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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개량대포가 말하는 ‘성분명조제’의사가 익힐 수 있는 약에 대한 지식은 제한적이다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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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03  1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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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는 정승규 약사는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최근 신간 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 까지 전문작가로 큰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약을 공부하기 위해 질병을 공부한 약사가 ‘성분명조제’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의 문제의식을 담고 싶었다. 그가 보내준 원고는 물 흘러가듯 가독성도 훌륭했다. 정승규약사의 원고는 탁월하다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약국신문 주간 이상우>

나폴레옹의 이기는 전쟁포인트,‘개량대포’

 

프랑스 대혁명 이후 최고사령관이 된 나폴레옹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며 유럽을 장악했다. 나폴레옹 군대가 강한 이유는 시민혁명 이후 고취된 병사들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뜨거운 갈망과 무기의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무기는 대포였다. 보병, 기병과 긴밀한 협동작전을 벌이는 나폴레옹의 포병 전술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포병장교 출신 나폴레옹은 개량된 대포를 도입하고 규격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무게가 제각각인 탄환은 대포 간에 호환되지 않아서 제약이 많았지만, 4·8·12 파운드로 통일된 탄환이 나오자 전투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대포를 이동하는 포차에 바퀴와 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규격화한 장비로 부품을 호환해서 조립했다. 장비의 혁신은 포병의 기동성과 효율성을 높여 최강의 군대가 되는 바탕이 되었다.

   

▲정승규 신라약국 대표약사-서울대약학석사-부산대약대학사

저서: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이야기.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이야기

 

호환되지 않는 상품명처방

 

영국 자장가에 이런 노랫말이 있다. “못 하나가 빠져 편자를 잃고, 편자가 없어 말을 잃고, 말이 없어 기수를 잃고, 기수가 없어 전쟁에 지고, 전쟁에 져 왕국을 잃고, 못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사소한 부품 하나가 모든 것을 잃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경계하는 말이다. 중요한 물건은 특정한 곳에만, 사용되면 안 되고 표준화해 두루 쓸 수 있어야 효과적이다.

의료에서 동일성분 조제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상품명으로 처방하니까 문제가 된다. 즉, 호환되지 않는 것이다. 환자는 의사가 지정한 약을 조제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병원과 연계된 특정 약국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약을 조제 받기 어렵다. 현행 제도로 처방된 약을 바꾸려면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교체해야 하기에 번거로운 점이 많다. 그래서 동일성분 조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의사의 성분명처방은 효과적인 복약지도 배가

반면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면 환자가 가고 싶은 약국에서 조제 받을 수 있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잘해주는 약국에서 약을 타고 복약지도를 받게 된다. 그러면 약국도 굳이 수많은 동일성분의 약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똑같은 성분의 여러 가지 약(어떤 약은 한 성분만 10종이 넘는다)을 모두 구비 해야 하기에, 호환성이 떨어져 사용되지 못하고 유효기간이 지나는 폐의약품이 속출해 자원 낭비가 심각하다.

 

모든 약은 국가의 엄격한 품질검증과 문서화 대상

 

의사가 콕 집어 처방하는 특정 회사의 약이 국가가 약효가 똑같다고 인정한 다른 회사 약과 도대체 뭐가 다른가?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고 국가의 공인받은 약은 제약회사만 다를 뿐 인체에서 같은 약효를 발휘한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오리지널 약과 같은 성분의 약(제네릭)을 만들어낸 제약회사에서, 오리지널 약과 약효가 같은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오리지널 약과 약효가 똑같다. A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약과 B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약이 동일성분, 함량, 제형일 때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치면 같은 약으로 인정받는다. 같은 약이란 “약효, 안전성, 부작용까지 과학적으로 동일하다”라는 뜻이다. 제약회사는 공장에서 약을 제조할 때 공인된 규정을 따라 만든다. 회사마다 제멋대로 만든다면 이미 약이 아니다. 국가가 정한 엄격한 밸리데이션(품질 검증과 문서화)을 적용한다.

 

의사가 익힐 수 있는 약에 대한 지식은 ‘제한적’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국에서 동일성분으로 조제 하면 이점이 수없이 많다. 환자가 특정 약국에 가지 않아도 돼 약국 선택권을 가진다. 약국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복약지도를 상세하게 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커진다. 지금같이 의사가 지정한 제약회사의 약이 하나라도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선호하는 약국에서 조제 받지 못하는 불합리성이 제거된다. 필요 없는 약이 사라지면 낭비가 줄어 국가적으로도 자원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유익한 점이 많은 동일성분 조제가 2019년 기준 0.3%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체조제라는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는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의사단체가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의협은 환자 몸에서 반응하는 약효와 알러지 등 부작용의 빈도가 달라 상품명으로 처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협의 주장은 과학을 부정하는 말이다. 의학적 판단은 과학에 근거를 둬야 한다.

신약이 허가를 받으려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객관적으로 얻은 데이터를 근거로 약효를 평가하고 부작용의 빈도를 통계로 계산한다. 의사 한 명당 처방하는 약품 수는 적게는 수십 종에서 수백 종까지 되는데, 의사가 익힐 수 있는 약에 대한 지식은 제한적이다. 실제 의사가 처방하는 약은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로비로 이뤄지고 있다. 약효을 중요시해서 오리지널 약을 선택한다고 할 수 없다. 처방하면 이익을 제공하는 이름 없는 제약회사 약으로 수시로 약을 바꿔 처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아끼는 정해진 미래,성분명조제

 

정작 비싼 약값을 내는 환자의 선택은 제로에 가깝다. 약의 전문가 약사도 약 선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성분명 처방은 약의 선택권을 약사에게 돌려 이익을 주자는 말이 아니다. 약사는 효능은 같으나 가격이 저렴한 약을 환자에게 알려주게 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싼 약을 원하는 환자를 도울 수 있다. 이로 인한 약사의 경제적 이익은 처음부터 없애면 된다. 성분명 처방으로 동일성분 조제가 활성화되면 건강보험 재정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상품명 처방으로 인한 의사의 불필요한 처방이 사라지고 약값이 싸진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처음에는 의사의 반발이 있었으나 똑같은 효능에 값싼 약을 원하는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해 정착되었다.

   
▲정승규작가의 신작'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표지사진)

 

환자와 시민을 위한 성분명조제 혁신, 새로운 국민공감대

 

성분명 처방, 동일성분 조제의 세계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고령 사회에서 건강보험료 상승은 필연적이다. 환자가 지불 하는 약값을 낮춰야 한다. 정부와 정치인이 결정하면 손쉽게 실행할 수 있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의협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환자와 시민을 위한다면 대다수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이 제도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나폴레옹의 혁신이 프랑스를 강하게 했듯 동일성분 조제 활성화로 우리나라 의료, 약료 서비스가 한층 강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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