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모임 살리고 직능위원회 활성화도

이화약대 61학번. 졸업한지 40여년이 지났건만 이정헌 약사에게 학교는 여전히 낯설지 않다. 매월 빼놓지않는 동창회 예배와 임원 정기모임, 거기다 학교 총동창회 회의까지 참석하다보면 평균 1주일에 한번은 학교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1백여년 전통의 과학관 건물은 물론이며 95년 준공된 첨단시설의 신 약학관도 이 약사에게는 친숙하기만 하다. 졸업 이후 단 한번이라도 모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음을 잘 알기에 이 약사의 남다른 모교사랑은 더욱 크게만 보인다.

지난달 22일 정기총회에서 이정헌 약사는 이화약대 24대 동창회장으로 추대됐다. 개국동문회장을 맡아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회장직을 받아들이는데 별다른 두려움은 없었지만 성격이나 규모 면에서 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는지라 요즘 이 회장의 머릿 속은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고.

“개국동문회가 사업 중심이라면 동창회 활동은 철저히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교수님들의 참여도 활발하구요. 무엇보다 학교발전기금이나 장학금 마련, 약학연구소 후원, 문화사업지원 등 후학 양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홍보와 오픈마인드로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동창회가 되도록 가꾸어나갈 생각입니다. “

이 회장과 동창회의 첫 만남은 20여년 전인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범한 개국약사였던 이 회장으로 하여금 동창회 강남지부 회장을 맡도록 이끌어 낸 것은 그녀의 친화력과 적극적인 성격을 평소 눈여겨보았던 모교 은사와 선배들의 힘이었다.

“20년간의 동창회 활동 중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라면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때 봉사약국으로 참여했던 일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 정신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유난히 봉사활동에는 호흡이 척척 맞았던 것 같습니다. “

현재 이화약대 동창회에는 각 직능위원회와 동기별, 지역별, 취미별로 다양한 소모임이 형성되어 있다. 특히 선교부, 지역부, 합창부 등은 동창회의 꽃이자 구심점이라할만큼 정열적인 활동을 보여준다. 이 회장 또한 벌써 수십년째 합창부원으로 참여하며 모교 관련 각종 행사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주고 있다.

이 회장이 취임과 함께 공개한 동창회 청사진의 골자는 좀더 많은 지역의 동창들이 모임에 합류할 수 있는 ‘전국구 동창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단 대구와 부산지회가 총회때마다 참석하기로 약속해주었다. 여건이 닿으면 해외에 있는 회원들도 초대하고 한창 바쁜 시기라 동창회 사업에 적극적이지 못 한 후배들의 참여도 독려해나갈 생각이다.

또 회장 뿐 아니라 3명의 부회장에게도 최대한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집행부 구성에 있어서도 철저히 성실성과 참여율을 기준으로 임원들을 등용할 계획이라고. 동창회 임원으로 활동하려면 일년에 최소 10여차례 이상의 정기모임을 가져야 하는데 웬만한 희생정신 없이 이 스케쥴을 소화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회장에게는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않는 16회 동기들의 뒷받침이 있어 든든하다. 얼마전에는 졸업 38주년 기념으로 소박한 일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동기들의 사랑만큼 조건없이 편안한 것이 없습니다. 이런 작은 마음들이 모여 이화사랑의 정신을 이루는 것 같아요.”

이 회장은 지난 96년 이화약대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만학도의 꿈을 이루었다. 자신보다 서른살이나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 회장에게 새로운 도전이란 그만큼 익숙한 단어다. 내친 김에 박사과정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겸손하고 책임감있는 공인의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학교와 후배에 힘이 되는 든든한 동창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