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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현실 깨는 창의성, 결국 ‘용기’고령시대 약국약사는 어둠깨는 '헤드라이트'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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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1  11: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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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원 KYPG(한국 젊은 약사회)회장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KYPG(한국 젊은 약사회) 회장

   
▲권세원 KYPG(한국 젊은 약사회)회장-중앙대약대 졸업-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마이신을 통해 환자를 들여다 보다

약국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르신들이 갑자기 들어오셔서 툭 던지시는 질문이 있다. “마이신 하나 줘”, “마이신 있어?” 등이 바로 그것인데, 과연 어르신들에게 마이신이란 어떤 약이기에 이토록 찾으시는 것일까.

마이신. 사전적으로는 ‘스트렙토마이신’의 준말로 항생제에 속하는 약이다. 예로부터 각종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는데 널리 쓰였고, 현재도 결핵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있는 고마운 약이다. 하지만 스트렙토마이신도 다른 경구용 항생제와 마찬가지로 전문의약품, 즉 처방에 의해서만 드릴 수 있는 약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어언 20년째 어르신들이 이러한 사정을 모르실리 없다. 사전적 의미의 마이신은 어르신들이 찾으시는 약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이 찾으시는 마이신은 과연 어떤 약이란 말인가. 항생제처럼 염증을 줄여주는 약인가? 그렇다면 일반의약품 중에 소염효소제, 염증을 줄여주는 한방제제, 그리고 통증을 줄이는 데 많이 쓰는 진통소염제 등이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자, 이제는 아버님, 어머님이 찾으시는 그 약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여쭈어 봐야하는 시점이다.

 

“아버님, 어떻게 생긴 약이에요~?”

“그거 있잖아, 캡슐로 된 거~”

색깔까지는 모르시겠다고 하신다. 질문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

 

“아버님, 어디에 쓰시려고요~?”

“응, 감기에 걸려서 고생중이야. 잘 듣는 거 있어~?”, “넘어져서 다쳤어. 좋은 거 있어~?”, “갑자기 몸에 통증이 있네~ 강한 걸로 줘~.”

다시금 당황스러워지는 대답들이 아닐 수 없다. 똑같이 마이신을 원하시는데 필요하신 분야는 제각각이라니. 정녕 만병통치약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차분하게 어르신과 대화를 시도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으로 약을 찾으시는지 이다. 이번에는 어떤 대답이 들려와도 당황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다시 조심스레 여쭈어 본다.

 

“아버님, 어디에 쓰시려고요~?”

“다쳐서 피가 자꾸 나서~ 피 멈추게 하는 그 뭐냐 뿌리는 거 있잖아~”

아... ‘니라마이드산’이라는 지혈제를 찾으시는 것이다. 이 경우는 이름 자체가 마이신과 쉽게 혼동될 수 있어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어르신들은 약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계시기보단 다소 엉뚱하게 기억하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번 경우도 그에 해당되겠다.

“다래끼가 나서요~”, “귀를 뚫어서요”

이 경우는 대부분 젊은 환자분들이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목적이기에 ‘배농산급탕’, ‘브로멜라인과 결정트립신의 혼합제제인 소염효소제’, 그리고 보조적으로 ‘프로폴리스’를 함께 드릴 수 있다.

 

“갑자기 감기증상이 있네~”, “목이 아파~”

이런 경우 증상에 맞는 감기약과 목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은교산을 드릴 수 있으며,

 

“갑자기 관절이 아파~”, “등이 아파~”

이런 경우 진통소염제와 근이완제를 드릴 수 있다.

 

“다쳤어~ 바르는 마이신연고 줘~”

이런 경우 바르는 항생제 연고를 드리면 된다.

 

가장 난감한 “염증이 너무 심한 것 같아~ 먹는 마이신 줘~”와 같은 경우, 경구용 항생제를 의사 처방 없이 판매 및 투약하는 것은 불법이니 단호하게 병원으로 가시라고 안내드리도록 한다.

 

이름을 혼동하신 경우를 제외하면, 마이신은 배농산급탕, 소염효소제, 은교산, 진통소염제, 항생제연고 등 다양한 약들을 찾으실 때 하나의 단어가 약 전체를 뜻하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었다.

의약품은 필수불가결한 존재

약국 약사 생활을 계속하며 아버님, 어머님들과 가까워지며 점점 깨닫게 되는 사실은,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약들의 홍수 속에서(마치 인터넷이 생긴 이후 정보의 홍수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불과 몇 십 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올바른 약과 올바른 치료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려면 저기 아주 먼 큰 도시에나 나가야 했던 것은 물론이고 약국에의 접근성도 높지 않았던 그 시절, 지금 보면 너무나 간단히 치료될 수 있는 질병들도 그 때는 많은 이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안고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후 전국민 백신접종, 의료보험, 그리고 적절한 약과 치료의 보급 등이 하나씩 이루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이러한 선진의료의 상징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백신과 항생제(마이신)였는데, 예전에는 많은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질병 앞에 쓰러지고 말았으나 항생제(마이신)의 등장으로 질병을 바로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이신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서 기적의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즉 그 때 그 시절 어르신들에게 마이신은 유토피아나 샹그릴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어느덧 오랜 세월이 지나 우리는 오히려 백신의 필요성을 의심하고 꼭 약이 필요할 때마저도 무조건 현대 의약품은 나쁘다는 오해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진통소염제, 항생제 등을 남용하면 안 되겠지만, 이러한 의약품들은 필요시 꼭 사용되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들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아리스토렐레스의 정의론은 아래와 같이 두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1. 정의는 목적론에 근거한다. 권리를 정의하려면 해당 사회적 행위의 ‘텔로스(telos:목적,목표, 혹은 핵심 본질)’를 이해해야 한다.

2. 정의는 영예를 안겨 주는 것이다. 어떤 행위의 텔로스를 추론하거나 주장한다는 것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행위가 어떤 미덕에 영예와 포상을 안겨 줄 것인가를 추론하거나 주장하는 것이다.

이제는 좋은 의약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텔로스를 생각해야할 시점이라고 느껴진다. 사람들이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도와주고(예방), 설령 건강이 안 좋아졌다 하더라도 다시금 건강을 되찾게 도와주는(치료) ‘좋은’ 의약품, 건강에 ‘선’을 행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전문의약품의 병원종속, 정답 아니다

또한 약국과 약사의 텔로스는 무엇인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매일 약국에 대한 도가 지나친 병원과 컨설팅의 갑질 사례, 편의점 일반의약품 판매 확대 등 안 좋은 신문기사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전문의약품은 병원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일반의약품의 난매 그리고 건강기능식품의 약국 점유율의 계속되는 하락을 보면 무력감을 느낀다.

슬픔과 무력감만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에서 약국과 약사는 어디로 나아가야하는가.

우리에게 약국과 약사는 어떤 존재일까. 처방받은 전문의약품을 제공받고 그 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를 듣고 부작용을 예방하며, 급할 때는 언제든지 일반의약품을 상담을 통해 구할 수 있고, 영양과 건강상담을 통해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해줄 건강기능식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또한 많은 약사님들이 공직에서 회사에서 병원에서 그리고 약국에서 각자 맡은바 소임들을 훌륭하게 해내시고 있다. 약사님들은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세상의 각 분야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묵묵히 일하시고 계시다.

 

칸트는 이렇게 말한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기 때문이 아니다. 선한 의지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로 선하다. 비록 이 의지가 원래 의도를 실천할 힘이 매우 부족하다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해도 그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약국현실 깨는 창의성은 결국 '용기'다

약국은 사람들을 건강이란 선의 상태에 유지시켜 드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소. 그리고 약사는 각 분야와 장소에서 사람들의 건강(선)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직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안 좋은 일들만을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무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각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고 계신 약사님들이 있는 한 언젠간 이 무력함과 슬픔을 깨고 반드시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갈 계기가 생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도 나는 내가 있는 장소를 지키며 골똘히 생각한다.

약국이란 무엇인가.

약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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