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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3)동화같은 ‘평화의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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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낙안읍성
邑城이란 무엇인가? 도시를 둘러싼 성을 ‘都城’, 궁궐을 둘러싼 성을 ‘宮城’이라고 한다면 읍성은 그보다 작은 행정단위인 郡, 懸 등의 지방 고을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이다. 읍성 안에는 보통 고을을 다스리는 동헌과 관아, 조정에서 오는 관리를 맞이하는 객사를 비롯 지방행정기관들이 들어서 있고 민가와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외적의 침입을 받게 되면 성 밖에 사는 주민들도 성 안으로 들어와 성문을 굳게 닫고 마을을 지키게 된다. 그래서 읍성은 전투를 위한 시설들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이런 읍성들은 고려 말 이후 해안 마을을 자주 침범한 왜구를 막기 위해 주로 바닷가 고장을 중심으로 많이 지어졌다. 조선시대에는 지방 고을의 거의 절반 이상이 읍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많았던 읍성들 중 거의 완전한 형태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은 모두 9개 소에 불과하다. 낙안읍성은 그 9개의 읍성 중에서도 가장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낙안읍성이 특히 유명한 것은 성곽의 형태뿐만이 아니라 성 안의 마을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 안으로 들어서면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의 마을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게다가 마을은 완전한 민속마을로 꾸며져 있어 여러 가지 볼거리로 넘쳐난다. 그러다보니 낙안읍성을 구경하러 오는 인파는 굉장하지만 대부분은 성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민속촌에 놀러 온 듯한 행락객이다.
이래서는 문화유산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낙안읍성에 오면 일단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성벽 위로 올라 성곽을 밟고 걸으며 성 전체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성 전체의 둘레가 1.4km 정도이므로 그다지 힘들 것도 없다. 성곽의 넓이는 2m 이상이니 연인과 나란히 손잡고 걸어도 떨어질 위험이 없다.
성곽 위를 걸으며 성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읍성의 형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 동헌과 객사가 있고 그 앞으로는 동서와 남북을 잇는 열십자 형태의 길이 나 있다. 그리고 그 중간 지점에 시장이 펼쳐져 있다. 읍성의 지형에 따라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바로 이것이 조선시대 읍성의 전형적인 구조인 것이다. 해미읍성이나 고창읍성 같이 성 안에 마을이 남아있지 않은 읍성에 가더라도 이러한 구조를 익혀두면 성을 답사하는 시각이 달라진다.
그밖에 성 밖에 조성된 방어용 개울인 ‘해자’, 성 위의 방어시설인 ‘성가퀴’, 성문을 보호하는 ‘옹성’, 성벽 중간 중간 ㄷ자 형태로 돌출된 ‘치’등 성곽의 주요 시설물들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성가퀴는 다른 말로 여장이라고 하는데, 총을 쏘는 銃眼이 있는 핵심적인 전투시설이다. 치는 성곽의 일부가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인데,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성벽에 가까이 있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는 시설이다.
이런 시설들을 구경하며 성벽 위를 걷다보면 성벽은 서문쪽에 이르러 다소 높은 언덕을 끼고 높아지게 된다. 이 부근이 낙안읍성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고 사진 찍기도 좋은 곳이다. 여기서 잠시 성벽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낙안읍성은 물론 읍성 주변의 평화로운 농촌 풍경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쯤에서 바라보는 석양녘의 마을 모습은 흡사 동화 속의 삽화 같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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