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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혈관연구하다 '역발상'떠올려호암의학상 수상, 고규영IBS 혈관연구단장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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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0  11: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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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는 나쁜 세포입니다. 그냥 제거하려고만 했죠. 암세포를 뜯어서 관찰하다 보니 이놈을 순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980년대 의대를 졸업하면 대부분 환자를 돌보는 임상의를 선택했다. 고 단장은 의사 500~1000명 중 1명이 선택할까 말까 하는 기초과학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는 "세포와 모세혈관 사진을 찍으며 인체의 신비를 보고 있으면 내가 그린 그림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며 "못다 한 꿈을 현미경 사진으로 이뤘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호암재단이 시상하는 제28회 호암상 시상식에서 호암 의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자 등 국내외 저명한 석학 자문단과 심사위원회는 고 단장의 연구 성과에 대해 "암혈관을 없애는 기존 치료법 대신 오히려 정상화시키는 역발상으로 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고 단장은 암세포에 있는 혈관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암세포를 떼어내거나 제거하는 현 치료법이 더 이상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다.

   
▲20년간의 혈관연구로 암혈관 없애는 기존방식 넘은 28회 호암의학상 수상자 고규영 교수(사진)


그는 "암세포의 성질, 특성 등 기초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암혈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암세포에 혈관이 큰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근육·기관은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얻는다. 암세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암세포에 있는 암혈관은 일반 혈관과는 달리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암세포는 결국 극심한 저산소 상태에 놓인다.

이때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일탈`을 택한다. 성장을 위한 다양한 인자를 분비하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이를 막기 위해 암세포가 주변에 혈관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혈관신생 억제제`라는 약물도 개발됐지만 일부 암에 대해서만 효과를 보여 한계가 있었다.

고 단장은 "혈관을 정상화시키면 약물도 잘 전달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세포가 순화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고 단장 연구진은 2016년 쥐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암에 걸린 쥐의 암혈관을 정상화시키자 종양 크기는 40% 감소하고 평균 생존 기간도 42%나 증가했다.

고 단장은 "마치 불량 청소년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듯, 나쁜 암세포의 혈관을 정상화시켜 산소와 영양분을 주자 암세포가 순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혈관이 정상 혈관과 같은 기능을 하게 되면 약물이 암세포에 잘 스며들면서 치료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 기존 약물과 암혈관을 정상화시키는 항체를 함께 치료에 이용하면 기존 약물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 현재 함께 연구했던 연구진이 미국과 한국에 벤처회사를 차리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방식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패혈증과 녹내장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고 단장은 "패혈증에 걸리면 세균이 혈관을 제일 먼저 망가뜨리면서 혈액이 누출되고 결국 위험해질 수 있다"며 "혈관을 정상화시키면 이 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이 같은 연구 성과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발견한 `역발상`이라기보다는 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를 했기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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