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프리카하면 동물의 왕국만을 떠올립니다. 마치 아프리카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는 듯이. 마치 무의미한 전쟁과 굶주림으로 수십만 명이 죽어가는 일이란 전혀 없다는 듯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본문 중

캄보디아에 갔을 때였습니다.

앙코르와트는 정말이지 폐허의 장엄을 보여주며 저를 감동시켰지만, 마냥 좋았다고만 할수 없었습니다.

‘Killing Field’란 말만 들었었는데 실제 그곳의 아이들, 누구를 만나던지 “원 딸라,원 딸라(1 Dollar,1 Dollor!!)”를 외치며 따라붙으며 서툰 한국말로 “오빠”,“언니”를 부르는데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들에게도 희망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얻는 수입이 있으니-1달러만해도 그들에겐 상당히 큰돈입니다-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다들 학교를 빠지고 이렇게 구걸을 하러 다닙니다. 배움이 없는 땅에 희망이 있을까요?)

그렇게 캄보디아에서 돌아오면서 ‘꼭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일을 해야겠다. 작은 일이라도, 작은 돈이라도…’라고 기도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제 삶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지금은 작지만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게되어 감사합니다.)

이런 여행을 통한 직접경험만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간접경험으로도 우리는 다른 이의 고통받는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출판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눈물짓게 했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수 십 년 간 연기자로서만 살아온 김혜자씨는 처음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로 홍보대사란 직함을 달고 그냥 아프리카 여행이라고만 생각하고 갔다가 만나게 된 실제 그곳의 삶의 현장의 충격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의 가지를 또 다른 방향을 향해 뻗어나가게 됩니다. 이후 그녀는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매년 세계의 구호지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삶을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이 책은 그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했던 기록입니다.

그녀는 삶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굶어 죽어 가는 아이에게 음식을 먹여 살리는 것, 전쟁을 중단하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 을 추구하라고, 가녀리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변하지 않는 약속의 상징 ‘다이아몬드’ 때문에 내전이 일어나고, 그 다이아몬드를 팔아 얻는 돈으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보다는 다이아몬드 광산의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전쟁무기를 구입해 사람들을 억압하는 현실. 매일 3만5천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실을 잊고 사는 우리의 모습.

저는 그 힘든 삶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그들의 용기를 보며 가끔 작은 것에도 지쳐 삶에 짜증내는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깨닫게 됩니다. 그곳을 보았던 모든 이들이 그렇듯….

김혜자씨가 이 책을 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글 곳곳에 진심이 묻어 나옵니다.

너무 가엽게만, 혹은 너무 자극적이게만 쓰려는 것이 아니라 그곳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따뜻하고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해주려 합니다.

그 마음이 저에게 전해졌고 다른 수많은 이에게도 전해진 듯 싶습니다.

또 세계오지여행가로 유명한 한비야씨 역시 김혜자씨와 같은 월드비젼의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면서 겪게 되었던 이야기들을 최근에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란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그녀 역시 저처럼 여행을 통해 수많은 불평등과 또 기아와 절망을 체험하면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그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결국 국제구호활동기구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바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그 도움이 필요한 만큼 피를 끓게 만듭니다. 적자생존과 무한경쟁이란 당대의 패러다임과는 정반대의 나눔의 순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 역시 뗄 수 없는 중독일 터입니다.

이전의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좁은 범위의 삶, 멀리 바라보지 못하는 삶 속에 갇혀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책들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어 질 수 있는지, 그리고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사랑이 퍼져나가고 기쁨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그 사랑의 행진에 동참할 수 있는 자신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설명)앙코르와트에서 만난 아이. 그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수돗물을 담아놓은 통이나 압사라가 그려진 그림 등을 관광객들에게 1달러에 팔기 위해서다.

필자 소개 우동준 약사는 성대 약대 96학번으로 경남 거창에서 근무약사로 일하고 있으며 약사 커뮤니티인 약준모에서 바이∼앨리!! 라는 필명으로 문화 관련 글들을 연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