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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질병 고독 손잡아주는 사람,‘약사’초고령화 최전방에 서있는 미래약사 이호빈의 증언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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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24  11: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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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의지되는 사람, ‘약사’

최악의 질병은 고독이었다.

이호빈 대표약사 약력

2011. 순천대 사범대 졸업

2012. 순천대 약학대 입학

2018. 순천대 약학대 졸업

2018.3.~2020.6. 오전시간 순천 플러스아이미코병원 원내약사 근무, 오후시간 순천 더드림약국 관리약사 근무

2020.7.~현재 순천 은혜약국 대표약사

2019~현재 순천대학교 약학대학 약국실무실습 프리셉터

 

초고령화 최전방에 서있는 30대 약사 이호빈

   
▲초고령사회 '한복판'인 전남지역에서 약국운영중인 35세 이호빈 대표약사(사진)

약사(藥師)라는 직역과 직책으로 사회에 발걸음을 내딛은 지 4년차. 새내기 약사인 저는 약국을 인수받아 경영, 운영한지 이제 갓 반년이 넘었습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초고령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전남지역의 지방 약국을 꾸리는 저로써는 노인분들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약국을 운영하기 전의 저는, 같은 순천이라 해도 대형마트 맞은편에 위치하는 꽤 큰 약국에서 근무를 하는 관리약사이자, 소아과・이비인후과전문병원의 원내약사로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주 고객층과 주 환자층의 연령대가 낮았고, 고령사회다 하는 사회적인 외침이 들려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정확히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에 따라 제 복약지도나 약,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공부는 노인 분들 위주가 아닌 그보다 젊거나 어린 분들에 중점이 되었고, 이런 제 배경은 노인에 대한 무지를 더욱 심화시킬 따름이었지요.

 

했던 말을 20번씩 말씀하시는 노인환자에게 측은지심

 

우연한 계기로 지금 경영하고 있는 순천역 앞의 은혜약국을 인수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짧은 제 약사로써의 삶이 첫 번째 전환점을 맞이한 듯 싶습니다. 인수 초기, 노인 환자 분들을 대할 때는 정말 당황스러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평소보다 더 큰 소리로 말을 해야 겨우 한 두마디 들으시는 분은 약과고, 약간의 치매기가 있으셔서 했던 말을 20~30회 반복하시고 다시 똑같은 복용문제를 일으키시는 분(물론 이 분은 보호자가 있는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과용을 하신 상황이었습니다. 보호자와 함께 복약지도를 받았지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더라구요.), 언어를 관장하는 뇌 영역이 손상되어 말을 이상한 소리로 대체하시는 분, 매일 술에 절어 있으신 분...수도 없이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 그걸 다 언급하려면 밤을 새도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오시는 분들이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한 집단은 저희 약국이 끼고 있는 외과로 출퇴근하듯 치료받으러 오시는 어르신들, 또 다른 집단은 위치상의 특이점으로 간편한 약을 사러 오시는 분들이 됩니다. 이 중 앞에서 언급한 어르신 집단의 평균연령은 78세 정도. 그런 노인분들을 반년째 모시다보니, 처음의 낯설음보다는 반가움과 친근감으로 대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야기 청취만으로 노인들은 기뻐하셨습니다

 

이런 노인분들의 심리적 기저에는, 그분들에 비하면 인생의 햇병아리라 볼 수 있는 저로써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외로움과 우울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70~80년의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갖은 굴곡과 힘듦을 겪으시고,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만큼이나 깊은 마음의 상처를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품고 살아오신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까울 따름이죠. 처방전이 바쁘지 않을 때는, 어르신이 앉아 계신 고객용 의자 옆에 앉아서 복약지도를 하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때가 많은데, 제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그렇게 들어드리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께서 “아따, 몸이 다 낫는 것 같네. 고맙소잉 약사양반~”하십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함이 들 때도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이렇게도 외로운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분들 중에서 약국에 오신 일부 어르신께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어르신이 한두명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에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들도, 제 약국 주변의 다른 약국의 약사들도 다들 비슷한 연령대의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을 텐데, 유독 제게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왜 여기까지 오시는지 여쭤보면,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약사님은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잖소. 약만 덜렁주고 보내지 않은께 오제~!”

 

이렇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 때면, 동네 단골약국이 왜 필요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범대출신으로 교직의 길을 가려했던 이호빈약사는 약의 선생님으로 활약중이다

 

화상투약기는 인간존엄성에 반해

 

고독. 그렇습니다. 고독이 최악의 질병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외롭고, 그런 고독감이 그들을 그리도 사람냄새 나는 곳으로 가게 하는 것입니다. 노환으로 인해 아파진 몸을 끌고 오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본인들의 고독감을 해소해줄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동네 단골약국이 초고령화시대에 존재해야 할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공론화되었던 여러 가지 이슈들 중에서, 이런 약국의 기능을 무시한 채로 일반인의 시각에서만 약국을 바라본 결과 논의 되었던 것이 화상투약기 시스템의 도입입니다. 물론, 처방약을 주는 것이 약국의 일중 하나이지만, 전달하는 것이 약사의 업무 끝일까요?

 

이 환자와의 건강 상담부터, 환자의 감정이나 심리적인 상황들에 동조해주어 더 높은 복약순응도와 나아가서는 효과적인 치료를 돕는 것 까지가 바로 약국 약사의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제작한 광고 중 하나에는, 음식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시스템을 다루기 어려워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나오고, 그런 분을 도와주는 젊은이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껏해야 20가지 안팎의 단순한 판매시스템에서도 그런 난해한 점이 나올 수가 있는데, 하물며 수백, 많으면 수천가지의 약을 다루는 약국에서라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어불성설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키오스크와 화상투약기시스템을 같은 위치에 두고 말하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르신들이 느끼기에는 그냥 똑같은 컴퓨터일 뿐입니다. 본인들과 친근하지 않은, 차가운 기계뭉치일 뿐이지요.

 

한 성분의 약을 10개 비치해도 난처함은 변하지 않아

 

또 다른 이슈로는 의사회가 반대하고 있는 성분명처방입니다. 상품명처방위주의 현 처방 시스템으로는, 동네 단골약국의 폐업만 가속화시킬 뿐입니다. 노인약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다제약물복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다제약물복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확한 복약지도와 높은 복약순응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복약지도를 기껏해야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다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젊은 분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겁니다. 하지만, 노인 분들에게 있어서는 그 시간이 적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건의 처방전이 발행되는 대형 종합병원의 문전약국에서, 많은 대기자들을 두고 그런 특별한 노인환자분에게 충분한 복약지도가 되게끔 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을 강제하는 것이 바로 상품명처방입니다.

 

병원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근처 의원에서 사용하는 동일성분의 다른 회사 제네릭만을 구비하는 약국이 많고, 저희 약국만 해도 한 성분의 약을 10여개의 다른 회사 제품들로 구성해 둔 상황입니다. 이렇게 해도 처방전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조제를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품명에 얽매인 탓이지요. 물론, 병원으로 FAX를 보내어서 대체조제를 알리면 되지만, 이것 역시 병원에서 귀찮아한다던가 약국과 병원 상호간에 불편감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가장 큰 불편함은 오롯이 환자가 부담해야합니다. 환자 개개인의 맞춤관리를 위해서는 동네 단골약국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성분명처방, 하다못해 심평원으로의 대체조제 통보가 된다면, 건보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약국의 약 재고관리 측면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환자의 입장에서도 약국에 보유한 약을 가지고 조제를 함으로써 대기시간이 단축되어 더욱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을 테니, 특히 노인환자들의 편의성 증대로 최소한 약에 대한 불편감은 줄일 수 있지 않을지 생각됩니다. 고독한 그들이 한번이라도 더 와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 그런 곳 중 하나가 약국이 되는 것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조건입니다.

 

노인의 고독은 우리 모두의 상황이 된다

2020년, 유례없는 질환인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 전세계 사람들이 코로나블루를 겪었습니다. 그런 한해를 보내고 새로이 맞이한 2021년에도 그 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구요. 이런 사회적인 상황에서 노인들은 새로운 고독감과 직면합니다. 코로나의 여파가 없을 때에는 그나마 사회활동이나 친목도모로 노인정, 문화센터 활동을 즐기시던 분들, 조금이나마 운동을 하기 위해 수영장이나 체육시설을 찾던 분들, 타지역에 나가있는 자식들 손주들 얼굴보러 먼 길 기대감으로 가던 분들의 갈 곳이 일시에 사라진 겁니다. 그래서 요즘따라 더욱, 노인분들의 병원 진료가 그분들에게 있어서 낙이 되고, 모임의 기반이 되고 있고, 그런 변화로 약국에서 노인분들에 대한 응대와 서비스가 점점 더 중요한 영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노인에게 은혜가 되고 기쁨이 되는 것은 그 존재자체가 약사약국이다

 

최악의 질병 고독에 손잡아주는 '단골약국'시대 열자

환자분들에 대한 약력관리와 그에 따른 복약지도 제공은 이제 약국의 기본 서비스입니다. 약국이 커뮤니티 케어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시는 약사님들은 저 서비스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은 이것으론 부족합니다. 우리는 장차 노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노인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그 노인들의 수 만큼 새로운 고독을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노인들의 고독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곳, 노인들에게 마음을 다한 대화로 그들의 고독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그런 곳..커뮤니티 케어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케어를 할 수 있는 그런 동네 단골약국을 만들기 위해 저는 오늘도 내일도 노력할 것이며, 그들의 고독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는 넓은 아량과 인정을 베풀 수 있는 약사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경험을 쌓아갈 것입니다.

 

최악의 질병인 고독을 이겨내는 약은, 바로 우리, 동네 단골약국의 약사가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약사님들이 그렇게 되실 날을 소망하며, 밝아오는 신축년 한해, 소처럼 힘차게 시작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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