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논의의 최대쟁점이 수가문제로 모아지면서 진료수가와 조제수가의 적정선 여부를 놓고 의·약 양단체간 직능만을 대별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수가문제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의약분업시 약에 대한 마진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경영을 보전하기 위해선 진료수가가 충분히 인상돼야 한다며 초진료 2만8천원, 재진료 1만8천원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의 도산을 방지하고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선 의료기관들의 안정적 경영이 선행돼야 한다며 경영의 핵심은 적정 진료수가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의료계의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약사회 일각에서는 현행 1일분 조제 수가 1천6백90원으로는 약국경영에 도움을 줄 수 없고, 분업시 관리약사인력 에 대한 인건비, 사무직원 인건비, 약국 임대료 등을 고려해 7천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약국의 조제수가 중 의약품관리료 170원 신설에 비해 의원급은 360원, 종합병원급은 1,490원이 신설돼 의약품에 관한 한 약사의 영역이 넓어지는데의료기관의 의약품관리료가 약국보다 많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의·약 양단체가 자기 직능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현재까지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수가문제와 관련해 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그 결과를 토대로 적정 수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분업 시행을 불과 6개월여 남겨놓은 상태에서 수가문제가 의·약 양단체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의료계(공식입장)와 약계(비공식 입장) 모두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약분업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의약분업 시행을 코앞에 두고 수가가 결정되면 의약분업 연착륙은 더욱 소원해 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가문제는 비단 연구사업 결과로만 분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의료보험 재정 확보, 의료보험 요양기관의 경영실태 파악 등이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 상황처럼 의·약 양단체의 주장이 계속 되풀이 될 경우 정작 정부에서 수가를 결정할 시에 더욱 큰 저항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적정 수가문제는 의약분업의 내재된 위험요소인 국민의료비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또 수가문제로 인해 각 직능단체의 의약분업 반대 구실을 제공할 수도 있는 미묘한 사안이다.
의약분업 연착륙과 의약분업 반대 논리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정확한 수가 체계가 아니더라도 수가 결정에 대한 세부 기준 또는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으로 풀이된다.
약사회 일각에서는 수가 문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문제가 의약분업의 흐름 자체를 뒤바꾸는 계기로 작용해선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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