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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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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0  10: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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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제 지난 생에 결핍과 가난이 많은 줄 알았는데 마음과 사랑이 넘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부모님 덕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쓰며 매번 감탄했습니다.

노동자의 삶도, 부모의 일생도, 자식의 마음도, 잘 한번 기억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다짐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_임희정

“부모의 일생도, 노동자의 삶도, 자식의 마음도 잘 기억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위대했던 부모의 삶을 말합니다. 임희정 아나운서의 진실한 고백

   
▲저출산시대, 막노동아버지의 삶을 통해 위대함을 배운 임희정 아나운서

 

2019년 2월, 겨울이 아직 머물던 시기, 며칠 동안 ‘임희정’, ‘임희정 아나운서’라는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연애설도 사건사고도 아닌, 한 편의 글 때문이었다.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 임희정 아나운서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글을 써 시민기자 자격으로 온라인상에 게재한 건 2017년부터였다. 그 이전의 그녀는 오랜 시간 부모에 대해 침묵해왔다. 글을 몰라 가정통신문 학부모 의견란에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부모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줄 수 없는 부모를, 드라이브를 하거나 여행을 하는 일상의 여유를 함께 누릴 수 없는 부모를 부러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시냐는 질문에 “건설 쪽 일을 하시는데요” 하고 운을 떼자마자 아버지는 건설사 대표나 중책을 맡은 사람이 됐고, 어느 대학을 나오셨냐 물어오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아도 부모님은 대졸자가 됐다. 부모를 물어오는 질문 앞에서 그는 거짓과 참 그 어느 것도 아닌 대답을 했다.

그는 그 시간들을 부끄러워하고 참회한다. 자신의 부모가 부족하지 않았음을,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고, 그들의 선명한 증거가 되고 싶었다. 이제 글로써 그 마음을 닦는다. 죄스러움도 슬픔도 원망도. 그는 말한다. “창피한 건 아빠의 직업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고.

 

길거리를 걷다 공사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나는 속으로 생각이 든다.

‘저분들에게도 번듯한 아들이, 잘 자란 딸들이 있겠지? 그 자식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처럼 말하지 못했을까? 내가 했던 것처럼 부모를 감추었을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내가 증명하고 싶다. 평생 막노동과 가사노동을 하며 키운 딸이 아나운서가 되어 그들의 삶을 말과 글로 옮긴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생도 인정받고 위로받길 바란다. 무엇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 모두의 부모가 존중받길 바란다. 기적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나를 키워낸 부모의 생,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_본문 중에서

 

내 생의 이야기가 되어준 아비와 어미

자식의 인생을 자신의 희생으로 채워준 아빠와 엄마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준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삶을 쓰며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갑니다

 

임희정 작가는 “나는 쓸 때마다 아팠고 쓸 때마다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시절을 돌아봐야 했고 그때의 부모 마음을 헤아려야만 했다. 원망하고 부끄러워했고, 부정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많이 울었고 오래 앓았다. 그래도 쓰고 나면 조금씩 나아졌다.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었지만 쓰고 읽고 퇴고하는 과정 안에서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정말 위대한 일상을 살아왔다’는 깨달음을 얻곤 했다. 그녀의 글을 온라인상에서 먼저 접한 독자들은 댓글로, 메일로 반성과 감사, 희망과 다짐을 보내곤 했다.

 

“저는 일곱 살 아들을 둔 마흔 살 가장입니다. 그리고 물류센터에서 노동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당신의 글을 읽고 눈물이 났습니다.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당당한 노동자가 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 나이 서른다섯인데 아직까지 철없이 겉으론 아버지께 감사하지만 속으론 노동하시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었어요. 별것 아닌 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로 파장이 큰 글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막노동을, 어머니는 20년 넘게 김치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세요. 대학교 입학부터 주변에서 부모님을 물어보면 ‘건설업 하세요’ 하고 대답하던 게 아나운서님과 비슷해 많이 공감이 가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닌데 부끄러워한 제 자신이 미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도 어릴 적부터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열심히 살았어요. 아나운서님 글 읽고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진 거 같아요. 감사해요.”

“어려운 상황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유학생입니다. 제 부모의 꿈과 미래를 빼앗아 대신 살아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는데, ‘내 부모가 틀리지 않았음을 내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글쓴이의 마음이 너무 큰 위로가 됐습니다.”

 

마음에 맺힌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시작한 글쓰기는 노동자의 삶과 부모의 생을 잘 기록해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고, 독자들의 응원을 통해 사명감과 의무감을 더하게 되었다. 글이 가진 힘을, 연대를, 희망을 보았다. 50년 경력인데 일흔이라는 나이만 남은 아버지, 자신의 이름은 지워진 채 ‘희정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어머니. 그리고 ‘부모의 노동으로 자라난 자식은, 부모도 노동도 아닌 자신만을 생각한다’고 고백하는 딸. 책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식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부모의 삶을 쓰며 비로소 부모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임희정 아나운서. 이 책은 한 자식의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세상 모든 아들과 딸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누구에게도 좀처럼 쉽게 꺼낼 수 없었던 부모님과 그런 부모님을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을 고백한 후에야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감’을 말하는 그녀를 통해 자식을 키우기 위해 견뎌내야 했던 부모의 삶도, 그 삶을 자신의 생으로 가늠할 수 있었다는 자식의 마음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임희정 아나운서가 탈고를 한 후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은 자신이 쓴 책의 전문을 읽고 녹음한 것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부모에게 보내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따뜻한 음성 편지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임희정

10년 차 아나운서. 수많은 말들을 내뱉었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내뱉지 못한 말들이었다. 그 말을 글에 담기 위해 애를 썼다. 이제 오랫동안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글을 쓰면 삶의 면역력이 생긴다 믿는다.

여러 직장을 거쳐 광주 MBC, 제주 MBC 아나운서로 근무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강의, 행사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임희정 아나운서의 나를 붙잡은 말들’을 연재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글을 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의 삶을 기록한다. 임동명과 조순덕의 딸이다.

 

 

추천의 글

임희정 아나운서의 부모는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펜을 들어 글을 쓰지는 못했으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모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이를 깊이 긍정하는 딸을 이 세상에 등장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본인들의 삶에 담긴 위대함을 기록하고 알리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 책을 임희정 아나운서와 그 부모님들이 함께 쓴 글로 읽었다. 책의 후반부에 실려 있는 시간차를 둔 두 장의 가족사진은 ‘저자들’이 이 글을 쓴 시간들의 얼굴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동안 내 부모님의 얼굴과 삶이 떠올라 꽤 슬펐지만, ‘저자들’의 얼굴을 담은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이 글이 담고 있는 시간들과, 나와 내 부모님의 시간들이 또한 얼마나 평범하고 종종 아름다웠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_김원영 변호사,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시간에서 기억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 혹은 몸에서 마음을 지우고 나면 남는 것. 허망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정과 비정 사이를 오갔던 한 사람의 온전한 윤곽은 무엇일까, 떠올려 보았다. 말하자면 ‘당신이 있다’. 이 단순한 진실 말고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순간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역설적이게도, 임희정은 누구보다 행복한 성장기를 가졌다. 드디어 슬플 차례다. 그는 아름다움 운운하며 추억을 과거로 돌려세울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다 하지 못한 스스로를 끝없이 기억의 법정에 세울 뿐. 여기에는 이상한 인생의 윤리가 들어 있어서 슬프다. 나는 이 슬픔이 우리가 가진 최대치의 사랑이라고 믿는다.

_신용목 시인,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저자

 

낡고 먼지 낀 ‘부모’라는 낱말의 가치를 가장 싱싱하고 진실한 언어로 복원해낸 책이다. 꿈을 품은 자식을 위해 매일 새벽 공사장으로 향한 아버지와 밥을 지은 어머니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눈물과 자부심이 동시에 차오른다. 가난해서 미안했고 원망해서 죄송했던 지난날들에 새살이 돋아난다. 여기 담긴 글들은 작지만 치열했던 당신의 삶에 보내는 위로이자, 서툴지만 억척스러운 우리의 사랑에 보내는 헌사다. 결국 모두의 이야기다. 

_이주영,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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