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평화장학회’ 운영 개국약사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서울시약사회 정보통신위원장(서울 마천동 대웅 온누리약국)이 1978년 '평화장학회'를 설립해 25년간 장학사업을 펼쳐온 김영일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김영일 약사(중대약대 59학번ㆍ前 서울 성동구약사회장)가 송파구에 자리를 잡은 것은 가락동이 성동구이던 1972년이었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예전에는 허허벌판이던 곳(현재는 송파구약사회가 자리잡고 있음)에서 16년 동안 약국을 운영해오다 가락시장이 형성돼던 15년전 시장 안으로 약국을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약국을 개설한지 6년째 되던 해인 지난 78년 김 약사는 약국 이름을 따 ‘평화장학회’를 설립했다.

장학금이 없으면 학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바탕에는 “약국은 지역 주민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이고 오피니언 리더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김 약사의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15년 동안은 통장들을 주축으로 운영하고 기금만을 지원해오다 지난 10년 동안은 이사장으로서 직접 장학사업을 주관해 왔다.

장학기금은 김영일 약사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송파구약사회(前 성동구약사회) 여약사회에서 해마다 지원해온 20만원과 마을금고에서 지원해온 10만원, 지역 주민들이 기탁하는 금액을 모아 조성했다.

중학교육이 의무교육이 아니던 시절에는 중학교 진학을 돕는 것을 목표로 장학사업을 전개했다.

학교 쪽에서 3명을 추천받고 관내 지체장애인협회에서 1명을, 동사무소에 의뢰해 소년소녀가장 1명을 추천받아 선발한 장학생 5명에게 해마다 5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그러다가 중학교육이 의무교육으로 전환되면서부터는 고등학교 진학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해 장학사업을 펼쳐왔다.

지체장애인협회와 동사무소에서 소년소녀가장으로 각각 추천받은 1명과 더불어 관내 공립학교인 가락고등학교에서 3명을 추천받아 장학사업을 펼쳐온 것.
지난 25년 동안 1백10명이 평화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았다.

김 약사는 그동안 장학사업을 전개해 오면서 보람있던 일로 평화장학회의 장학금을 지원받아 현재는 은행원이 된, 모 씨가 해마다 장학금으로 10만원씩을 기탁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이 은행원은 약사인 여성과 결혼했는데, 약사가 설립한 장학회에서 학자금을 지원받아 학업을 마침으로써 약사라는 직업에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 것이 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게 김 약사의 생각이다.

지난 3월 김 약사는 평화장학회의 장학사업을 송파구약사회 사업으로 이관하고 조성한 장학기금 3천6백여만원을 전달했다. 지역 주민의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개인적으로 장학생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김 약사가 약사회에서 장학사업을 주관하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약사회로 이관하면서 달라진 점은 동사무소에서 소년소녀가장을 추천받던 데서 구청(사회복지과 주관)에서 추천받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약사회는 김 약사의 뜻을 이어 지난 17일 평화장학금 전달식을 개최, 장학생 5명에게 5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했다.

원로급 약사로서 김 약사는 “약사 직역을 지키려면 ‘약은 약사에게 물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관건은 끊임없는 학습에 있다”고 지적했다.

약대 6년제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때문에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고 김 약사는 강조했다. 메디칼 닥터에 대응하는 팜 닥터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

김 약사는 또 후배들이 약국에만 매몰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약사는 약국에서만 일해야 하는 시대가 지난 만큼 대학원에 진학해 팜 닥터가 되거나 제약학과에 진학해 제약회사에 진출하거나 화장품 회사나 식품 회사(특히 농약)로 눈길을 돌릴 것을 권고했다.

개국약사가 전체 약사의 30%에 불과하고 그마저 15%는 근무약사이고, 약국 법인화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약사가 약국에만 매몰되는 옛 모습을 버리고 비전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게 김 약사의 생각이다.

임철원 기자
사진ㆍ윤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