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발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오늘날도 애창되는 대중가요 ‘상록수’의 가사다.

이 노래가 오늘날도 애창되는 까닭은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자기 중심을 잡고 자리를 지키는 이들을 우리 사회가 갈망하고 가사를 읊으며 그렇게 살겠노라고 가슴을 여미기 때문일 것이다.

의약분업의 제도 변화 속에서도 약사상을 올곧게 세워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지난주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최병태 약사가 신광식 약사의 안부를 물어왔다. 1993년 한약투쟁 때 약사통신의 논객으로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고 의약분업 논의시에는 대한약사회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한 축을 형성한 바 있는 신광식 약사는 이 시대의 약사상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신광식 약사는 당시 활동을 벅차고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회고했다. 마치 지난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한국팀 승리’를 위해 하나가 됐던 것처럼 민초 약사들이 ‘직능수호’란 기치 아래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던 것.

그러한 투쟁을 밑거름으로 의약분업이 태동됐다고 생각하는 신 약사이기에 의약분업을 바라보는 생각도 남달랐다.

“1998년 당시 약사회의 대체적인 정서는 의약분업 반대였습니다. 협상장에서 의협이 제시한‘합의연기’안을 수용하려 했던 약사회 협상단에 맞서 의약분업을 해야만 한다고 설득, 온 몸으로 막아냈던 것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의약분업 실시 2년째로 접어든 지금 그처럼 의약분업 실시를 온 몸으로 주장했던 신 약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변질됐다는 말이 많고 그 말이 맞지만 의약분업은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과제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자각과 실천을 통해 약의 전문인으로서 약사의 위상을 세워나가는 일입니다”
신 약사는 의약분업 시대 약국상으로 ‘환자 지향 약국’을 설정하고 이를 몸소 실천해 왔다.

“의약분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자 지향이 아닌 의사 지향의 형태가 고착화되고 있는 점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약국은 환자와 의사의 중간에서 이를 잘 매개하는 환자 지향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약인지도 모른 채 그냥 처방만 받아오는 환자들에게 복약지도를 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환자 지향 약국의 핵심.

신 약사는 별다른 처방을 할 수 없어 진통제만 처방받아 오는 환자에게도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아는 게 힘’이라는 생각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의사 지향의 분업 환경에서 환자들은 ‘처방을 받은 약이니까 부작용이 없을 것’, ‘부작용이 없는 약이 좋은 약’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탕으로 맹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신 약사는 환자들의 이러한 그릇된 인식을 교정시키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겪어왔다.

“환자들에게 공격적인 복약지도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다보니 이를 좋게 생각하는 의사들도 일부 있었지만 혐오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부는 환자들에게 그 약국은 가지 말라며 따돌리기도 했습니다”

‘사필귀정’이라고 이러한 과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현재는 이웃 병원에서 진심을 받아들여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시대 환자와 의사를 매개하는 약국으로서 ‘전형’을 형성했다고 자부하는 신 약사는 약사상은 누가 세워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개척해야만 하며 지식으로만이 아니라 철학을 바탕으로 위상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때 확립해 나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