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사회의 걸출한 지도자들이 의기투합했다. 지난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유태일 울산시약사회장이 다음 타자로 지목한 인물은 다름아닌 노숙희 충남약사회장. 노회장은 유회장의 거침없는 추진력을, 유회장은 노회장의 당당하고 소신있는 모습을 각각 높이 평가했다. 두사람 모두 서로를 '큰 일할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는 모습이 정겹다.

충남약사회 노숙희 회장은 발로 뛰는 현장회무로 유명하다. 약사회 소속 8백여개의 약국을 일일이 찾아다닌 일은 기념비적인 일화로 남아있다.

서울보다 더 넓다는 천안을 시작으로 예산, 홍성, 청양을 지나 서천의 어느 고을에 이르기까지. 아침 6시부터 40~50개의 약국을 하루에 다 방문한 적도 있다.

대도시와는 달라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약국들을 일일이 찾는 것은 숨바꼭질을 방불케했다고.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냈다고는 믿기 힘든 이같은 업적은 노회장의 타고난 부지런함에 기인한 바가 크다.

“처음에는 회장이 직접 약국을 방문한다니까 부담스러워하는 시선이 더 많았습니다. 무슨 감시라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많이 받았죠. 회원들이 나의 방문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최대한 말을 아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는 당부와 함께 명함을 전하는 것으로 방문을 대신 했습니다"

이같은 노회장의 진심이 전해졌던 것일까. 방문을 거듭할수록 회원들은 마음을 열게 됐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노회장은 방문의 초점을 “의약분업 시대에 회원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에 철저히 맞춰 이를 회무에 반영하는 것으로 회원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회원약국의 이모저모를 속속들이 알다보니 노숙희 회장에게는 남다른 노하우 하나가 생겼다. 바로 회원들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탁월한 능력이다.

한번은 담합문제를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회원들이 있어 노회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문제가 된 약국의 위치며, 해당 약사들의 됨됨이가 눈에 훤하다보니 해결방법까지 머릿속에 훤하게 그려진 것.

선배약사에게는 후배를 배려하는 관용의 마음을, 후배약사에게는 선배를 존중하는 마음을 호소하며 ‘공존공생’을 설파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갈수록 약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실에서 제살깎아먹기식 다툼은 노회장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하는 씁쓸한 일이다.

약사회 살림을 맡기 시작한지 올해로 25년. 부회장에서부터 시작해 웬만한 보직은 안 거쳐본 것이 없다는 노회장은 충남약사회장 취임 이후 느슨한 마인드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했다. 약사회 직원들은 점심시간에도 마음껏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임원들의 고생도 만만치않았다.

약사회는 회원들을 위해 존재하며 모든 것이 회원 중심으로 돌아가야한다는 노회장의 고집 때문이다. 덕분에 충남약사회는 전국에서 가장 ‘튀는 약사회, 열린 약사회’의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

“가장 큰 힘은 뒤를 받치고 있는 주옥같은 임원들이죠. 우리 임원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지만 서로 마음이 잘 맞기로 유명합니다.

충남 특유의 ‘양반’정서가 잘 조화를 이룬 탓이죠. 회의때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지만 일단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잘 따라주어 지금처럼 원활한 회무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적지않은 업적을 이루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노회장의 보폭은 조금씩 더 커져가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는 한약학을 가르치는 겸임교수로, 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분과 상임위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객지에서 생활하는 아들에 대한 따뜻한 뒷바라지도 잊지 않는다. 약사의 권익과 위상을 위해서라면 어떤 자리, 어떤 역할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요구사항을 위해서라면 정당의 당론도 바꿔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들에게만큼은 전지전능한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노숙희 회장의 당찬 한마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