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황해평 약사가 1993년 한약분쟁 때 전국 약학대학 학생회 협의회 대변인으로 전약협을 이끌며 약대운동에 앞장섰던 오건영 약사의 안부를 물어왔다.

오건영 약사(31세)는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91학번으로 삼육대 약대에서는 학생회장을, 제4기(1993년도) 전국 약학대학 학생회 협의회에서는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는 젊은 약사로, 2000년 9월부터 서울 마천동에서 푸른솔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오 약사는 대학 진학시 학과를 선택할 때 거여동에서 푸른솔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어머니 임재연 약사(성균관대 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약국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약사라는 직업과 약사가 일하는 약국이라는 공간을 친숙하게 접해 왔기 때문이리라.

지난 93년 발생한 한약분쟁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별 고민없이 약대에 진학하고 평범한 약대생 중 한 명이었던 오건영 약사를 ‘운동권 학생’으로 만들었다.

“의사, 약사 등은 일반 직업과는 달리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직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한약분쟁은 정말 약사라는 직능이 사회에서 어떠한 일을 감당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약대를 졸업한 95년 대한약사통신·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청년약사회 등 3단체는 ‘전문 카운터 추방과 직선제 정관 개정 추진을 위한 위원회’, 일명 ‘전직추’를 결성하게 된다.

3단체가 이같은 위원회를 결성하게 된 것은 약사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약국을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가 전문 카운터를 통한 약국 운영에 있고 간선제에 의한 약사회장 선거가 임원들로 하여금 진정 회원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 약사도 이 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지만 개국을 하고 보니 현실은 이상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고 한다.

“개국을 하고 보니 약국에서 카운터를 추방해야 한다는 등 학생 시절 고민했던 문제들을 팽개쳐버리고 돈이 된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유혹에 빠지게 되더군요”

전약협 대변인으로서 약대 운동을 한 바 있는 오 약사도 그러니 그런 고민마저 없는 후배들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

“한약분쟁을 계기로 약사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졸업한 운좋은 측에 속하는 저같은 사람도 그런데 그런 계기가 없어 아무런 고민없이 졸업하게 된 요즘 후배들은 어떻겠습니까?”

오 약사는 그로 인해 약사면허를 대여해주는 일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는 약사의 책임과 권한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오 약사는 “예전에는 약대를 졸업하면 제약회사에 연구원으로 들어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더 공부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았으나 의약분업 이후 너도나도 약국 약사로만 지원함에 따라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지원하는 이들이 줄고 대학원 진학생이 없어 전형이 예전보다 쉬워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오 약사는 요즘 예전에 운동을 함께 했던 이들로부터 대외활동을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고 있음에도 이를 뿌리치고 오로지 약국 경영에만 힘쓰고 있다.

이는 대외활동도 중요하지만 약국 한 곳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가격이 싸거나 약사가 맘에 맞아 약국을 찾았다면 현재는 약국의 전체 이미지가 약국을 찾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 약사의 약국관이다.

오 약사는 이를 위해 의약외품, 기능성화장품 등 의약품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제품군이 늘어나고 있지만 같은 제품이라도 약국에서는 다른 서비스로 고객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 약사는 지난해 삼육대 약대 후배인 박지영(94학번) 약사와 결혼해 6개월 된 딸 재이 양을 두고 있다.

임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