霜風高節(상풍고절). 곤경에 처하여도 굽히지 않는 서릿발 같은 높은 절개를 그리워했던 탓일까. 지난호 릴레이인터뷰 주인공 오건영 약사는 93년 전약협 한약투쟁 때 꼬마 민주당사에서 45일간의 점거농성을 이끌었던 오성곤 약사(성대 약대 91학번)의 안부를 물어왔다. 오성곤 약사는 현재 대한약사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97년 졸업 후 5년여 동안 오성곤 약사는 3년이 넘는 세월을 대한약사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졸업 초와 한때 약국 근무약사와 개국약사로서 생활했던 것이 다른 약사들과 비슷한 평범한 삶이었다면 전문위원으로 생활했던 대부분의 시간들은 先公後私의 정신을 그대로 실천한 시간.

지난 95년 약사회가 회원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사회 감시를 자처했던 상근약사 제도는 99년 이후 전문위원제도로 정착, 조직 개혁과 전문성 강화·정책 리딩그룹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역할로 발전했다.

그는 전문위원으로서 활동했던 시간동안 가장 보람 있던 사업의 성과로 98년 현재의 분업안을 완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던 것을 첫 번째로 꼽고 있다.

97년 약사회에 크게 불리했던 의개위안을 무너뜨리고 의약품 슈퍼 판매 주장을 철회하는 등의 큰 성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98년 6월 분추위안 확정 이후에는 분업을 완성시키기 위해 의원과 약국을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신경을 집중했다.

종합병원을 기관분업에 포함시키고 의약품 분류에도 참여해 전문의약품 수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그때의 일은 지금은 ‘한탄’으로 그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 당시 개원의들이 살아야 분업이 정착된다는 대의를 위해 전문의약품 수를 대폭 늘렸던 것인데 지금 의원들이 돈 문제에 집착하는 결과만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것이 한 둘이 아니다”며 회고했다.

99년 첫 약업박람회를 준비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분업을 위한 준비로 정보화·전산화에 대한 마인드를 갖게 하고 제약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경영 다각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약국경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자각’입니다. 인테리어와 분업 제도 등은 그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상당 수 달라지고 있지만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은 준비해야 한다,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줬다는 것에서 성공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의약품 정보 DB를 구축하기 위한 초반의 작업도 그가 했던 주요 사업중의 하나. “약사가 약의 전문가라는 것은 바로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직결됩니다. 분업전에는 약의 조제·판매가 약사의 역할이었지만 분업후에는 약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시켜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개국 약사들이 바쁜 조제 업무속에서도 수시로 의약품 정보를 살필 수 있도록 CD를 만들기로 하고 1백여 명의 개국약사들이 4개월 여 동안 밤샘작업 등 자원봉사를 통해 완성했다. 이때 그는 자기 허리 높이만큼 오는 외국 책들을 살펴보며 밤샘 번역을 매일 되풀이했다.

이같은 편집 작업과 CD제작 작업을 거쳐 약업 박람회 당일 배포했을 때는 나름대로의 희열도 맛보았다.

오성곤 약사는 전문위원제도의 발전을 위해 한가지를 주문했다. “개혁성과 전문성, 리딩그룹의 정책 생산 등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위원의 역할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약사회 인맥의 정치성을 배제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그런 이후에나 약사회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약사회 임원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을 통해 정책을 움직이는 지금의 세태를 꼬집었다. 일에 대한 성취감과 발전의식으로 정책을 생산하며 보람을 낙으로 삼는 전문위원의 설 자리를 잃게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한계 때문일까. 현재 약국용역사업에 대한 분석작업을 펼치고 있는 오 약사는 이 일이 끝나는 대로 전문위원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잠시 휴식을 가진 후 분업 후 달라진 약국환경에서 근무약사로 일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