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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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약국은 작지만, 환자신뢰는 ‘대형’약사로서 세상이 살만한 곳임을 알리고 싶다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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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2  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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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분쟁과 편의점약 투쟁에서 보듯이 약사사회가 힘이 들었던 것은 '국민건강사수'라는 명분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약국약사를 바라보는 신뢰문제가 가장 컷다.국민신뢰에 대한 성찰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약국초대석은 미아리텍사스 중심에서 약국을 운영하시는 이미선 약국장(숙대약대)께서 옥고를 보내주셨다. 첫 독자인 편집자로 초고령시대 약사의 숨은 가능성을 행간행간 발견했다. 귀한 원고 주신 이미선약사님께 감사의 말씀 전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제 18회 우정선행상(코오롱제약 이동찬 창립자의 아호를 따 제정된 상)수상을 축하드린다<편집자주>

이미선 건강한약국 대표약사 이력

이미선은 미아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이자 사회복지사로 이 동네 한성교회를 섬긴다. 그녀가 운영하는 <건강한 약국>은 속칭 ‘텍사스’라 불리는 성매매 집장촌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약국 매대 앞에 서면 집장촌 거리가 펼쳐진다. 그는 종일 그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이웃 누구에게나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 수더분한 ‘약사이모’로 이곳 사람들의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치료해주는 상담자이기도 하다. 1961년 하월곡동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고향인 이곳 미아리에 돌아와 약국 문을 열었다. 국민일보에 칼럼 <미아리 서신>을 연재했으며, 《약사공론》 《서울약사회지》 등에도 칼럼을 쓴다.

저서-미아리 서신

   
▲운영하는 '건강한약국' 앞에서 약사라서 행복하다는 이미선 약국장(사진)

나의고향은 하월곡동

하월곡동 88번지라는 행정상의 주소보다는 속칭 ‘미아리 텍사스’ ‘성매매 집창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동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햇살아래 빛나던 정릉천이 흐르던 물길을 기억하고 있고, 단발머리를 깔끔하게 자르던 친구네 미용실 자리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곳은 나의 고향이다.정릉천이 복개되어 도로가 생겼고 그 위로 내부 순환로가 지나게 되면서 사람들이 사는 바깥세상과 ‘미아리텍사스’를 가르는 나무 울타리가 만들어 졌다. 마치 게토처럼.....동네를 들어오는 출입구에는 알록달록한 비닐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고개를 숙여야지만 통과할 수 있다. 빨간 글씨로 ‘청소년 24시간 출입금지구역’ 게토처럼 하월곡 88번지 사람들과 사람 사는 세상에서 격리시켰으나 그 경계를 용감하게 뚫고 넘어온 오동나무 한 그루가 우리 동네에는 살고 있다. 오월이면 연보라빛색 꽃을 피우며 은은한 향기로 온 동네를 가득 채우고 한여름 강렬한 태양아래 커다란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동나무의 시작은 바깥동네였고 그 끝은 이곳, ‘미아리텍사스’이다 나는 그 오동나무를 닮고 싶다.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참 많이 돌고 돌아, 어린 시절의 내 발길을 기억하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피임약 상담한 어린소녀를 연민

이십 여년 전 ‘건강한 약국’이라는 약국간판을 걸고 약사가운을 입고 이곳에서 약사생활은 새롭게 시작되었다. 발그레한 양 볼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십대 후반을 갓 넘긴 아이가 들어와 ‘피임약’에 대하여 물어볼 때 내 가슴은 철렁하였다. ‘이 아이를 어찌 할 것인가..’많이 미안했고 많이 아팠다.삶을 조금 먼저살고 있는 선배로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건강에 대하여 궁금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들이 처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었다.몇 달 동안 밀린 핸드폰요금 이백만원이 발목을 잡아 성매매 집창촌으로 들어온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모양으로 저런 모양으로 하월곡88번지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가 사람들의 일에 참견하기 시작했다.

   
▲코오롱그룹 이동찬 설립자가 만든 '우정선행상'을 수상한 이미선 약사(사진)

사회복지사가 된 약사 이미선

건강상담은 물론이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봉사와 후원활동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사회복지사’공부를 시작하였고 일 년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늦게 시작한 공부여서 좀 힘들었지만 약국 끝난 후 오롯이 인터넷강의 듣기와 문제풀기로 꽤 행복한 저녁시간을 보냈다.독거 어르신과 한 부모가정 등 지치고 힘든 이들을 동 주민센타와 연결하여 기초수급권자, 차상위계층 신청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정부와 사회복지단체의 여러 가지 혜택을 받게 하는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하월곡 88번지는 오래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사람이 살고 있었고. 도심과의 교통이 편하고 주거비용이 적게 드는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 두 집 이었던 선술집이 수 십 개의 방석집으로 그리고 수 백 개의 성매매업소로 변하게 되었다.이 동네의 이름이 왜 ‘미아리 텍사스’인지 알 수 는 없지만 일확천금을 찾아 서부로 떠났던 미국의 황금과 부를 동경하는 의미에서 텍사스라는 별칭이 붙여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재개발 대상지역으로 이야기되다보니 건물이 낡아도 수리 하는 집주인이 없어, 오래된 집들이 많고 교통이 편리한 탓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살고 있다.

커뮤니티에 소중한 사람, 대한민국 약사

아들 삼형제가 있지만 다들 사는 형편이 어려워 오 십 만원의 연금으로 살고 계시는 할머님은 고혈압과 당뇨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계셨고,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오시는 날엔 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셨다. 병원비와 약값이 늘 부담되신다고.... 할머님께 동주민센터를 소개시켜드렸고 할머님은 기초수급권자로 선정되었다. 할머님은 내 두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정말 좋아하셨다.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 좋아하시는 할머님을 보면서 나또한 가슴이 뭉클했다그 뒤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씩 그렇게 받고 싶어 하시던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신다.할머니는 오가시는 길에 가끔 간식거리를 사서 내손에 쥐어주신다.겨울에는 붕어빵 한 봉지, 여름에는 쭈쭈바 한 개...관절염이 심하신 탓에 싱크대앞에 서는 일도 버거우신 할머니께 가끔 반찬을 챙겨드린다.내가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내가 다니는 교회 권사님들이 당신들의 반찬을 만드시면서 조금씩 더 만들어서 전해주신다.이렇게 저렇게 생기는 사랑의 물질들이 늘 ‘건강한 약국’에 가득하다.

   
▲봉사를 할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약사가 좋다는 이미선 약국장(사진)

미아리서신 단행본 발간

‘이미선 약사의 미아리 서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국민일보에 이 년 동안 연재하였고, 부족하지만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책이 알려지면서 방송출연도 하였고. 많은 인터뷰도 하였고 내 활동이 여기 저기 알려지면서 함께 마음과 사랑과 그리고 물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다.약사이자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이 늘 행복하거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가끔은 시기어린 질투를 받기도 하고, 끊임없는 후원의 요구를 받기도 한다.힘듬의 파도가 나를 감아버릴 때 울 약국앞 골목의 당당한 오동나무를 생각한다 오동나무는 야산에서 쉽게 뿌리 내리지 못하고 사람의 온기와 손길이 가득한 마을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다. 시커먼 콘크리트가 덮어버린 정릉천의 찰랑거림을 기억하고 그 물길에 뿌리를 대고 오동나무는 자라고 있다.내 어린 시절 벗이었던 정릉천을 잊지 않고 줄기를 키우고 잎을 띄우는 오동나무가 눈물겹도록 고맙다. 자람의 시작은 세상이었지만 내부순환로에 가려 햇볕을 보기 어려웠던 오동나무는 줄기를 틀어 나무울타리를 넘어, 경계를 뚫고 성매매 집창촌으로 들어와 온 몸으로 햇볕과 교감하며 자라고 있다.아주 당당하게...골목입구 마을 오동나무와 형제로 보이는 오동나무들이 마을 여기 저기 자라고 있다.그리 크지 않은 마당에 떨어진 종자가 자리를 잡아 우렁차게 자라 그 집을 덮어버리자 집주인이 오동나무를 밑동만 남기고 잘라버리기도 하였다.오래된 집이어서 주인은 이사를 갖고 빈 집만 덩그마니 서있고 손톱만한 마당에서 자라기 시작한 오동나무가 자라 그 집 전체를 덮어버린 곳도 있다. 하월곡88번지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당당하게 잘 살고 있는 오동나무들..온 세상이 잠들어있는 한 밤중 술 취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소란함으로 인해 늘 분주하고 바쁜 하월곡 88번지를 바라보고 있는 오동나무

환경에 상관없이 사람은 존중하라

누군가의 귀한 딸로 살고 싶었던 어린 성매매여성의 눈물을 기억하고 있는 오동나무...어린 딸과 살고 싶어 택한 성매매의 길은 결국 영원한 이별을 만들었고 그 가녀린 영혼의 안식처가 되고 있을 오동나무..오동나무는 오늘도 하월곡 88번지에 부는 바람에 온 몸을 맡기고 동네를 내려다보며 커다란 잎을 흔들고 있다.이 거친 땅을 향해 잎을 흔들어주는 오동나무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그들의 차가운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성매매여성이든 폐지 줍는 홀몸어르신이든 누구든 그 존재만으로도 귀하고 아름답다고 그리하여 존중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이야기한다.지역주민을 위한 지역사업을 구청의 지원을 받아 펼치기도 하고,‘바하밥집’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노숙자 무료 급식소를 위한 후원활동은 늘 하고 있는 상시 활동이다. 생필품(비누,샴푸,수건, 등등)과 남성 의류를 모아서 전달하는 일이다.많은 약사들의 관심과 지원으로 아주 활발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칠 전에도 시흥시 약사의 아는 분께서 깔끔하게 정리한 남성의류가 세 박스를 보내주셨다. ‘건강한 약국’ 바로 옆에 약국크기 만한 창고가 있어서 많은 물품보관이 가능하다.

   
▲집창촌인 미아리텍사스에서도 사람들의 온기와 관심은 소중했다

약사가운은 나에게 '행복'을 주었다

몹시 더웠던 지난여름에는 ‘미혼모 돕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꽤 많은 유아용품과 의류 그리고 후원금이 모였다.미혼모의 집에 에어컨을 놓아주었고, 아기의 분유와 기저귀를 몇 달 치 후원하였다.어둠만 가득했던 자신의 삶에 햇살이 비춰졌다면서 아이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아기엄마는 이야기했지만 그녀와 그녀의 이쁜 딸이 걸어갈 길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늘 고민 중이다. 어떻게 이 모녀를 도와줄 수 있을까. 그녀는 루프스 질환을 앓고 있다.약국을 운영하고 약사로서 일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살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이다.앞으로 나에게 남은 삶이 얼마나 일 지 알 수 없으나 내가 호흡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 누군가에게 통로의 역할을 하고 싶다.물이 흐르지 않아, 사랑이 흐르지 않아, 관심이 흐르지 않아 갈라져버린 마음 밭에 조금이라도 물길을 흐르게 하여, 아직은 이세상이 살 만한 곳임을 어깨가 무거운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자기다움, 자존감 향상을 책으로  돕는 사회복지사 이미선 약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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