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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피로회복제는 ‘환자의 믿음’나를 믿고 있는 환자 때문에 좋은 약사가 된다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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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2  09: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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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주 약사.작가 이력

1989년 서울대 농과대학 입학

1994년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1995년 새생명약국(인천부평)

2008년 사이버대학 법학과 수료

2009년 제51회 사법시험 1차 합격

2018년 1월 아파도괜찮아 출간

2018년 4월 유튜브채널 ‘진약사톡’으로 고객과 일반국민과 소통

현재 성은약국(경기안산)

   
▲유튜브채널'진약사톡'으로 일반국민과 소통하는 진정주 작가(사진)

다 타서 재가 된 기분이야.

몇 해 전 5월 어느 날의 일기에 써 놓은 말이다. 아무리 힘을 내려고 해도 스물스물 삭아드는 몸과 맘이, 열정만으로 달려온 지난날의 훈장인지 모르지만 대책이 절실했다. 한 가지 희망스런 이야기는 자동차와 비행기가 다른 연료를 쓴다는 것, 말하자면 지금 나는 연료를 교체 중이라는 거다. 지난 20년간 나를 지탱해준 열정이 이제 중년의 나이에 맞는 깊이로 변화해가는 중이라면 타버린 재가 된 느낌도 나쁘기만은 않은 과정일 것이다.

 

그 즈음 약국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처방조제전문으로 운영하던 약국을 14년 만에 접고 이사를 했다. 그 전에는 비타민요법 전문약국으로 3년을 몰입하였고 한약조제도 잠깐 했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원점인데 다시 많은 권리금을 주고 조제만 하는 층약국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10년이 넘게 매일 처방전 속에 묻혀 정확한 기계가 되어야 했던 생활이 떠오르자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건 아니지. 뭔가 나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여유 있게 약사로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이다.

처방조제를 하지만 약사로서 내 영역을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의 응원과 신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에서 고객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에서 연루되니 결국 신뢰의 문제가 된다.

지금 약국과 약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느 정도의 긍정일까. 신뢰는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고지혈증 약을 먹으면서 만성적으로 근육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코큐텐을 권하는 것조차 쉽지는 않다. 뭔가 권하기만 하면 ‘팔려고 저러는 구나’하고 물러서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차가운 벽을 느낀다. 이럴 때 무슨 마술이라도 부려서 사람들의 방어벽을 허물 수 있다면 우리 노동의 어려움 중 9할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복약지도도 결국 내가 인정받는 약사일 때 자연스럽고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살펴보니 믿음이 가는 약사라는 생각은 약국 문을 들어서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운 좋게 어쩌다 그런 착한 사람을 만난다면 약사는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들어 그를 도울 수 있고 소통의 기쁨은 우리에게는 매출로, 그들에게는 만족과 기쁨으로 남을 것이다. 반대로 약국이 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처방전 조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들르는 곳이 되면 슬픈 일이다. 차가운 유리벽으로 무장한 그들을 단 몇 마디에 녹일 방법이 어디 있을까?

약사를 살리는 방법 어디 없나

처방약이 의사의 영역이라면 일반약은 약사의 영역이다.(물론 모든 약은 약사가 전문가이지만 여기서는 약의 결정권만 놓고 말하기로 한다) 그러면 비타민 건강식품은 우리와 상관이 없을까. 적어도 지금, 약사가 국민의 건강지킴이라고 자부하려면 비타민과 건강식품을 외면할 수가 없어진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마다 지하철에 앉아서도 건강정보 검색중이다. 근육 떨림에 마그네슘이 좋다는데 어떤 음식에 많이 들었는지 무슨 제품을 먹어야 하는지 약사에게 물어보기보다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정보를 얻는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을 약국 약사에게 보이며 같은 제품을 지명하는 사람도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들이 처방전 확보에 몰입한 동안 사람들은 건강정보에 목말랐고 비전문가인 방문판매원이나 무분별한 SNS를 통해 약국 제품은 합성이라서 먹지 못한다느니, 질이 떨어진다, 혹은 비싸다는 등의 말들이 진리로 고착된 것 같다. 이 풍토 속에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일반약이 약국 외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지키는 것만큼 비타민 건강식품의 전문가로서 우리 이미지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다가갈 것은 정보와 지식이다. 다행히 모든 약사님들이 이 부분에 강자이기도 하다. 단지 다가가는 방법이 세련되고 다양해지면 되는 것 아닐까. 우리 속의 지식을 어떻게 펼쳐 보이느냐가 관건인 사안이다.

 

세련된 접근법이란 상대방의 입장을 얼마나 헤아리느냐에 달린 것 같다. 매일 점심을 사먹어야 하는 직장인에게 맛있는 밥집은 왜 그리 귀한지. 그런데 식당주인은 손님이 없어 시름이다. 자기 음식에 어떤 미흡한 점이 있는지는 관심 밖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약국도 약사입장에서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드문데 일반인은 믿을 만한 약사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처방전 외에 일반약과 비타민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나에게 그 세련된 접근이 무엇인지는 생업적 고민이었다. 시내버스 광고는 해 보았지만 실패였다. 역시 약국은 광고랑 친하지 않은가.

힘든 중에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관찰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가끔 지치면 이러다가 나만 낙오되는 것 아닌가 답답해지기도 하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여기 몇 가지 내가 시도했던 방법들, 지금도 효과를 자부하는 예를 소개해 본다.

약사를 위해 말해주는 광고판-POP

어느 약국에나 있지만 약사의 말을 믿음직하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되는 것, POP였다. 다만 여기 저기 덕지덕지 붙인 형태보다는 상담하는 매대 위에 간략하게 몇 자로 요약하여 붙인 것이 상담의 효과를 올리는 데 유용한 것 같았다.

 

나는 약물로 인해 비타민 손실이 있다는 내용을 ‘비타민 도둑들’이라고 표기하여 매대 위에 부착해 두고 짚어가며 설명하는 방법이 좋았다. 그 몇 자 안 되는 글이 내 말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된 듯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것이 나는 너무 신기했다. POP도 내가 만들어 붙인 것인데 어떻게 내 말을 증명하는 제 3자의 증거같이 다가갈까. 아로나민 골드 광고를 일동제약에서 만들어 돈을 주고 방송하는데 사람들은 마치 방송국에서 객관적 자료로 내 보내는 다큐 쯤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리석은 게 사람 마음이라고 혀를 찰 수도 없다. 만약 화장품 광고라면 그 사람들 중에 나도 있을 테니.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 여성들의 질염 치료, 면역력이 떨어지면 나타나는 증상들..’

몇 사례 경험하다 보니 우리 약국 매대가 빈틈없이 POP로 채워져 있었다.

POP가 모여서 책이 되다

어릴 때부터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좋아하면 결실이 있는 것인지

나는 POP로 만족하지 않고 그 내용에 살을 붙여 책을 내 보기로 했다. 약국 경력 20년을 모아 그 동안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약사로서 내 놓을 것은 어떤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약국에서 환자들, 고객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설명을 다 담아보아야겠다는 결심이 컸다.

 

이런 결심을 한 데는 나름의 아픈 경험들이 축적된 까닭이다. 언젠가 저녁 시간에 젊은 엄마에게 기응환을 준 적이 있었다. 아이가 밤이면 놀라서 울고 보챈다고 하기에 권한 것인데 그 여인, 의심스러운 듯 약 포장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말인즉, 원인도 모르는데 아이를 진정시키면 어떻게 하냐고. 나중에 알고 보니 젊은 엄마들 사이에 유명한 아이 키우기에 관한 책이 있는데 기응환을 먹지 못할 약으로 강조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여인에게 어이없이 당한 나는 어린이 치과에서 수면치료할 때 쓰는 약이 무슨 약인지는 알고 계신지 되받고 싶었지만 벌써 당사자는 가벼렸으니 속만 탔다.

기응환 유사사건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남편과 부부동반 모임에 가면 여자들끼리 모여 나누는 단골메뉴는 건강에 좋은 음식, 무슨 식품이 최근에 뭐에 좋은지 하는 이야기지만 그 가십 속에 나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럴 때 의사라면 다르게 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들의 관심, 그들이 나에게 질문한 것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한 챕터를 만들기도 했다. 약국 카운터에서 마주 선 손님에게 말을 한다면 버스 놓칠까 엉덩이 빼거나, 물어봐 놓고 대답에 관심이 없는 그의 눈빛조차 신경 써야 하겠지만 책이라면 길수록 좋은 것이었다. 나는 내가 만든 종이 무대 위에 마음껏 약사로서의 내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누가 내 책을 읽어 주겠어?’

‘박사학위도 없는데 비웃지 않을까.’

‘책을 낸다고 돈만 쓰고 남는 게 있겠어?’

이런 비난은 모두 내 안에서 나왔다.

‘뭐 어때? 그냥 하는 거지.’

1년간 쉼 없이 속삭거리는 안티의 음성에 나는 매번 이렇게 답했다.

 

책에 대한 제일 큰 바람은 약사로서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면 신바람 나게, 편하게 약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 때로는 어리석은 믿음이 집념이 되는 것 같다.

 

수고 끝에 ‘아파도 괜찮아’ 책이 나왔고 보람도 있었다.

 

어느 날, 먼 데서 나를 일부러 찾아온 손님에게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니 책보고 왔단다. 어떻게 내 책을 보았을까 했더니 도서관이란다. 산본과 목감 도서관 그 외에도 몇 군데 있나보다. 약국 밖에서 약사에 대한 열린 마음이 만들어 지는 비밀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2018년 1월 발간된 진정주 작가의 저서 '아파도 괜찮아 책 이미지(사진)

유튜브는 어때?

오래 전에 TV드라마 ‘동의보감 허준’이 인기리에 방영될 때 전국의 한의원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현실의 인물도 아니고, 역사 속 위인에게 허구를 더했건만 사람들에게 미친 신뢰의 파장은 대단했었다. 오늘 우리에게 그런 이미지 메이킹을 해줄 스타 약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사라는 직종이 얼마나 국민에게 필요한지, 우리 약사들이 가까이 있음이 큰 축복이라는 것을 알려줄 모델 같은 인물. 기왕이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면 더 좋을 것이다. 도덕성과 실력과 봉사정신을 갖춘 멋진 약사들 말이다. 생각은 그럴 듯하지만 그런 일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매일 하루 일과를 마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책이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유튜브를 시작했다. 망신살이 뻗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책이 나오고 나니 조금 더 담대해졌던 것 같다. 무슨 카메라로 무슨 내용으로 제작을 할 것인지 특히나 기계나 장비에 취약한 내 습성상 넘어야 할 산은 많았는데 도와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고심하고 두리번거리다가 한 달 만에 유튜브 첫 영상을 제작해서 띄울 수 있었다.

제목은 ‘카페인 없는 진통제가 좋을까’

만족스럽지 않았고 지금도 조회수가 형편없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개인적으로 성취감은 아주 컸다. 할 수 있구나. 계속 해보자. 영상 50편을 목표로 지금

5개월째 활동 중인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제까지 내가 시도해본 모든 도전 중에 가장 성과가 크다는 것이다. 오매불망 원하던 약사로서의 내 자리,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이 사회에서 기여하는 약사이고 싶은 그것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사람들을 위해 영상 만드신 것이 느껴져서 믿음이 갑니다.”

오늘 어떤 분이 올린 댓글이 이랬다. 이 분은 나를 믿고 계신 것이다. 믿음은 또 나를 그렇게 만들어 간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는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신뢰가 약사들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된다면 우리들의 소원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원하는 성분명 처방, 의약품과 국민 건강 전반에 대한 전문가로서 약사의 위상..

내가 책을 냈을 때, 그리고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크게 격려해 주신 부천 동이약국 이 만형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주민의 고민과 걱정을 같이 하겠다는 진정주 작가 모습(사진)

“약사 중에 스타가 많이 나와야지요.”

젊은 약사님들 중에 파워 블로거도 있고 유튜버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이런 생경한 영역이 아니더라도 당장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봉사정신으로 좋은 약사상을 만드는 길들은 많을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우리의 입장보다 일반인의 입장에 선 세련된 접근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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