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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섭 종원종로약국장“진지한 고민 통한 약국경영철학 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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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5  06: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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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고민 통한 약국경영철학 정립 필요”

“진심·정성·소통이 있는 약국에 사람이 몰린다“

 

   
▲ 안홍섭 종원종로약국장

현재 가장 뜨거운 영화 중 하나는 ‘군함도’다. 인터넷 평점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기다려 오던 참이라 극장에 갔다. 왜 사람들의 평가가 비슷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분명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하지만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했다. 나는 영화에 조회가 깊지 않지만 내 생각에는 관객과의 소통 부분과 관객에게 전달된 영화의 진심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약국의 미래와 약사의 역할에 대해 어떤 글을 써야 할까 하는 생각 중에 영화를 봤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경력이 길지 않고 약사로서 배울 점이 아직 많다. 약국 오픈을 하고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에 치여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말로 그랬던 것이 작년에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약국경영대상’ 행사 때 심사위원의 질문에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었다. “약국을 인수한 후로 처방과 일반약 매출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증가하였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약국 경영의 노하우와 약사로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약국을 운영하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내 머리 속의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도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입에서 툭 튀어나온 대답은 “주차가 쉬어서 그렇습니다. 양쪽 길가에 차를 대어도 차량 통행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였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창피하다.

나는 약사로서 정말 고객들을 위해 매일 노력했다고 자신한다. 그렇지만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고, 순간순간의 행동이었을 뿐 깊은 철학으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약사로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근래에 약사회 활동, 의약품 안전사용 강의, 프리셉터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그러한 생각들이 정리 되어가는 느낌이다. 약사로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가지는 바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 ‘돌보고자 하는 성의’이다.

지난 휴가 때 방문했던 식당에서의 이야기다. 관광지인 만큼 여러 체인 음식점들이 많았지만 입구에 화분들이 예쁘게 놓여있던 식당이 끌렸다. 아이 둘을 포함해 네 명이 갔는데 많이 시장하지는 않아서 볶음밥 하나, 돈가스 하나를 주문했다. 그런데 식사 전 먹음직스러운 스프가 가득 담긴 접시를 네 명 모두에게 주었다. 별거 아니라 여길 수 있지만 나는 두 가지를 느꼈다. 식당을 찾은 우리 가족이 즐거운 식사를 하기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과 직원의 적극적인 정성이었다. 젊은 알바생으로 보였던 그가 주문은 2인분이지만 가족들 네 명이 왔다고 주방에 전달했던 것이다. 조그마한 배려였지만 그 날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진심이 주는 힘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부모님이 해주신 음식이다. 나는 6년 전 오픈한 이래로 하루도 어기지 않고 365일 밤 12시까지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근무약사님들과 돌아가면서 일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 일에 지치고 마음 답답한 일이 있으면 부모님 댁에 간다. 가까워서 자주 찾아뵐 수 있는데 사실 잘 안 된다. 엄마는 안 바쁘면 밥이나 먹고 가라면서 국을 끓여 주신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그 국을 먹으면 내가 보호받는 느낌이 들고 마음이 울컥해진다. 국은 특별하지 않지만 어머님의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국에 특별한 마법을 걸었나 보다.

나는 약사인 것이 매우 행복하다. 나의 약국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을 주고 무엇인가를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걱정을 덜고, 건강해지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약국에 오는 손님들은 더더욱 진심과 정성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밤새 끙끙 앓는 아이를 데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온 아이 엄마, 더 세심하게 진찰해주지 않는 의사들이 서운한 손님들, 약사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초등학생 한 명이 친구와 함께 놀다가 다쳐 약국에 왔다. 부모님은 직장에 계시는데 그 때 그 아이가 믿고 오는 곳은 그 동안 엄마 손을 잡고 한 번씩 왔던 동네 약국이다. 아이를 걱정해주고 안심시켜주면서 적당한 드레싱 제품으로 돌봐주면 아이와 부모님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

야간 약국을 운영하는지라 낮에는 형편상 병원도 약국도 가지 못하는 고객들이 많이 온다. 그들이 믿고 의지하는 곳은 우리 약국이다. 때로는 그들에게 꼭 병원가기를 권한다. 정말 어려웠겠지만 내 말이라면 시간을 내서 병원에 다녀온다. 일상에 쫓기는 그 고객들에게는 건강을 상담해 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 내가 진심으로 이야기를 듣지 않고 정성들여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는 매우 서글픈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약국은 문턱이 높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약국이다. 생각대로 약국을 잘 운영했는지 꼭 5시만 되면 와서 물을 먹고 가는 어린 친구들, 장을 보다가 약국에도 들려서 쑥 한 번 둘러보고 가는 주부들, 무릎 아파서 조금 쉬어간다는 어르신들, 늦은 시각까지 회식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보고 싶어서 그냥 들렸다는 아저씨, 타지에 여행가서도 약국에 전화해 어떤 약 먹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는 동네 사람들이 많다.

고객들이 약국을 이렇게 느끼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열린 자세로 약사와 소통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그런 고객들이 많을수록 약국의 건강지킴이 역할의 가치가 커진다는 것이다.

요즘 약국들은 경영적 차원에서 POS를 많이 설치한다. 나 역시 매우 도입하고 싶지만 단 한 가지 이유, 위에서 언급했던 3가지 중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유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약을 주는 동안 눈 한 번 더 마주치고, 약 케이스에 복용방법과 주의 점을 적어주기도 바쁜데, POS의 “띡” “띡” 사운드가 약사와 환자의 대화를 마무리 짓는 소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부 약사님들은 의사와 비교했을 때 약사가 직접 계산을 하는 것이 약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자존감을 낮게 한다는 의견을 말한다. 하지만 나는 바쁘지 않을 때는 직접 계산하는 것이 좋다. 소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계산까지 해주면 계산하는 동안만큼의 환자와 마주할 수 있는 몇 초의 시간이 더 허락된다.

그 짧은 순간에 환자들은 더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도 하고, 속에 담아 두었던 건강에 대한 고민을 꺼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하다못해 방금 구입한 약의 복용법을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이 짧은 시간의 기회라도 대화의 여지를 두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듯 최근 나는 약국을 운영함에 있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위해 노력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의 나를 비롯해 많은 주니어 약사들의 상황은 어떤가? 개국할 곳은 찾기 어렵고 개국 비용이 높아진 지금 이상적인 약사의 모습을 생각하거나 약국의 의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나 역시도 그랬다. 오픈하기 전에 어떤 모습의 약사가 되고 싶다. 약사로서 이러한 일을 꼭 해보고 싶다. 하는 고민은 해본 적이 없다. 근무 약사 때 첫 번 째 조건은 월급이었고, 오픈할 때도 단지 처방전 숫자가 제일 중요하였다.

부끄럽게도 내가 하는 일에서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빨리 돈 벌어서 친구보다 좋은 차를 사야지 약국을 점프해야지 하는 생각만 있었고, 친구 약사들과 대화는 항상 처방전 몇 장, 객단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어떤 약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불가였다.

시간이 지나 ‘약국경영대상’ 시상식과 서울에서 들었던 ‘약국이 교실이다’라는 강의는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고민 끝에 약사로서 나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그 후 달라진 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좋은 변화의 감정을 더 많은 약사님들이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젊은 약사들이 일하는 동안 그 의미를 찾고 약사로서의 성숙한 철학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한 시도로 지난 6월 시약사회 연수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광주광역시약사회 소속의 젊은 약사님들과 함께하는 약국경영철학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다. 부천에서 365일 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유곤 약사님과 ‘약국이 교실이다’라는 프로그램으로 교육장소로서의 약국을 강조하고 학생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성기현 약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했던 많은 약사들이 좋은 평가를 주었다. 대부분의 약사들이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약사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좋은 에너지를 받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는 후기를 남겨 주었다. 나 역시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한 순간에 그러한 철학과 소신을 갖기는 힘들겠지만 두 약사님들의 메시지에 가슴이 울렸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환자들에 대한 염려로 365일 24시간 약국을 열고 그 곳에서 가치를 찾고 있는 약사님,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장래 직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약사님의 이러한 마인드가 정말로 부자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현재 많은 약사들이 업무에 지쳐있고, 약사의 현 상황에 대한 걱정이 많다. 젊은 약사들 역시 많은 수가 자신의 일에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생각으로 하는지와 마음속에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약사 선배님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선배님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6월에 있었던 약국 경영철학 세미나처럼 소신을 가진 약사님들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젊은 약사들과 선배 약사님들이 모여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약사로서 성숙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약학대학원에서도 한 번씩 선배님들을 모셔서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인공지능이 약사를 대신할 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로봇들은 가치를 추구할 수 없고 자신들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 환자와의 진심어린 소통은 더욱 불가능하다. 약사들이 본인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환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면 그 진심이 고객들에게 통할 것이고 기계가 약사를 대체하려 한다 해도 그 기계는 결코 사람들의 선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약사가 더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수단에 불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고의 재료와 조리법으로 로봇이 아무리 훌륭히 요리를 한다하더라도 그건 결코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흉내 낼 수 없다. 나는 오늘도 사람들에게 나눠줄 사랑의 마음을 듬뿍 품고 약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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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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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약사로서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낀 부분들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잘 담아내었네요 안약사님 광주에서 정말 큰 일들을 이루어 나가고 계시네요 힘내세요!
(2017-09-27 16:06:09)
김유곤
훌륭해요...6월에 만났을때 보다..더욱더 의미있는 약사상을 정립해가는모습 보니 기뻐요..안약사 화이팅^^
(2017-09-26 10:10:14)
ㅇㅅㅇ
뜻깊은 말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약국계의 든든한 짱짱맨이세요 ㅡㅁㅡb!!
(2017-09-25 13: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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