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午年 새해가 밝았다.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만으로 1년 6개월. 지난 한해는 주사제 분업제외 등으로 완전분업이 깨지고 처방전 유치가 힘든 약국의 경영이 위협받아 약사 사회가 크게 동요된 해였다. 올해는 제19차 FAPA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뜻깊은 해이다. ‘약국을 통한 적절한 환자관리’를 주제로 하는 이번 FAPA총회의 조직위원장에는 김희중 전 대약회장이 선임됐다. 대한약사회 총회의장이기도 한 그를 만나 FAPA총회의 의미를 살펴보고 현 약사사회의 당면 현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상대단체인 의사협회가 분업재검토와 선택분업을 주장하고 있는데.
- 의약분업이라는 보건의료 대개혁에 참여했던 주인공으로서 시대적 흐름을 묵살하고 제멋대로 나가는 것에는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동정마저 들고 있다. 의협 대표와 내가 만나 분업의 큰 골격을 만들었는데 현 의협 집행부가 당시의 합의를 무시하고 제로상태를 선언하는 것은 지식인 단체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올해 약사회와 개국가를 비롯한 약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 의사들이 지난 반백년동안 누렸던 건강권에 대한 관행을 잊지 못하고 말이 안 되는 오만가지 푸념들을 내뱉고 있다. 그로 인해 상대단체인 우리 약사회원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한약사회를 통해 약권의 목표를 설정하고 약사직능을 수호하기 위해 좌절하지 않고 하나로 합심, 약사직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퇴임 후 약국을 이전해 운영하고 계시는데.
- 대약 회장을 하면서 건강이 많이 훼손되어 일단은 내 몸을 추스르는데 많이 할애하고 있다. 약국 근무를 통해 약국경영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우리 약국 또한 처방전 유치가 힘든 분업의 피해약국이다. 약국경영에 많은 애로점을 겪고 있지만 약사로서의 직능은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의약분업이 현재의 반쪽분업으로는 안 된다. 완전분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과도기 상태로 그 과정이 너무 길어 회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회원 모두가 대내갈등을 뿌리뽑고 단결해야 한다.

·분업 초부터 현 한석원 회장 체제에 이르기까지 의약분업 틀을 깨지 않기 위해 약사회가 상대단체인 의사협회에 많은 것을 내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 ‘뺏겼다’, ‘얻었다’라는 것은 아직까지 단정짓지 못한다. 주고받는 사정은 회원보다 집행부가 더 많이 알고 있다. 집행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회원들의 열망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한 것이 더러 있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의 질책도 중요하지만 집행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약사회 임원의 자세와 변화하는 약업 환경에 대응하는 태도는.
- 약사회 임원은 회원의 모범이 되야 한다. 만일, 분업 후 문전약국으로 옮기고 면허를 대여, 약국을 2중으로 개설하는 사람이 있다면 임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약업계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회원들은 정책 흐름 변화에 적응력을 키우고 피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약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대처하고 현실에 맞서야 한다. 의협에서 선택분업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약사 직능의 사활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 임의분업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2-3년 뒤의 약사 사회에 대해 조망한다면.
- 2-3년 후에는 식약청에서 주관하는 생동성시험이 많이 진척, 대부분 대체조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 기간까지 힘든 시간이 될 터이지만 약사회를 중심으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회원들이 약사회의 정치세력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 은연중이라도 정치세력화를 표방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약사라는 직능인 집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세력화 요구는 의사회의 독선에 불과하다. 환자를 대하는 직능인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환자와 국민들을 마음으로 움직여야지 힘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의사협회가 자기자만에 빠져 상대단체에 대해 반응이 없고 희대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들도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와 유관단체와 합심하여 참다운 국민보건 단체로 돌아가야 한다.

·제19차 FAPA 총회의 의미는 무엇인가.
- 동남아시아는 약업 환경의 토양이 대부분 비슷한 지역이다. 나라에 따라 빠르고 느리다는 차이는 있지만 약사직능이라는 밑그림은 거의 같다. 제19차 FAPA총회를 통해 약의 正道와 순리를 인정받는 것이 이번 대회의 의미이다.

대회 기간 동안 각 국의 약학회 정책을 보고 배우면서 약사 개개인이 미래에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느끼는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그동안 분업으로 잊었던 약사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약사회의 정보화가 많이 진행되고 축적된 결과 소수 정예 인원으로 최대효과를 볼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국내 준비위원은 3백명선으로 구성된다.

·FAPA사업의 하나로 약업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약업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지난 행사를 거울삼아 약사회가 어떤 이벤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약사 축제의 국제적인 장으로서 약업박람회를 구상하는 것이다. 기존의 FAPA와는 차별성을 가지는 대회로 만들 것이다.

대담 : 송준산 부국장 jss213@pharmacyok.com
정리 : 박환국 기자 hwan21@pharmacy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