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학 분야 테마연구 몰두하는 학구파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울산의대 생명공학연구소 양현옥 교수가 대학 산하기관에서 자신처럼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화여대 약대 동기(78학번) 동미숙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동미숙 약사(약학박사)의 공식 직함은 고려대학교 BK21 생명공학원 사업단 연구교수다.
동 약사는 졸업 후 서울 인사동에 있는 의료법인 해정병원에서 한동안 근무했다. 병원 약국 근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동 약사는 인하대 의대 부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도미(渡美)해 포스트 닥(Post doc) 과정을 밟았다.

귀국해서는 KIST 독성학 분야 위촉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벌이다가 현재는 고려대학교 BK21 생명공학원 사업단에서 연구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동 박사는 현재 약물상호작용, 내분비 장애를 일으키는 안드로겐의 작용을 저해하는 물질 개발, 간경화를 저해하는 물질 개발 등 세 가지 테마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간경화 저해물질 개발은 과학기술부가 산-학-연을 연계해 추진하는 ‘뉴 프론티어’ 국책사업의 하나로 연구중인 과제로 합성의약품과 천연물신약으로 나눠 전개하고 있다.
연구는 기존 실리마린 제제가 간을 보호하고 초기 간경화를 저해하는 데 머문 것과는 달리 그 이상의 물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성의약품 부문에서는 산업체로 SK케미칼이 참여하고 있고 학계에서는 고려대학교(간경화 저해물질 스크리닝과 시험관 실험 실시)와 경북대학교(인체 실험 실시), 영남대학교(의약품 합성)가 각각 참여하고 있으며, 연구기관으로는 한국화학시험연구소(화학적 라이브러리 구축)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고려대학교 BK21 생명공학원 사업단은 1단계 기간인 내년까지 리드 화합물을 추출해 전임상까지 실시한 후 경북대와 영남대, 화학연에서 각각 진행하는 실험결과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간경화 저해물질 개발은 학계에서는 유효성분을 발견하기가 힘들어 “진흙탕에 발을 담궜다”고 평할 정도로 어려운 연구다.

그런 면에서 동 박사가 더욱 애착을 느끼는 분야는 바이오벤처 ‘생명의 나무’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천연물신약 개발이다.

합성의약품은 대부분 단일 성분으로 간경화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만을 제거함으로써 한번 투여할 때 효과는 강력해도 불완전한 반면 천연물신약은 한번 투여로 여러 가지 요인을 함께 제거함으로써 효과의 강도는 합성의약품보다 떨어질 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동 박사는 “아스피린이나 탁솔, 캡토프릴, 메바스타틴 등 유명 의약품이 천연물 연구에서 탄생한 것처럼 유효성분만 잘 추출하면 천연물신약이 합성의약품보다 낫다”고 말했다.
처방전 수용에 따른 조제에 머물고 마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많은 약국이 대체의학을 추구하고 있고 그 중 하나로서 취급을 모색하고 있는 부문이 오는 27일 법 발효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건강기능성식품이다.

천연물신약과 건강기능성식품의 차이가 함량에 있다고 생각하는 동 박사는 “헛개나무와 매실은 모두 각각 작용할 때는 숙취를 해소하지만 모두 좋은 거라는 생각에 함께 복용하면 간 독성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가 있다”는 말로 막무가내식 건강기능성식품 복용 권유의 위험성을 환기하고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건강보조식품은 건강한 사람이 일부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복용한 반면 건강기능성식품은 환자가 복용할 가능성이 많은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동 박사의 생각이다.

“약국 체질이 아닌 것 같아 연구자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한 동 박사는 “후배들이 진출분야를 너무 약국에만 한정하지 말고 제약회사나 연구소로 시야를 넓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동 박사는 화학적 요소가 약해 연구에 한계가 있는 의학과 생물학과는 달리 생체의 화학작용을 연구함으로써 의학과 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 약학연구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임철원 기자cwlim@pharmacyok.com
사진·윤강희 기자 khyun@jang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