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안전상비약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참여는 표결처리가 아닌 합의를 통한 결론 도출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 조찬휘 대한약사회장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지난 15일 대한약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약사회 출입기자단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약사회 현안 대응 방안 및 향후 계획을 밝혔다.

최근 약사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의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추진과 관련해서 약사회는 7만 약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약국이 문을 닫는 휴일 및 야간시간에만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도록 하는 판매시간 제한 입법, 당번약국 법제화, 안전상비약 판매업소 점주 및 종업원에 대한 정기교육 시행 등을 복지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조찬휘 회장은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편의점 상비약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 부작용, 오남용 등과 같은 문제는 오직 약사회에서만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며 “약국이 문을 연 시간에도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하도록 한 것은 모순이며 약사직능을 무시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 회장은 “지정심의위원회가 표결 처리를 지양하고 합의로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약속한다면 향후 회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면서 “만약 회의에 참여하게 된다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지부장 회의 등을 통해 도출된 우리의 입장을 잘 준비해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복지부에 관련 사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약정협의체'를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당장 하기에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기 때문인지 확답을 받지는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약사회 대표로 지정심의위원회에 참석했던 강봉윤 정책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전했다. 강 정책위원장은 “지정심의원회를 해체하고 약정협의체를 구성해 편의점 상비약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약사회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만약 지정심의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편의점 품목 확대 문제를 다루게 된다면 표결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이 전제돼야 참여할 생각”이라며 “공개회의를 제안할 생각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공개해 검증 받고 논리적인 논쟁을 통해 합당한 결론을 도출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의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 운영 방식에 대한 약사회의 공식적인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약사회는 약준모의 개별적인 후원과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은 약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운영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공중보건의사제도처럼 공중보건약사제도를 도입하고 접근성이 높은 전국의 보건소를 활용해 공공심야약국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강 정책위원장은 “약준모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공심야약국이 약사직능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약사회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공공심야약국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및 성분명처방 제도화를 위한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조 회장은 “성분명처방 제도화는 우리의 숙원사업이다. 성분명처방을 제도화한 유럽을 보면 동일성분조제부터 시작해 약 5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동일성분조제 조차도 미진한 상태다. 이 부분부터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결국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정책위원장은 “성분명처방제도화특별위원회를 4개 팀으로 구성하고, 매월 정례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및 성분명처방 제도화를 위해 신중하고 차분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회장은 올해가 회장으로서 회무 마지막 해라고 강조하며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3선 도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앞서가는 약사회, 회원이 행복한 약사회‘를 올해 회무 지향점으로 삼아 약사사회를 둘러싼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약사연수비 횡령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서 이 문제를 두고 약사회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면서도 “향후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법의 결정에 따라 유죄가 된다면 깨끗하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인춘 홍보 담당 부회장, 강봉윤 정책위원장, 이모세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 김영희 홍보위원장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