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정관개정 공청회장이 서울 서초동 대한약사회관.

이날 오전 7차 정관개정 특위 직후 열린 정관개정 공청회장은 벌써부터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각기 서로 다른 셈법에 따라 움직이는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정관 개정 사항 중 당연직 대의원과 선출직 대의원 수에 대한 공방과 함께 산하단체 관련 병원약사회를 비롯 약학회의 경우 이미 사단으로 설립 허가를 받은 바 있지만 대약의 정관개정 사항에는 이를 산하단체로 둬 지나치다는 의미에서다.

특히 서울을 비롯 여러 지방 지부와 분회단위에서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으로 만약 대약이 이들 기관을 산하단체로 규정한다면 앞으로 설립되는 산업약사회를 비롯 독립된 성격이 배제된다. 또한 병원약사회의 경우 지부 분회 단위의 중복된 회비를 납부하는 등 지부 분회단위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 약사회 관계자는 “만약 이러한 산하단체를 정관개정사항에 넣는다면 파장이 예상된다”며 “이번 병원약사회에서 발표한 패널토의를 통해 나온 언급을 보듯 약사회와 이들 단체간의 협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참석한 손형아 사무총장은 “대약의 우려와 반대속에서 법인을 설립했지만 여약사위 법인화 추진을 비롯 청년약사회 등 앞으로 위상하락의 우려가 예상된다”며 “병원약사회 정관상 대약의 신상신고를 하고 있고 대약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약이 일일이 산하단체조항을 들어 이사회를 통한 검토를 한다면 이는 자율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업 회장을 비롯 양명모 총회의장, 김희중 명예회장, 이은동, 신성숙, 전영구 감사 등 대한약사회 인사를 비롯해 한동주, 박영달, 최동석, 신태수, 전성호, 조용일, 정현철, 좌석훈 지부장 등이 속속 대약 공청회장에 도착했다.

또한 이영복 대한약학회 회장을 비롯 이은숙 병원약사회장 등이 나타나 어느 때보다 정관개정에 기대감과 함께 문제점 파악에 분주했다.

정관개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명모 대약총회의장은 “7차 특위를 통해 완벽한 정관규정 개정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며 “회무 정상화를 위한 특위 소속 위원들의 고심이 방대한 개정사항에서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각종 문제점을 위한 정비를 위해서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의견이 필요하다”며 “이번 공청회를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의장이 인사말을 마치자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이 곧바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오늘 정관개정 규정을 위한 공청회를 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번 공청회가 가능했다고 본다”며 “지방에서 7차 특위를 위해 한분도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었다”며 “여러분들은 시대의 빠른 변화에 맞춰 약사직능에 요구되는 것이 많아졌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정관 개정을 통해 국민의 약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공청회 패널토의에서는 성균관 약대 이재현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이 교수는 “오늘 정관개정을 위해 모두의 소개했던 것처럼 시대의 변화, 새로운 약사들의 요구를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패널 연좌를 소개했다. 앞서 발제를 맡은 이광민 대약정책실장을 비롯, 정형철 광주광역시약 회장, 한동원 성남시약 회장, 손정아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장, 이민희 대약 자문 변호사, 윤영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표 등이 참여했다.

정형철 광주광역시 약사회장이 먼저 정관개정과 위임사항인 6개 관련 사항 즉 정관 26조와 관련 “불출석 사유서와 같이 제출된 근거자료를 더욱 구체화시킬 필요성이 있다”며 “허위로 사실과 다른 근거자료 등을 첨부하고 추후에 누군가가 폭로하는 식의 반목이 앞으로 충분한 대의원 출석과 관련 진통이 예상된다”고 문제점을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러한 출석 요건이 맞춰지기 위해선 연속 2회 불출석에 대한 충분한 소명과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현철 광주광역시약사회 회장은 “선출된 대의원의 전출 등 회원 자격의 문제가 될 경우를 제외한 기존 정관상 외유라는 단어가 있어 더욱 대의원 불출석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앞으로 불출석의 경우 연속 2회로 대의원 자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직 대의원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정관개정이 다뤄졌다. 패널들은 대한약사회의 당연직 대의원 수가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 역대 회장단 등이 포함돼 방대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사항이 나왔다. 이는 대의원수에 비례해 당연직 대의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윤영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표는 “특히 전직 국회의원들의 경우 전관예우적인 차원에서 비롯됐지만 이들의 활동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약사회에 대한 당면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 국회의원들을 당연직으로 만드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손현아 한국병원약사회 사무국장은 “대약 차원에서 내부적인 손질이 필요할 때”라며 “사실상 대의원총회에 참석 가능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이는 대약이 지난 2019년 대의원 총회에서 밝혔듯 총 13명의 전·현직 국회의원이 당연직인 반면 현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4개 광역시와 강원, 충북, 충남, 전남, 제주 5개지부에서 대의원 정원수가 13명 이하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당연직대의원을 앞으로 계속 배출시 누적 대의원 수가 늘어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당연직의 경우 직전 국회의원으로 한정하거나 최근 6년간 출석률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개정논의에 대한 한계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의원 수 조정을 비롯해 선거관리 방법 등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민희 대약자문변호사는 “워낙 방대한 정관 개정이 있었다”며 “앞으로 개정을 위한 논의가 계속 진행해야 한다, 대의원 정족수 문제, 산하단체에 대한 충분한 회의와 도출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남았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인 것”이라고 밝혔다.

패널토의를 지켜본 한 약사는 “이번 공청회의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앞으로 젊은 약사들을 위한 언로의 자유, 대의원에 이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진입장벽이 낮춰져야 한다”며 “선출직 대의원의 경우 앞으로 이들의 진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정관개정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