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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약국은 건강정보 '소통정거장’시인약사, 이시훈의 눈으로 바라본 약국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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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9  11: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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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의 아침을 열다

아침의 햇빛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바닥에 ‘약’이라는 글자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여러 개의 십자 모양의 그림자와 ‘약’이라는 글자가 겹쳐져서 바닥에 근사한 문양 같이 보이기도 한다. 오늘도 다나아 약국의 하루는 햇살과 스며드는 바람과 냄새와 소리들과 함께 시작된다. 늘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매일의 새로움을 기대하면서..

젊은 환자들은 바쁘다

문이 열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어서 오세요”를 외치는 상냥한 직원 아가씨의 목소리와 고객들의 수런거림이 약국을 채우고 있는 동안 약사는 조제에 열중하고 있다. 빠른 동작으로 여러건의 조제를 마치고 투약을 하기 위해 나온 약사는 언제나 비슷한 광경을 보게된다.

기다리는 동안 신문을 읽거나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두손을 공손히 모으고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개님~ 약사의 호명에 다가오는 이번 고객분도 전화기에서 손과 눈을 떼지 못한채 약봉투를 집어갈 뿐이다. 약에 대한 설명을 하려하자 아, 약봉투에 있는 설명 볼게요.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몇 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이약사의 표정이 서먹해진다.

요즘은 약봉투에 칼라로 약 사진과 약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나와 있고, 부족한 설명이나 궁금증은 핸드폰을 이용해서 찾아내고 있는 실정이라 대부분의 젊은층 고객들은 약사와 대화를 하거나 눈을 맞추기조차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한정된 약국속에서도 사람과 시를 사랑하는 이시훈 약사(사진)

약명과 약명의 행간을 읽어주는 약사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가끔 읽다보면 미래에 없어질 직업중에 약사라는 직업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거나, 하루에 세 번 식후에 복용하라는 말을 듣기위해 약국에 가야하는가, 고객이 지정하는 일반약을 찾아주는 단순 판매자로의 역할에 대한 맹비난이 댓글에 가득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의 이약사는 가슴이 철렁해지곤 한다.

이약사는 의약분업 이전부터 약국을 경영해 왔기에 많은 변화에 익숙해져 왔다. 처음 약국을 개업했을 때는 동네에서 가장 인적이 붐비는 곳에 개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약국은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특별한 용무가 없어도 매일 들려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들이 많았다.

그곳에 모이는 몇 명의 특별단골들을 통해서 동네 사정과 온갖 정보들이 입수되곤 했다. 젊은 약사에게 그러한 분위기는 귀찮을 때가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김치를 담아다 주던 분들이나 가정의 대소사를 공유하던 것이 그만큼 약사의 존재감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약을 조제하는 권한이 약사에게 있다 보니 긴 근무 시간에도 틈만 나면 온갖 강의를 찾아다니고 특별한 비방이 있다고 소문난 약사님들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환자와의 상담도 꽤나 폭넓고 깊게 이루어져야 제대로 약을 지을 수 있기에 환자와 친밀감이 형성되었던 것 같다. 가끔 자신이 조제한 약을 통해 큰 효과를 보는 환자를 만나면 그 기쁨과 자신감이 모든 피로를 잊게 하곤 했다.

의약분업 초기 이약사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를 배우고 처방전에 적응하기 위해 고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과의 관계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긴 시간이었지만 많은 변화들에 적응하다 보니 세월은 훌쩍 지났고 이제는 영화에서 보던 인공지능과 대면해야 하기까지 이르렀다.

약봉투를 가지고 나가던 손님이 다시 돌아와 약사에게 봉투를 내민다. “여기 설명된 거 보니까 지금 제 증상에 맞는 약이 아닌거 같은데요?” 그제야 약사는 손님에게 이것저것 묻고 처방전을 유심히 보다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약에는 이렇게 간략하게 도식화된 효능 외에도 여러 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효능도 있고, 다른 약과 병용했을 때 다른 효과를 발현하기도 한답니다. 심지어 부작용을 이용해 환자의 증상에 적용시키는 경우도 많아요. 한참 설명을 하다보니 약사의 마음에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뭐랄까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에 대한 당위성을 찾았다는... 생각해보니 그동안 처리해온 수많은 처방전들에는 글을 읽을 때 행간이 있듯이 짧은 약명과 약명 사이에 큰 행간이 있다. 그 행간을 읽고 분석해서 환자에게 전해주는 일이 나의 역할이구나 ! 인공지능에 엄청난 정보와 데이터를 입력해서 약사의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이 할 수 없는 능력의 빈공간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그러한 세상이 오려면 아직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 나의 세대가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젊고 긴 미래가 있는 후배 약사들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건강정보 복덕방, 대한민국 약국

인터넷에 장차 없어질 직업군에 약사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각종 노인 심리, 건강, 사회적응 등을 돕는 상담사와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영양상담사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동안 자신이 오랜 시간 약국에서 해온 일들 중 많은 부분이 겹치고 있지 않은가 ! 약국 내부를 돌아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대에 새롭게 올라오고 있다. 예전에는 생각도 안했던 분야의 지식과 정보도 습득해야했기에 더욱 부지런해지고 있는 약사들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끼는 적도 많다. 화장품, 미용기구, 운동에 도움이 되는 작은 기구들, 자세교정이나 보호를 위한 제품들, 각종 건강식품들, 유기농 차와 소금, 설탕... 심신에 안정감을 주는 아로마까지... 자신이 경영하는 작은 약국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많은 것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자신은 이 모든 분야를 통합해서 연결하고 약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환자의 건강을 상승시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투약을 하면서 건넨 짧은 격려나 공감의 표현들이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어온 경험도 많았다. 이약 드시면 좋아지실 거에요. 앞으로 점점 더 건강해지실 거에요. 더불어 모든 일들도 좋아지겠죠.... 약외에도 피부 미용, 다이어트등의 상담을 위해 권유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도 많았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데 도움이 되는 일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도 치유되는 경험, 미래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토론등이 약국에서 다 일어난 일이다.

여러 고객들을 대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다른 고객들과 나눈 일도 많았으니 약국은 실로 정보 복덕방이 아니었나 싶다.

미래약국의 덕목, 소통을 통한 종합적인 판단력

바쁜 하루를 마감하고 약국 문을 나서니 상쾌한 저녁 바람과 거리의 불빛들이 반갑다.

나의 세대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세대가 이거리를 움직이겠지. 그 때는 건물들도 더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매연이 최소화된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어서 더 맑은 공기를 마시고 더 밝은 별빛을 바라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바란다. 그 때의 약국은 어떤 형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 약사의 상상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전해도 인간의 몸과 정신은 기계와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기에 정의감을 실현하려는 의지와 감정을 성숙시키려는 의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약사는 소통을 통한 종합적인 판단이 탁월한 직능을 갖게 될 것이다. 인공 지능이 조제를 훌륭하게 완성하고 있는 동안 고객과 건강에 대한 통괄적인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부분의 상담을 할 수 있는 존경 받는 직업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더 전문화된 분야의 약사들이 배출되어서 약국도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을 것이고, 인공지능의 활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모임이 많이 생기게 되겠지.

앞으로 가장 실용적으로 각광 받고 필요한 직업군의 상위권에 약사가 포함될 것이 분명하다는 꿈에 이약사의 하루는 즐거워졌다. 내일은 어떤 새로운 일을 맞게 될지 기대하면서..

이시훈 약사 약력

1981년 동덕여대 약학과 졸업-제약회사 연구실 근무-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일산에서 현업약사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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