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의학 접목의 첨병 自任하는 병원약사

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황기태 약사가 후배인 김남재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김남재 약사는 현재 경희의료원 약제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남재 약사(경희약대 75학번)의 명함에는 다양한 직함이 새겨져 있다. 경희의료원 약제부장을 비롯해 한약학과 겸임교수, 동서의약연구소약물연구부장, WHO 전통의약연구협력센타부장. 지난 79년 졸업 후 경희의료원에서 20여년동안 연구활동을 하면서 얻은 그의 이력이다.

양한방 협진병원인 경희의료원에서 약제관련 연구를 주무하고 있는 김 약사는 대학 졸업후 한방이 약사의 영역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한방을 과학화하는 연구에 매진해왔다. “한방에 대해 과학적으로 풀고자 노력했고, 양한방이 공존하는 병원의 특성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이유를 제공했다”는 것이 김 약사의 대답이다.

김남재 약사는 “한의약은 수천년 동안 민족의 건강을 위해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현대화하고 국민의 편의에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동서양 의학을 하나로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은 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한약을 과학화하면 죽는 것이 아니냐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면서 소비자의 편의를 도모, 한약제제를 엑스제 등으로 제조·가공하여 소비자의 복약 과정 등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약사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차이는 진단방법의 차이이며, ‘약’이라는 것은 동서양에서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같은 것”이라고 전제하고 “동서의약의 협력을 통한 제3의학이 ‘약’에서 나오고 있다. EBM(Eviden- ce based Medicine)을 기초로 한 약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약사는 현재 재직하고 있는 경희의료원에서 이같은 노력을 계속해 의료 일원화와 소비자 편의 및 국민건강 기여와 난치병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新의학’ 창조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경희대 한약학과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병원한약학 강의를 통해 한방병원에서의 한약사의 실질적인 역할을 찾는 작업에 몰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희의료원에 3명의 한약사가 근무중”이라고 밝히고 “이는 한약사가 제도권에 들어왔다는 것을 입증한다. 지금까지는 약사 면허 소지자가 한방약제과장을 맡아왔지만 장차 이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약사는 병원 한약학에 대해 ‘의료기관에 있어서 한약사의 역할’이라고 정의하고 “정확하고 신속한 조제 및 방법, 환자와의 대화를 통한 복약지도와 복약상담이며 결국에는 임상으로 의사들의 처방에 대한 투약후 반응에 대한 검토”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병원에서 한약 복약지도는 한의사가 주도하고 있으나 금기사항 등을 체계화하여 이를 약사 또는 한약사가 하는 것이 마땅하며, 현재까지는 한약과 양약이 병용 투여되는 부분의 약물상호작용 자료가 부족하다”면서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수집해 내년에 ‘한약 복약지도’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약사는 “현재의 2원적인 체제로 이뤄지고 있는 한약을 전문가 집단에서 연구해야 한다”며 “약국제제를 누구나 취급한다면 진정한 약의 의미가 서지 않을 것이다. 약은 식품보다 높은 차원이며, 그런 면에서 ‘藥食同原’ 은 현재 성립하는게 아니다. 식품에서 선택된 고차원의 물질이 약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藥師라는 직업은 국가로부터 면허를 인정받은 직능이며 한약은 다른 대체요법과는 달리 상당히 체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의 전문가인 약사·한약사가 취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에서 약사의 역할은 조제업무며 의약분업 이후 업무 변동이 심했으나 이제는 정착화되는 단계로 과거 병원약국의 경험을 살려 자기 직능에 대해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약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병원약사의 직능에 대한 소명감을 바탕으로 임상약학을 어떻게 적응시켜 나갈 것인가라는 중장기 플랜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

박환국 기자 hwan21@pharmacyok.com
사진·윤강희 기자 khyun@jang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