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국가에서 성분명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의보약가 고시 자체가 제품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품명 중심으로 구성된 의료보험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성분명 처방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세무도우미 김응일 약사가 약가전문가 서광훈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서울대병원 인근에서 정문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서광훈약사(56세, 서울대약대 67학번)는 약국경영 2년차의 初心 약사이다. 그러나 제약사에 20여년간 몸담아 오면서 끊임없이 약가 문제를 연구해온 약가전문가로도 통한다.

서광훈 약사는 약국의 생존을 위해선 외부적으로는 조제수가 및 약가 관련 정책에 초점을 맞추면서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복약지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약국가의 전체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조제수가와 약가 부문에 대한 연구작업이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의 취급의약품이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약가 및 조제수가가 약국의 경영과 가장 밀접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 관리하기 위해 약사회 차원에서 약가정책연구소를 발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보건대학원이나 약학대학원에 들어가 약가관련 논문을 쓰고 싶다는 서광훈약사가 약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의료보험제도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아제약에서 병원영업을 담당하고 있었던 서약사는 생소한 보험약가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일이 중요한 일과였다고 회상한다.

서약사는 약가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국내 10여개 제약사 병원영업 실무책임자들과 의보약우회를 구성, 초대 회장을 맡게 된다. 당시 회사에서도 병원영업은 제쳐 두더라도 모임에 참여하라고 권했을 만큼 제약사에서 보험약가 문제는 그 생소함 만큼이나 조속히 실마리를 잡아야 할 문제였다는 것.

이후 일본 10대 제약업체를 일일이 방문해서 병원영업 대책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 약가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에 몰두하게 된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업계에서 약가전문가로 인정받은 그는 79년 제약협회 의보약가 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았고, 84년에는 중앙약심 한국의약품 분류작업 초안 작성에 참여하게 된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제약업계에 몸담았던 서광훈약사는 의약분업의 모델약국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1999년 현재 정문약국의 입지를 확보하고 개국하게 됐다.

당시 의약분업 자체가 실시되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분업은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광훈약사가 약국을 개국한 이후 약가 문제 못지 않게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 문제였다.

분업 전 20-30종의 경질환이 약국이 다루었던 질병영역이었다면 분업 후에는 1천여종의 질병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복약지도에 나서야 한다는 서약사.

이로 인해 서약사는 늘상 질병집과 약품집을 양쪽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정문약국의 모든 약사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

그는 복약지도의 핵심은 효능, 부작용, 약물상호작용, 질환치료 패턴 등이라며 복약지도를 잘하는 약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조제, 감사, 투약 등 3차례에 걸쳐 처방을 확인하는 3심제를 운영해 조제과오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서광훈 약사는 지난해 성균관대 약학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분업 상황에서 약국을 비워두기 어려워 포기했다. 머지않아 보건대학원이나 약학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조선무약에 재직중이던 지난 99년 서울대초빙부교수로서 약대 4학년생들의 제약사 실습을 담당했으며, 2000년에는 제약사에 근무하는 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한약사회 의약분업 특별강사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동향(대구 달성) 친구의 동생인 부인 황정자(51세)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