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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약사, 사명감보다 즐거움 크다'구독자댓글'은 약사성장의 자극제였다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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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2  08: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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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약사 박진영 약력

경희대 약학대학 졸업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 석사

(전)한국MSD-한국화이자제약-젠자임코리아-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재직

(현)구로구 한마음온누리약국 근무약사

   
▲유튜버 박진영약사-경희대약학대학 졸업-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한마음온누리약국 재직

소통은 말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쁨 준다

‘우리 같이 유튜브 한번 해볼래요?’

분명한 건, 국민건강증진의 역사적 사명 따위를 위해 시작한 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난 남 앞에 서길 즐겨했던 아이는 아니었다. 그냥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아주아주 평범한 아이였다.

그렇다고 경력이 대단한 약사도 아니다. 약대 졸업 후에는 주로 회사에 있었기에…그것도 영업, 마케팅 부서에만. 부모님께서 약국을 운영하셨는데, 의약분업초기 그 혼란함 속에 전산업무를 도와드린 것 외에는 단 하루도 약사로서 일을 도와드리거나 경험해보지 않았다(이런 불효자!). 난 회사에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러다가 회사가 너무 힘든 순간이 찾아왔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고, 몸도 안좋아지고, 살도 너무 찌고. 지금도 그 때 사진 보면 저게 사람이었나 싶다.

 

‘약국을 언젠간 해야하지 않을까? 개국하려면 그래도 약국 경험이 필요할텐데, 나중에 50살도 넘어서 누가 날 신입 근무약사로 받아주겠어? 하루라도 젊을 때 약국 경험을 쌓아야지’ 등등을 명분으로 회사를 떠났다. 도망친거라도 봐도 되겠다. 그렇게 38살, 12월 처음으로 약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유튜버약사의 길, 사명감보다는 즐거운 일 같았다

평일 중에 하루를 쉬고, 토요일에 일하는 근무조건의 약국이다. 약사고시 이후에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으니, 쉬는 평일에 인강을 통해 공부하고, 오프라인 강의도 쫓아다니면서, 약사 구실 하기 위해 나름 분주했다.

약국의 삶은, 확실히 회사 다닐 때보다는 스트레스는 적다. 일단 퇴근이 퇴근이다. 회사 다닐 땐 퇴근이 퇴근이 아니었거든. 반면, 약국 생활에 적응하고 나니, 뭔가 좀 허전한 것 같다. 이미 자리를 잡은 약사 친구들은 난리다. 개업해라, 자리 없다, 그 나이에 언제까지 근무약사 할거냐, 빨리 자리 알아봐라….개업? 나와는 상관없는 먼나라 이야기 같다.

 

하지만 하도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니, 고민이 점점 깊어갈 즈음이었다. 전화가 한통 왔다. 오랜 지인이었다.

 

‘우리 회사에서 함께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크리에이터를 한 분 찾고 있는데, 같이 하실래요?’

 

서두에도 밝힌 바와 같이,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의약학적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약사로서 위상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나 너무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쪼.금. 유명해지고 싶기도 했다. 첫 통화에선 짐짓 태연한 척, 생각 좀 해보겠다며 전활 끊었지만, 듣는 순간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송게스트와 함께 자리한 박진영 약사(왼쪽 사진)

 

구독자의 댓글은 좋은 자극제였다

일단 책부터 샀다. 대도서관이라는 유명 크리에이터가 쓴 <유튜브의 신>.

 

그리고 채널의 이름도 지어야 한다. ‘약사형’, ‘아는 약사’, ‘형이 왜 거기서 약사로 나와?’ 등등 여러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결국 내 이름(박진영)을 이용하여,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약에 대해 알려준다는 취지로 medical + JYP entertainment 를 합쳐 JYP 메디테인먼트로 결정했다.

 

영상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채널을 어떻게 알고 오시는지 구독을 눌러주는 한 분, 두 분도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왠지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 같다. 구독자 수가 올라가는 속도도 내 마음 같지 않다. 구독자가 500명만 되도 막 파티를 열어야 할 것만 같다. 책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올려야 한다는 걸 강조하긴 했지만, 동시에 내가 재능이 없나, 아니면 컨텐츠가 별로 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빵 터진 컨텐츠가 드디어 하나 나왔다. 바로 <약사 브이로그>편. 브이로그는 Video+Blog의 합성어로, 영상을 통해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컨텐츠를 말한다. 처음에 나의 하루 일상을 담아보자고 했을 때,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나의 심심한 하루가 재미있을까? 누가 보지? 싶었다. 그런데 결국 채널에서 가장 먼저 터진 컨텐츠가 되었다. 그래. 단순히 지식과 정보만을 전달하고 댓글에 답글만 달아주는게 소통의 전부가 아니라, 약사라는 직업, 약국이라는 공간에 대해 좀 더 오픈하여 얘기하는 것이 약사가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처음 깨닫게 되었다. 특히 영상에서 조제실의 일부를 공개한 것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국장님 감사합니다)

평소 조제실이 궁금했는데 감사하다는 댓글이 주를 이루긴 했지만, 반성되는 부분도 있었다. 편집과정에서, 처방에 따라 조제하고, 검수하고, 복약지도하는 모습 정도만 나가다 보니 약사가 미래에는 없어질 직업이라는 둥, 저건 기계가 더 잘 하겠다는 둥, 냉소적인 댓글들도 보인다. 약국에서 약사가 그 일만 하는 건 아닌데, 약사가 전문의약품 조제하고 설명만 하는 사람은 아닌데.

약사유튜버방송의 무기는 ‘대중성’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컨텐츠는 에이즈편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을 타고 기획한 영상이었지만, 단순히 지식과 정보전달이 아닌,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류,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나의 생각과 소신을 담을 수 있어서다(촬영 때는 훨씬 세게 이야기 했는데, 편집과정에서 굉장히 순화되었다). 그리고 브이로그 편 만큼이나 댓글 수가 폭발적이다. 주제 자체가 논쟁을 일으킬 만 하긴 하지만, 그래도 또 한 걸음 소통의 창구를 연 것으로 만족.

 

메디”테인먼트”인 만큼, 정보전달 컨텐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컨텐츠들도 시도 중이다. 직접 술을 마시면서 숙취해소제들 효과 비교해보기, 남자를 게스트로 데려다 놓고 피임약 설명해주기, 뷰티크리에이터와 함께 여드름 파헤치기 등등. 최근에는 필라테스도 배워보았다.

유명한 약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앞서 언급한 브이로그와 에이즈 편 외에 종합비타민 편까지 터지면서 구독자 수 증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약국에서도 유튜브 보았다며 아는 척 해주시는 환자분들이 계시고, 내가 추천한 종합비타민 제품을 사러 일부러 내가 일하는 약국까지 찾아오신 분도 계셨다. 너무 감사하게도.

   
▲박약사의 지인들도 약사유튜버 박진영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래서 조금씩 두려운 마음도 든다. 내가 하는 한마디가 누구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원고를 쓸 때 자료를 하나라도 더 찾아보고, 한줄 한줄 더 신경써서 쓰게 된다. 그리고 좋은 말씀으로 응원해주시는 구독자 분들, 진심으로 감사하다. 힘이 된다.

 

앞으로 바라는 건 많지 않다. 약사가 처방전 가져다 주면 그거 지어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이용해 먹을게 많은, 생각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란 걸 알리는 것. 그리고 쪼.금.더 유명해지는 것 (^^).

 

약사로서의 경력이 길지 않고, 그만큼 지식이 그리 깊지 못하기에, 원고를 쓰면서, 그리고 여러 댓글을 통해 대화하면서 나도 공부하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얼마나 상호 생산적인 소통인가.

 

오늘도 스튜디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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