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대의원 398명 중 26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던 조찬휘 회장 불신임안이 180표 찬성을 얻는데 그쳐 부결됐다. 함께 상정된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가처분안은 가결됐다.

대한약사회는 18일 오후 2시 대한약사회관 4층 동아홀에서 2017년도 제2차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회장 불신임안, 회장 사퇴권고안,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안 등 3개 안건이 상정된 이번 임시총회는 총 재적 대의원 398명 중 참석 298명, 위임 35명, 총 333명으로 성원됐다.

▲ 대한약사회는 18일 오후 2시 대한약사회관 4층 동아홀에서 2017년도 제2차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문재빈 총회의장은 개회사에서 “반가운 마음이 아닌 착잡한 마음으로 대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게 돼 기분이 묘하다”면서 “불미스런 일로 대의원들을 부르게 돼 총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 오늘 임시총회에서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조찬휘 대한약사회장

조찬휘 회장은 인사말에서 “서면으로 대의원들에게 현 상황은 소상히 전해 드렸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는 30여년 회직 생활을 마감하는 마음으로 소회를 전하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 회장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 약사회의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저 때문에 갈등이 조장되고 약사회가 혼란스러워 졌으니 제가 얼마나 미우시겠냐”며 “여러분 앞에 설 용기도 자신감도 잃었다”고 현재 심경을 전했다.

조 회장은 “신축약사회관 문제에 대해 처음에는 큰 잘못인지 몰라 약사회 발전을 위해 제가 선의로 한 마음을 방패막이로 썼다”며 “30년간 약사회무 봉직해온 것이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모두 물거품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착잡한 마음을 밝혔다.

조 회장은 “지금은 여러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저의 아둔함에 후회를 하고 있다. ‘후회막심’ 이 네 글자가 지금 답답한 제 심정을 대변한다”면서 “정말 잘못했고 죄송하다. 공인으로서 품격을 지키고, 가려야 할 것을 가리지 못한 부분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 회장은 “여러 의혹이 제기되며 저는 부도덕하고 부정한 인물이 됐고, 무수한 비난과 발길질이 쇄도하고 있지만 이 상황은 제가 감수해야 하는 벌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대로 치욕스런 회장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한 순간의 실수로 30년 공직생활을 모두 송두리째 부정당할 수는 없다. 제게 약간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변명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대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조 회장은 “공적인 자리에서 제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 죄송하고, 대의원들에게 저의 모든 운명을 맡기겠다”며 “다만 저의 처와 자식에게 부끄러운 애비로 남고 싶지 않다. 저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 불쌍한 부분도 살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안건 상정에 앞서 집행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프리젠테이션 요청을 했으나 참석 대의원 과반 이상이 거부의사를 표시해 무산됐다. 다만 양덕숙 원장이 건축사무소에 지급한 3천만원 입·출금 영수증은 총회 현장에서 감사단이 확인했다.

문재빈 총회의장은 회장 불신임안, 회장 사퇴권고안,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안 등 3개의 상정 안건에 대한 찬반 토론을 각 안건마다 찬성, 반대 각 2명씩으로 제한하는 것이 어떤지 대의원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회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아울러 임시총회가 성원이 됐지만 표결을 앞두고 다시 진행되는 인원 확인 과정에서 266명 이하가 될 경우 불신임안 안건이 불상정 될 수 있다는 점을 대의원들에게 상기 시키고, 오늘 임시총회가 역사적인 순간인 만큼 자리를 꼭 지켜 표결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한동주 대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각 안건마다 투표를 진행하면 시간이 너무 소요된다며 안건 일괄상정, 동시투표를 제안했고 참석 대의원 과반 이상(182명)이 찬성해 안건 일괄상정, 동시투표가 결정됐다.

▲ 표결에 참여하고 있는 대의원들

안건 토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찬반 입장에서 선 대의원들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토론 후 진행된 투표에는 기존 총회와 달리 대의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며 총 291명의 대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개표 결과 266명 이상의 대의원 동의가 필요했던 회장 불신임안은 찬성 180표, 반대 119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총 151명의 찬성표가 필요했던 회장 사퇴권고안과 회장직무정지가처분안은 각각 191표(반대 106표), 170표(반대 127표, 무효 4표)를 얻어 가결됐다.

조찬휘 회장은 개표 이후 “불신임안을 부결해 주셔서 감사하다. 가결된 2호, 3호 안건은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겠다”며 2개의 안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현재 검찰조사 받고 있는데 사퇴 권고까지 이중 형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검찰조사에서 유무죄가 밝혀지면 향후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찬휘 회장이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가처분안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찬반 입장에 선 대의원들의 발언이 쏟아지며 총회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대의원들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계속되자 박호연 감사는 발언권을 얻어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가처분안 총회 상정 과정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후 최종석 경남 대의원이 긴급동의안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발의를 요청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됐다. 조찬휘 회장의 불신임안을 찬성했던 대의원들은 직무정지가처분안이 임시총회에서 가결이 된만큼 비상대책위원회를 총회의장이 주도해서 구성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문재빈 총회의장은 “대의원들의 의견이 맞다. 비대위 구성을 추진하겠다“며 ”의장단과 감사단 주축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총회의장은 임시총회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임시총회를 약사회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 젊은 약사들이 어떻게 볼까 굉장히 두렵다”며 “조찬휘 회장과 대화를 통해 약사회가 분열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