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관리료 체감제, 한약사 처방권 확대, 한약관리법 등으로 인해 약사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대한약사회는 상임이사회 등을 연이어 열고 대책마련에 여념이 없으며 서울시약사회도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등 단위약사회들 또한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병원앞 문전약국이 의약품 관리료 체감제의 최대 피해자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삼성제일병원 앞 성균제일약국 문승렬 약사를 만나 문전약국의 현안과 관리료 체감제의 실상에 대해 들어봤다.

▲제약회사에서 30여년 근무하다 분업이 시작된 지난해 7월 약국을 개업했는데 문전약국의 실상은 어떤지...
올해들어 문전약국들의 양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여기 삼성제일병원 앞만 해도 처음에는 약국이 3개 있었는데 이제 6개로 늘었습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구요. 그렇다고 병원 처방전이 더 늘어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같은 수의 처방전을 나눠 갖다보니 지난해에 비해 경영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는 비단 여기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 병원 앞 약국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봅니다. 처방전 나오는 곳으로 약국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병원앞 약국 처방전 전체를 합쳐볼 때 분업초기에 비해 30% 정도 처방전이 줄었다고들 합니다. 이는 분업이 정착되면서 처방전이 분산된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모든 문전약국이 엄청난 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문전약국 중 현재 하루 2백건 이상 처방전 받는 곳은 아마도 몇 곳 되지않을 겁니다.

▲문전약국이 의약품 관리료 체감제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들 하는데...
현재는 문전약국이 관리료 체감제의 가장 큰 피해자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적거나 많거나 개국가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지난해에는 병원 전체 환자의 15% 정도만 동네약국으로 갔으나 지금은 35% 가량의 처방전이 동네약국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는 동네약국도 체감제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재도 경영이 어려운 대부분의 문전약국이 조제료 수입의 15% 정도를 깎아먹는 체감제가 실시되면 더욱 경영 압박을 받을 것은 자명합니다.

▲의약품 관리료 체감제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아시다시피 현재 약가 마진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분업 시작전에 약품 손실분에 대해 0.5∼1%를 보상한다는 안이 거론되다가 이를 취소하고 관리료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하루 100원 관리료도 약품 손실률과 재고, 포장비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90일까지만 관리료를 인정한다니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정책입니다. 종합병원에서 90일 이상 처방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그리고 90일 이상 처방시 포장재 등 재료비는 들어가지 않습니까? 인건비나 재료비는 조제일수에 비례해 늘어나는 겁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약국, 특히 문전약국의 실상을 너무나 모르고 정책을 세웠습니다. 분업 초창기 문전약국으로 환자가 몰리자 문전약국들이 엄청난 이익을 내는 것으로 생각해서 체감제 등을 시행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체감제를 실시하려면 현재의 실거래가 상환제를 고시가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더욱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입안했으면 합니다.

▲현재 문전약국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관리료 체감제가 아니더라도 개개의 문전약국 실상을 들여다 보면 외부에서 보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병원 앞 1~2개 약국을 제외하고는 동네약국보다 수입이 적은 곳도 꽤 있을 것입니다. 주위에 약국이 자꾸 늘어나면서 처방전 숫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으나 고정 경비는 계속 늘어납니다. 동네약국은 혼자서도 하루 70건 정도의 처방전을 소화할 수 있지만 문전약국은 불가능합니다. 문전약국은 특성상 절대 인력과 시설이 필요합니다. 문전약국의 경우 대부분 근무약사 포함 5명 이상의 직원이 있고 최소 하루 150~200건의 처방전이 나와야 겨우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데 현재 200건 이상 처방전을 받는 문전약국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문전약국은 장기처방이 많은데 요즘 한달분 처방만 넘으면 거의가 카드로 결제합니다. 그러면 카드 수수료가 2.7%입니다. 환자가 몰리는 몇시간 동안 문전약국이 북적대니까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줄 알고들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다. 문전약국 개설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내년에 관리료 체감제까지 실시되면 앞으로 문전약국의 경영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약분업 자체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처음 정부의 예측이 잘못됐습니다. 단계적으로 분업을 시행했으면 이런 문제점이 없었을 것입니다. 조제료 등 모든 것을 산정해놓고 곧바로 시행하니까 경비가 예상보다 과다 지출되고 그러니 건강보험재정을 위해 관리료 등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대 문제점은 전문약 숫자를 대폭 늘린 것입니다. 경질환자의 경우, 약국에서 환자를 수용해야만 보험재정 절감과 함께 국민도 편합니다. 전문약 숫자가 늘어난 만큼 정부가 약가를 떠안았습니다. 더불어 너무 의사들 눈치를 살피다가 하나씩 둘씩 계속 주기만 했습니다. 이 두가지가 보험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또 아직까지도 약국에 와서 일반약을 살 수 있냐고 묻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분업 이전과 직후 홍보가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약사는 물론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는데 있습니다. 내년 대선이 끝난 후 분업이 어떻게 갈지 벌써 걱정들 하고 있습니다.

▲약사회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동안 제약업계에만 30여년간 근무하다가 개국한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그렇습니다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의사들은 계속 얻어가는데 약사들은 뺏기기만 한 것 같습니다. 강력하게 회원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강한 약사회가 돼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달체계가 약하다고 보여지는데 약사회의 정책 등이 순식간에 일선 약국까지 전달되고 피드백될 수 있도록 조직관리가 돼야 합니다. 또 현안이 있으면 회장이 직접 나서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안이 대약에서 지부로, 다시 분회·반회로 일사분란하게 전달되고 다시 대약까지 즉각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회장이 정점이 되어 전국적으로 의견이 통합돼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약사회가 약하게 보이니까 정부가 약사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대한약사회와 서울시약사회를 보면 간혹 불협화음이 들리는데 이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서로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반목은 안됩니다. 지금은 힘을 하나로 합칠때입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될까말까한데 정부나 의협 등에 중구난방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되겠습니까? 더욱 강한 약사회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사장 재고약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재고 문제 정말 심각합니다. 재고 등을 감안해 의약품 관리료가 책정됐는데 이마저 깎아버리고 재고는 계속 늘어나니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외부에서는 문전약국은 재고 문제가 덜하다고들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합병원이 예전에는 1년에 1∼2차례 정도 D.C(신약위원회)를 열어 신약이나 신제품의 원내 사용을 허가했으나 최근에는 수시로 D.C를 개최, 한번에 20∼30 품목의 처방약을 채택함으로써 처방이 자주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개봉된 약은 재고로 남게 됩니다. 전국적으로 약국 구석에 박혀 있는 사장 재고약은 엄청날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재고 때문에 폐업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요. 그리고 처방약 리스트가 빨리 확정, 공포돼야 합니다. 처방약 리스트가 늦어짐에 따라 재고만 자꾸 늘어나게 됩니다. 약사회는 재고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30년 가까이 제약업계에 근무했는데 분업후 제약업계의 변화에 대해...
사실 분업후 제약업계가 이득을 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제약회사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익구조가 좋아졌고 무엇보다도 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 제약업계도 한단계 더 성장발전해야 합니다. 이익을 못내는 것은 죄악이므로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으로 신약개발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많은 곳은 순이익의 50%를 세금으로 냅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도 clean company를 구현,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재도약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