로 무엇을 보게 되는가? 석굴암과 불국사, 안압지, 첨성대, 천마총... 얼핏 떠오르는 볼거리의 수자만도 이미 만만치 않다. 하루 이틀의 일정 가지고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꼴이 되기 딱 알맞다. 이럴 때는 욕심을 내지 말고 한 가지라도 제대로 보고 오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제대로 볼 한 가지’이다. 도대체 무얼 제대로 보아야 잘 보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말이다.
이럴 때, 일제 하의 고난 속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연구에 일생을 바친 천재적인 미술사학자 又玄 高裕燮 선생의 간곡한 권유가 떠오른다. 그는 해방 전에 쓴 어떤 글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경주에 가거든 문무왕의 위적을 찾으라. 구경거리의 경주로 쏘다니지 말고 문무왕의 정신을 길러보아라... 경주에 가거들랑 모름지기 이 문무왕의 유적을 찾으라....”
그가 말한 ‘문무왕의 偉蹟’이란 지금의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 즉 문무왕의 해중릉을 일컫는다. 그의 이러한 권고는 다시 생각해도 탁월한 생각이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왕의 유적과 그에 얽힌 사연이야말로 찬란한 신라문화의 정신적 토대와 천년을 이어온 신라 사직의 저력을 깨닫게 해 주는 가장 귀중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약 3회에 걸쳐 ‘대왕암’을 비롯한, 문무왕과 관련된 경주의 유적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경주를 많이 다녀왔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문무왕은 신라의 제30대 임금으로 우리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 삼국통일을 이룩한 영특한 군주이다. 삼국간의 전쟁을 끝내버린 이 위대한 임금의 마지막 근심거리는 수시로 바다를 건너와 약탈을 일삼는 왜구를 물리치는 일이었다.
살아서 왜구를 치지 못한 문무왕은 죽어서라도 ‘바다의 용’이 되어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신라를 지키겠다고 서원하고 자신의 시신을 불교식으로 화장해 바다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대왕암은 왕의 이러한 유지에 따라 그의 유골을 안치한 무덤이다. 일반적으로는 바위의 복판에 왕의 유골을 안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에서는 散骨, 즉 그저 뼈가루를 뿌린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왕암이 가까이 보이는 봉길리 바닷가는 신라 때부터 ‘東海口’, 즉 ‘동해의 입’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여러 신라의 왕들이 화장되어 유골이 뿌려진 신라의 으뜸가는 성역이기도 했다. 문무왕은 이 성역 중에서도 바다 속의 바위에 장사되어 호국의 용이 되고자 한 것이다. 대왕암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다. 그러나 대왕암을 포함, 감포 바다의 시원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가장 운치있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동해구 푯말이 있는 언덕에 우뚝선 ‘이견대’라는 정자이다.
이 정자는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신하를 거느리고 아버지의 능을 참배하기 위해 자주 찾던 곳이다. <삼국유사>의 기록을 토대로 발굴 복원된 건물로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바로 이곳에서 용으로 화한 문무왕을 알현하고 萬波息笛이라는 신비의 피리를 하사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옛날 신라의 왕처럼 이곳 언덕에서 대왕암을 굽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대왕암은 일출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해변이다. 올 해맞이 여행은 진정한 동해의 입구(동해구)인 대왕암 바다를 찾을 일이다. 필자 역시 재작년 새해 첫 햇살을 이곳에서 맞았다. 대왕암 뒤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신 새해 첫 모닝커피의 진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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