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빌려주기’ 운동 주창한 대형약국 약사

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신순복 서울시약사회 환경위원장이 “의약품 나눠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서울시약 환경위원 및 광진구 약학위원장 김석민 약사에게 바통을 넘겼다.

“모든 약국들이 처방약의 재고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의약품 소포장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약국간 ‘의약품 빌려주기’가 활성화돼야 재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대형약국의 다양한 의약품 구비는 약국들의 부족한 의약품 구색을 보완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시 광진구 자양1동 소재 100세약국 김석민(삼육대약대 85학번) 약사는 지난 96년부터 현재의 자리에서 약국을 경영해 오고 있다. 당시만 해도 대형약국이 여러 가지로 논란거리가 되곤 했지만 의약분업 이후 다양한 처방약을 보유할 수 있다는 특성상 대형약국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김석민 약사는 “동네약국들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처방전을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처방변경 등으로 재고부담을 겪고 있다”며 “더욱이 고가약 중심으로 처방되는 종합병원의 처방전을 수용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종합병원 처방이 점차 동네약국으로 분산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이같은 동네약국들의 재고부담은 한 약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하고 대형약국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다른 약국에서 필요한 의약품이 있을 경우 빌려주는 방식으로 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약사는 “우리 약국도 모든 의약품을 갖춘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약국에서 의약품을 빌려올 때도 있다”며 “현재의 분업 시스템 상에서는 약국들 간에 ‘의약품 빌려주기’가 더욱 활발해져야 약국의 처방약 재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약국에서 다른 약국에 의약품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약사는 “소형약국이나 대형약국이나 재고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다른 약국들과의 의약품 빌려주기를 활성화하는 한편 제약사 직거래를 적정선으로 유지해 재고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석민 약사는 또한 약사회 차원에서 수가 산정을 세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연구부서 설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약사는 “의약분업이 되면서 정부는 수가 인하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 시행하고 있는데 약사회 차원에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약사회 산하에 수가 연구부서를 만들어 수가 산정시 조제별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정부의 수가 인하 정책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국에서 단순히 알약을 처방조제하는 경우와 일일이 무게를 재야하는 어린이용 처방이나 시럽제 처방에 같은 수가를 산정하는 것은 약사의 조제행위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가약의 재고부담 등을 감안해 저가약과의 세금 부담이 차별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또 외국체인의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형약국으로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독실한 신자인 그는 안식일에도 약국문을 닫을 수 없어 약국에 출근해야 하는 근무약사 및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김약사는 새벽이면 배드민턴을 치러 집을 나선다. 대부분의 시간을 약국에서 보내는 그에게 몇 년 전부터 계속해온 새벽운동은 유일한 건강관리법인 셈이다.

김 약사는 올해도 약국을 오래 비워둘 수 없어 여름 휴가는 아내와 아이들만 다녀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미래를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을 만큼 바쁘게 살아왔다는 김약사는 50세가 됐을 때 약국이 안정되면 가족과 함께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석민 약사는 현재 광진구 약학위원장 및 서울시 환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캠퍼스커플이었던 부인 오수옥(38세)씨와의 사이에 혜인(11세)양과 동인(7세)군 남매를 두고 있다.

김정일 기자kji@pharmacyok.com
사진·윤강희 기자khyun@jang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