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조는 잔치를 벌여 술잔을 높이 들고 군신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천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며, 항우가 천하를 잃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지 그대들은 숨김없이 말해보라.”
왕릉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거만하여 사람을 업신여기시고 항우는 인자하여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성을 공략하여 승리한 뒤에는 그 공적이 있는 자에게 부와 명예를 나누어 천하와 더불어 이로움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진 자와 능력이 있는 자를 질투하고 의심하여 공이 있는 사람에게 차마 땅을 나누어주지 못하고 그 공을 모두 자기의 것으로 하였습니다. 이것이 천하를 잃은 까닭이라 생각하옵니다.”
유방은 “그대는 아직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군. 군진의 장막 속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승패를 산 가지 (옛날에 수효를 셈치는데 쓰던 물건으로 대나 뼈로 젓가락처럼 만든 물건) 하나로 판가름 짓는 일은 내가 장량만 못하고, 국가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위하여 보급을 원활히 하는 일은 내가 소하만 못하고, 백만 대군을 거느려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략하면 반드시 빼앗는 일은 내가 한신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모두가 인걸인 것을, 나는 이 인걸들을 잘 썼기 때문에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고, 항우에게는 오직 범증 한 사람 뿐이었는데 그 사람마저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천하를 잃게 된 걸세” 라고 말했다.
군신들은 모두 탄복하였다.
한 고조는 낙양이 도읍지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여 이 곳을 수도로 삼으려 하였으나 제나라 사람 누경과 장량의 권유로 관중으로 돌아가 함양 근처에 새로운 수도를 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곳이 장안이며 소하가 임시로 장랑궁을 보수하여 궁전으로 사용하게 하고 새로 장려한 미앙궁을 짓기로 하였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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