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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2)마의태자 전설 어린 월악산 자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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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미륵리 절터
잘 단장된 채로 남아있는 유명한 사찰이 아닌, 주춧돌과 몇몇 유적만이 폐허를 뒹굴고 있는 옛 절터에서 느끼는 색다른 매력의 하나는 쓰러지면 쓰러진 대로 허물어지면 허물어진 그대로 세월에 실린 옛 자태를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많은 옛 절터들이 새롭게 복원되어 관광지로 거듭나는 바람에 이제 장엄한 옛 흔적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절터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월악산 줄기를 끼고 있는 충북 제천 상모면 미륵리 일대에 숨은 듯 펼쳐져 있는 미륵사지는 폐사지의 황량한 운치와 소중한 국보급 유적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절터다.
미륵리로 가는 길은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를 거쳐 월악산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의 중간쯤에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난 길은 옛날 신라시대부터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하늘재’라는 고개로 오르는 길이다. 미륵사는 이 하늘재로 오르는 길이 평지를 이루는 지점의 오른쪽 숲속 공터에 흡사 전설처럼 장중한 자태로 서 있다.
미륵사의 가람구조는 탑과 법당이 남북으로 일직선 방향에 서 있는 이른바 ‘남북선상의 일탑식 가람배치’ 양식이다. 이 양식은 삼국시대의 가람배치를 대표하는 흔한 양식이지만, 특이하게도 절 자체가 북향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사찰의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 서면 쓰러진 당간지주와 자연석에 거북모양을 조각한 거대한 비석받침, 그리고 육중한 오층탑과 그 앞에 서 있는 커다란 석불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북 모양의 귀부와 오층탑은 모두 애초부터 그 자리에 있던 자연석을 다듬어 놓은 것이다. 조각수법은 거칠고 조악한 지방양식이지만, 규모로 보아 결코 만만치 않은 거찰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절터의 하이라이트는 돌로 쌓은 담벼락 부분만 남은 법당과 그 안에 서 있는 돌부처이다. 절의 남쪽을 막고 있는 산 언덕을 ㅁ자 모양으로 깎아내 삼면의 벽을 만든 다음, 그 위에 목조 지붕을 덮어 법당을 만든 것이다. 목조 구조물은 다 없어지고 삼면의 돌 방 안에 부처가 서 있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런 형식은 명백하게 이곳의 법당이 석굴사원을 지향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하늘재를 거쳐 금강산으로 향하다 잠시 이곳에 머물며 지은 절이라고 하나, 자못 웅장한 사찰의 규모로 보아 결코 그렇게 믿기는 어렵다.
이곳 하늘재 일대에는 미륵사지 외에도 미륵대원이라는 고려시대의 숙박시설 터와 풍수와 관련이 있어보이는 3층 석탑, 이름모를 佛頭등 여러 유적들이 있다.
초겨울, 인적이 드문 어느 날을 잡아 월악으로 향해보자. 그리고 폐허로 쓰러진 미륵사 터에 홀로 서 보라.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내면의 소리, 법정스님이 그의 수필에서 말했던 ‘소리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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