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에 소재한 옵티마 동보약국은 ‘學을 바탕으로 術을 펼쳐야 한다’는 프로경영인 장현숙 약사(성균관약대 72학번, 52세)의 27년 보금자리이다. 음양의 조화를 위해 설치했다는 내부의 자동문이 이채롭다.

장현숙 약사는 10여년 전부터 약국에서 건강보조식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해 현재는 일반의약품 비중은 낮고 건식 비중이 높은 상태. 이에 대해 장 약사는 사상의학 등에 대한 배움을 약국경영에 적극 활용하면서 약국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고, 결국 상당수의 단골고객을 확보해 의약분업의 큰 파고를 비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옵티마케어의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장약사는 모든 약사들이 프로경영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약사는 “이를 위해선 學을 바탕으로 術을 펼쳐야 한다”며 “學이 완벽해져야 術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적인 측면에만 치중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약국경영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

또 약대에 대체의학과 약국경영에 직접 도움이 되는 과목이 개설됐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내비쳤다.

사상의학이나 양·한방 생리 등에 대한 강의를 시작한지도 8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장약사. 장약사는 한때 자신이 배운 지식을 다른 약사에게 알려주는 게 아까워 말을 아끼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러나 전체 약사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는 한 개별약사의 위상이 높아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몇 년 전부터는 모든 지식을 동료약사들과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약사는 동보약국에 있는 근무약사들에게도 꼬박꼬박 강의를 듣도록 하고, 매일 과제를 내준다면서 모두들 불만없이 따라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약사는 현재 옵티마케어를 비롯해 덕성여대, 사상학회 등 3곳에 출강하는 한편 성균관대 약학대학 박사과정(약물체내동태학)을 밟고 있는 등 자신의 배움에 대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약사가 사상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화재로 인해 화상을 입고 많이 아팠던 일이 계기가 됐다. 몸이 아픈데도 별다른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

절실한 심정으로 시작한 공부였지만 주위에서 배움을 얻기가 어려워 결국 독학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어느새 유명강사로 자리잡은 장현숙 약사. 독학으로 배움을 얻다보니 한번은 모인사로부터 ‘엉터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그러나 정작 그 말을 했던 당사자가 자신의 강의를 듣고나서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장약사는 배움이 계속될수록 섣불리 상대방을 판단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며 사상의학을 배우던 초기 약국을 찾은 환자들을 무슨 체질이라고 규정해 처방을 내렸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배움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는 장약사이지만 60세가 되면 약국을 벗어나 지난 시절 미처 펼쳐보지 못했던 그림에 대한 꿈을 이어갈 생각이다.

장약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미술을 전공할 생각이었지만 형제(9남매)가 많았던 관계로 고액의 레슨비를 부담할 수 없어 결국 진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약대로 진로를 바꾼 이후에도 미술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틈틈이 그림을 찾곤 했다는 장약사는 이제 8년후를 기약하고 있다. 또 손가락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키보드를 치는데 열중하다보니 어느샌가 같은 또래의 약사들 사이에선 수준급의 워드 솜씨를 갖게 됐다.

장약사는 앞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불교화를 그릴 생각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불교화의 정적인 면에 깊이 매료된 상태로 사찰을 다니면서 불화에서 느꼈던 정적인 깊이를 화폭에 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