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이영숙 약사가 80년대말 서울시약사회 약학위원장을 맡으며 임상약학 강사로 활약했던 태평양약국 임백림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일산신도시로 인해 주변부로 밀려난 일산구 일산1동에 제법 큰 규모의 고양시 태평양약국을 찾았다.
1980년 후반 서울시약사회 약학위원장으로, 임상약학 강사로 활동했던 임백림 약사(64세, 성균관대약대).

임백림 약사는 임상약학의 토양이 척박했던 1980년대말 서울에서 임상약학 강사로 활동했다. 서울시약사회 약학위원장을 맡으면서 시작한 강좌는 4년여 만에 끝나게 된다. 본래 약한 체질로 인해 약국생활과 강의를 병행할 수 없었던 것.

임약사가 임상약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1970년대 만났던 한 강의가 계기가 됐다. 이 강의로 임상약학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한 임약사는 독학으로 간질환과 당뇨병, 고혈압 등의 성인병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한편 유명강사의 강좌를 찾아 배움의 깊이를 더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약국을 개국한 임약사는 맨처음 간질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지식을 습득했다. 이로 인해 간염환자 등 다양한 간질환자를 접했다.

그러나 허약한 체질인 임 약사는 간염 환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자신의 건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게 됐다. 이로 인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간질환과 성인병에 대한 임상약학 공부를 계속하면서 주위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하고 도움도 주고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실력을 갖춰가면서 중구약사회 약학위원장을 맡았고, 1988년에는 서울시약 약학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러나 약한 체질 탓인지 크고 작은 병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40대에는 편도선암을 앓았고 3개월만에 완치됐다. 50대에는 간경화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고생을 하면서 20년여간 생활했던 서울을 떠나 90년대 성남에 새로이 둥지를 텄다. 4년전에는 지금의 약국이 있는 일산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는 “병을 앓고 낫게 된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에 봉사하라는 의미로 알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약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더욱 친절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일산으로 옮겨온 이후 임 약사에게 있어 가장 달라진 점이라며 일주일에 2, 3번씩 동네에 있는 고봉산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왔던 그로서는 약국생활 못지 않게 중요한 일과가 됐다.

임약사는 “대부분 약사들이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면서도 막상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데 투자해야 약사의 직능도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사들은 친절을 밑바탕으로 학술정보를 꾸준히 익혀 건강체크에서부터 복약지도까지 환자들에게 최적의 상담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약사가 환자에게 애정을 베풀면 환자도 약사에게 애정을 갖게 되고 결국 약국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식품, 한약, 화장품, 의료용구 등 약사의 영역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기독교약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지금도 매주 모임에 참석해 회원들과 함께 믿음을 나누고 있다.

기독약사회를 통해 의사, 한의사와 함께 무의촌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외국에 파견되는 선교사 지원과 함께 의료시설이 미진한 국가에 의료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임백림 약사는 “많은 약사들이 나이가 들면 약국을 하지 않고 쉬는 경우가 많지만 쉬면 몸이 더욱 움츠러들게 된다”며 “약사는 죽을 때까지 약사로 살아야 한다.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약국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사를 천직으로 믿으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약사는 끝으로 “약사들이 보건소과 공동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에 대한 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약사들은 사회봉사를 통해 위상을 강화하고 환자들은 성인병 예방에 대해 눈을 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기자
사진·윤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