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의 들뜬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결심으로 무장해야할 시기, 서울시 강남구 ‘바로나약국’의 신성주 약사를 만나 청량음료처럼 상큼한 약국경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성주 약사를 추천해 준 지난 릴레이인터뷰 주인공 유대식 약사는 신약사와 강남구약사회 집행부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다. 신성주 약사는 5년간 정들었던 송파구의 약국을 정리하고 지난해 강남구 신사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바로나’라는 약국명은 병을 바로 낫게해준다는 뜻도 있지만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강조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전에는 자신의 이름을 약국명칭에 그대로 사용한적도 있다. 이름 석자를 내걸 수 있을만큼 자신감있는 태도로 약국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신약사의 평소 지론이다.

신성주 약사는 솔직히 요즘 맘이 편치않다. 약국경영과 관련된 강의라면 모조리 쫓아다니며 임상양병학과 판매 노하우를 익혀왔으나 분업 이후부터는 이런 지식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 자리잡은 약국 건물에는 클리닉 의원이 즐비하지만 대부분 처방이 아닌 케어 중심이어서 처방조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조제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보니 그동안 아낌없이 투자하며 배워 온 지식들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신약사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에 오피스 빌딩이 많고 2,30대가 주 소비층임을 감안, 화장품과 비타민·의약외품 등으로 특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 샘플링을 통해 직접 사용해보고 안전성이나 효과가 입증된 제품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트러블 없는 피부를 가지고 있어야 환자들도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부관리에도 신경쓰는 편이죠. 조금만 생각해보면 약국경영을 위해 약사들이 해야 할 일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될겁니다.”

특유의 상냥하고 섬세한 성격은 단골고객을 확보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한번 다녀갔던 환자도 얼굴을 기억하고 아는체 해주면 금새 단골손님이 된다. 약국을 옮긴 이후 송파구에서 강남구까지 원정을 오는 고마운 손님들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주에 한 번씩은 꼭 관련 강좌를 챙겨듣는다는 신약사.그녀의 약국에는 옵티마케어, 동의한방체인,임상양병학회 등에서 받은 수료증들이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요즘은 강남구약사회 집행부와 이화약대 강남개국동문회 활동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82학번 출신으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이제 막 마흔 고개를 넘겼다. 그러다보니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선후배들을 잇는 가교 역할도 자연히 그녀 차지가 됐다.

“강남구약사회 집행부에는 젊은 임원들이 많아서 다른 분회보다 활기가 넘치는 편입니다. 분업 초기에는 350여개나 되는 회원약국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나이드신 선배님들께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드린 적도 있습니다.”

얼마전 이화약대 선후배 개국동문들과 함께 다녀온 홍콩 여행은 지금도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평소에는 어려워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 했던 선후배 사이지만 이때만큼은 그동안 서운했던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돈독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그저 심부름꾼이기를 자처하며 묵묵히 일하는 신약사가 있는 한 조직 안의 세대격차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개국가로서는 여러가지로 위축되기 쉬운 시기입니다. 강의를 열심히 듣고 여러가지 활동을 분주히 하는 것은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죠. 자연스럽게 동료나 선후배들과 어울리다보면 몰랐던 정보도 얻게 되고 새로운 돌파구도 찾게됩니다. 모든 약사들이 삶의 활력소를 찾아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최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