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장현숙 약사가 13년전 사상의학 연구모임에서 만나 교류하고 있는 전주약국 송순애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산성역에서 내려 산성동 방면 출구로 나오면 빵집이 있는데 거기서 위치를 물어보면 가르쳐 줄 겁니다”

위치를 묻는 질문에 송순애 약사(원광대 약대)는 이같이 대답했다.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길가에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주약국은 동네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길가에 있지 않은 약국인데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전주약국은 주민에게 친숙한 약국이다.

송순애 약사는 경기도 성남시 산성동 한 곳에서만 29년째 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군에 몸담고 있던 남편이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으로 전속을 와 그 기간 동안만 이 곳에서 약국을 경영하려고 마음먹은 게 오늘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전주약국은 동네사랑방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좀 어떠시니? 이제는 좀 잡숫기는 하시니?”

송 약사가 단골고객 가정의 형편을 속속들이 훤하게 꿰뚫고 있음을 고객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근처 병의원이 아닌 먼 곳에서 처방을 받았는데도 굳이 이 곳까지 처방전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엄마 손을 잡고 오던 이들이 장가들고 시집 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구요”

이것은 단지 한 곳에서 30년 가까이 약국을 하고 있는 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고객 한 명을 내 가족처럼 진심으로 대한 데서 온 결과였다.

송 약사는 약사가 세상 사람들의 눈에 장사꾼으로 비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30년 가까이 고객을 가족처럼 진심으로 대하면 통한다는 신념으로 약국을 경영해 왔습니다”

송 약사는 13년전 사상의학에 심취한 이들과 함께 공부했다. 그 공부모임은 오늘날 옵티마케어 체인의 모태가 됐으며, 송 약사는 산파 구실을 했다.

약국체인 옵티마케어는 식생활 변화에 따른 음양오행의 불균형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사상의학을 약국에 접목, 환자의 체질을 감별해 건강보조식품, 한약, 양약 가운데 자연치유력을 증강시키는 최적(Optimum)의 치료법-옵티마요법-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1996년 5월 출범한 체인으로 지난 1월 현재 회원약국은 약 5백곳이다.

옵티마요법은 건강보조식품을 위주로 환자를 치료한다. 환자의 체질을 감별한 다음, 체질에 따라 건강보조식품 하나만을 권하기도 하고 양약이나 한약을 곁들인다. 자연스럽게 옵티마케어 체인의 PB도 건강보조식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옵티마케어 체인은 현재 1백50여 PB를 회원약국에 공급하고 있는데, 전주약국에도 진열대 상단에 PB들이 잘 진열돼 있었다.

전주약국 매출의 40% 정도는 이같은 PB가 차지한다.

송 약사는 “처음에는 사상의학이었지만 현재는 64상까지 이야기할 정도니 사람의 체질을 감별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말하고 “올바로 체질을 감별하려면 쉼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약사는 단순히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데도 사상의학을 적용, 해열제를 권해도 체질에 따라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을 구별해 권한다고 한다.

슬하의 1남 3녀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막내딸을 빼고는 모두 의약계로 진출했다.

송 약사는 자녀들이 모두 장성함에 따라 한때 약국을 그만 둘까 생각하다가 계속 약국을 경영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치의대 전임의 과정을 밟고 있는 둘째 딸과 제대후 한의대에 복학한 셋째 외아들에게도 엄마가 약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약대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큰 딸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임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