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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신이여,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파키스탄 발라코트 지진참사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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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숙희 약사
서울 약령시 명의당약국(불자약사보리회)
10월 21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파킨스탄 지진지대로 간다고 하니 마음이 심란했다. 트렁크 2개를 끌고 택시로 인천공항을 갔다. 오후 5시 30분 출발이다. 모두 모여서 짐을 부치고 인사를 했다. 이번 대한불교조계종 파키스탄 긴급재해구호봉사단에는 의사 2명·한의사 2명·약사 2명·간호사 2명·자원봉사자 5명이 함께했다. 이들 중 자원봉사자 5명은 쓰나미 재해 때도 스리랑카에 가서 구호 봉사를 했다. 비행기는 방콕을 경유해 현지 시간으로 토요일 새벽 5시에야 도착했다.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미리 선발대로 도착한 최종환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버스로 3시간을 이동해 아보타바드의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발라코트로 출발했다.
이곳에서 2시간을 더 가야 한다. 가는 동안 주변 산의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굽이굽이 가는 길에 저 멀리 힌두쿠시 산맥의 하얀 설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현지에 도착하니 전쟁의 폭격을 맞은 것 같이 집들이 모두 부서져 있었다. 길에는 구호품인 옷들이 비에 젖어 썩고 있었다. 이들은 이슬람교고 들이라 옷에 문양이나 글자가 씌어진 옷은 입지 않고 모두 길에 버린 것이다.
한국의 119 구조 대원팀 옆에 우리 텐트를 설치했다. 썩은 옷가지들을 치우고 2시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텐트 안은 몹시도 더워 숨이 막혔다. 아기들 시럽과 세파드록실 약을 더 신청해 파키스탄 의료팀에서 가지고 왔다. 약국 텐트 안은 전쟁 중의 보급 창고와 같이 의료품들로 앉을 자리도 부족했다. 아기들은 설사와 감기로 몹시 열들이 나고 있었다. 어른들도 감기와 설사와 상처들로 고생하고 있었다.
23일 일요일. 아보타바드도 많은 건물들이 무너져 있었다. 아보타바드에서 발라코트로 가는 길은 카라코란 길로 이 길이 실크로드라고 한다. 가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만세라를 통과해 발라코트로 가게 된다. 가는 도중 지난 밤에 산사태가 난 도로의 흙을 군인들이 치우고 있었다.
저 멀리 카한벨리에는 어제와 같이 뿌연 흙먼지로 덮혀 산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도 이곳에는 지진이 심했던 것 같다.
오후 1시쯤 또 땅이 몹시 흔들렸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 반응이 없다. 모두들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도 마른 것 같다.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라 낮에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더위에 지쳐 있다. 오늘도 감기와 설사 그리고 상처가 심한 환자들이 많았다.
24일 월요일. 낮에 한 여인이 너무도 예쁜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이 아이의 부모는 이번 지진에 모두 죽었다고 한다. 아기는 열이 몹시 나고 있었다. 이 아이 앞날이 너무도 걱정스럽다. 오늘은 옴에 걸려 몹시 가려워하는 한 소년이 왔다. B-B Sol이 없어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 사탕을 많이 주었다. 온 가족에게 번질텐데하는 걱정이 앞섰다.
25일 화요일. 어젯밤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하니 아침에 식구들이 감기환자가 많다. 약들을 챙겨주고 옴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B-B Sol 50병을 가지고 텐트 입구에서 옴에 걸린 가족들에게 약을 나누어 주었다. 신경통에 걸린 사람들도 많다.
26일 수요일. 점심 때 사과를 나누어주려고 Mr. 하비부와 함께 텐트 위쪽으로 가보았다. 그곳은 더욱 비참했다. 다리 건너 초등학교 자리를 가리키며 그곳 학생들이 모두 죽었다고 했다. 지진이 난 시간은 아침 9시였다. 그날 새벽 아침 유난히 까마귀들이 심하게 울었다고 했다. 그것이 신호였을텐데 왜 사람들은 피하지 못했을까?
27일 목요일. 낮 12시 해단식을 가졌다. 파키스탄 자원 봉사자들에게도 파스와 연고를 나누어주었다. 남은 약들은 고대의대 팀에게 물려주고 수고하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정성껏 씻어온 사과와 사탕 과장 땅콩 옷 신발을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내가 여기와서 매일 따뜻하게 잔 침낭은 머리를 다쳐서 붕대를 한 눈이 예쁜 아이에게 주었다. 얼마나 좋은지 웃음이 맑다. 신은 왜 이렇게 순하고 착한 아이들에게 불행을 주시는지. 이것도 알라의 뜻인가?
낮 12시 무사히 해단식을 하고 불교 문화 유적지가 있는 탁실라로 행했다. 저녁에 도착해 간신히 7세기경 만든 불교대학교와 탑과 부처님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28일 금요일 이슬라마바드를 떠나 29일 토요일 아침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몹시 피곤했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파키스탄 국민들이 더욱 이번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세계 각 국민도 추운 겨울이 오는 이곳에 담요 한 장을 보내는 자비를 베풀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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