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의 망명 공자 중이가 진나라에 복귀하여 진나라를 초 강대국으로 만들고 문공으로서 천하의 패자가 되어 그 위엄을 떨치던 진나라는 B.C 453년에 이르러 위·조·한의 세나라로 분열 되었다.
조의 양자는 맹주 역할을 하던 지백을 크게 이겼다.조양자는 지백을 죽이고도 분이 풀리지 않자 그의 두개골에 옻칠을 하고 변기로 사용하였다. 지백의 가신 가운데 예양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생전에 지백은 그를 매우 소중히 여기고 총애하였는데 조양자가 지백의 두개골을 변기로 만든 것을 알고 한탄하였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고 한다. 지백은 나를 알아주었으니 내 반드시 그를 위하여 원수를 갚아 보답할 것이다.”하고 그는 이름을 바꾸고 스스로 죄인이 되어 조양자의 궁중에 들어가 변소의 내부를 바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조양자가 변소에 오는 틈을 타서 그를 죽이기 위해 비수를 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살기를 느낀 조양자에게 발각되어 심문을 당하게 되었다.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한 예양의 충심을 알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양자는 예양을 석방하였다. “그 사람은 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조심하여 피하면 된다. 신하로서 주인을 위해 원수를 갚고자 하니 이 사람이야 말로 천하의 현인이다.” 그후 예양은 또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이로 꾸미고 불에 탄 숯덩이를 머금어 벙어리가 되어 남들이 전혀 알아 보지 못하게 꾸민 다음 원수 갚을 기회를 노렸다.
친구가 예양에게 울면서 말하였다. “자네의 재능으로 양자의 신하가 되어 섬긴다면 반드시 그의 신임을 얻어 자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쉬워질텐데 무엇 때문에 이같이 고생을 해가며 원수를 갚으려고 하는가. 그러니 원수 갚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이미 남의 신하가 되어 섬기면서도 내가 그를 죽이려 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인 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장차 천하 후세 사람들에게 남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고 섬기는 자를 부끄럽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거지 노릇을 하니 그의 아내 조차도 그를 알아 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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