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는 금의환향하여 초나라에서 스스로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했다. 의제는 진나라 토벌을 위해 상징적으로 내세웠던 왕이므로 그 존재가치가 이제는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항우는 신하를 의제에게 보냈다.
“남쪽에 침현이라는 땅이 있는데 황제께서는 그 곳으로 천도하시라는 초패왕의 분부입니다.”
의제는 대노하여 “무엇이? 초패왕의 명령이라고? 천자에게 어느 누가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신하는 항우에게 의제의 말을 전했다. “산구석에서 지내던 자를 왕으로 올려줬더니 이제는 내 말을 듣지 않겠다고?”
몇 차례 항우는 신하를 보내 의제를 재촉하였다.
“항우! 그 놈이 나에게 감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본래 초나라의 주인은 내가 아니더냐. 항씨는 그 아래 무관의 벼슬아치였다. 그 자손인 항우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항우 역시 끈질겼다. “의제! 왕은 내가 시켜줬는데 늘상 유방 그 놈만 감싸고 돌며 나를 미워하더니… 어서 옮기게 하지 않고 뭘 하느냐!”
오랜 고심 끝에 의제는 침현으로 향했다. 항우는 사람들을 시켜 오늘날의 양자강인 장강에서 의제를 살해하라고 명령했다.
의제 일행이 장강에 도착했을 때 수 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모여들어 뱃길을 막았다 한다. 또한 일진광풍이 불어 돛대를 꺾어 배가 나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수행원들이 권유하여 뭍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 날 출발하기로 하였다. 그 날 밤 의제의 꿈에 물 속 용왕의 사자들이 찾아왔다.
“이미 지상에는 대왕의 권자가 없어졌으니, 물 속 옥좌에 자리를 마련해 뒀습니다. 그리로 가서 구천을 다스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날 의제는 항우의 신하들을 물 위에서 만났다. 칼을 빼 든 그들 앞에서 의제는 스스로 물에 뛰어들고 말았다. 기슭에서 바라보던 백성들은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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