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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특임교수‘성분명 처방’, 건보재정 건전화 위해 선택 아닌 ‘필수’
이효인 기자  |  pharmlhi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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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08: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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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건보재정 건전화 위해 선택 아닌 ‘필수’

“직능이기주의 버리고 국민건강 목표로 약사·의사 상생 모색해야”
 

   
▲ 박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특임교수

미국 유학시절, 누리지 못하는 순간에서야 그 소중함을 깨달았던 것 가운데 가장 절실했던 것은 바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였다. Health policy를 배우는 수업시간마다 바람직한 예를 들기 위해 단골로 등장하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비록 부분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은 존재하지만 매우 비용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본보기로 소개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급격한 지출증가로 인해 매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달 전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추계 결과를 보면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2025년까지 연평균 8.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부터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구조로 돌아서게 된다(김용하,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급격한 지출 증가 막을 방안 찾아야], 2017-3-21, 한국경제). 따라서 건강보험제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지출의 최소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의 동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 ‘한국경제‘ 악화되는 건강보험재정, 급격한 지출 증가 막을 방안 찾아야(2017-3-21)

우리나라의 약제비 증가율은 2005년까지 총 진료비의 증가율을 상회했으나, 2006년 약제비 적정화방안 발표 이후 약간 하회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10%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약제비 증가로 인해 보험재정에 미치는 부담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 진료비 가운데 높은 약품비 비중은 약값에 대한 국민 부담을 늘이고, 급속한 고령화 현상과 함께 국민건강보험의 주요 재정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한국조세연구원, [분야별 재정효율화 방안 연구: 보건 〮의료, 농업, R&D], 2012).

정부의 10년여에 걸친 지속적인 약제비 절감정책은 그동안 성공적이지 못했다. 특히 약품 사용량 통제와 고가약 비중 증가를 통제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사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다른 나라의 경우 약제비 지출의 효율성 증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경주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OECD의 모든 회원국은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발전을 통해 특허약보다 저렴한 약물을 제공하고, 한정된 재원을 혁신적 신약에 할당함으로써 약제비 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OECD 회원국들은 제네릭 의약품 사용의 촉진을 위한 정책을 장려하고 있다(OECD, [Policies for Health Care Systems when Money is Tight], 2010).

   

▲ 세계 각국의 제네릭 의약품 사용 촉진을 위한 정책

윗 표는 OECD회원국은 성분명 처방을 금지, 허용, 강제하는 국가로 보여주고 있는데,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는 나라 가운데 상당수가 성분명 처방을 유도하는 정책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성분명 처방을 허용은 하고 있지만 처방권자인 의사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다.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국가로는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독일,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위스가 있는데, 한국의 경우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고는 있으나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다. 2014년 전체 의료지출 가운데 상품명 처방을 강제한 7개국과, 한국의 약제비 지출을 %로 나타낸 그림은 다음과 같다.

   

▲ ‘OECD’ Pharmaceutical spending; total, % of health spending, 2014

한국의 경우 성분명 처방을 강제한 나라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높지 않은 약가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약제비 지출을 보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의 강제화와 같은 적극적 개입과 노력을 보일 경우 약제비 지출에 상당한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분명 처방은 약제비 감소와 의료비 지출의 효율화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다수의 연구결과를 통해 OECD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지되고 있는 제도이다.

지난 2009년 국립의료원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일명 [성분명 처방 시험사업]으로 시메티딘 등 20가지 성분 32개 품목을 대상으로 원하는 의사에 한해 10개월간 일부 실시되었다.

결과적으로 시범사업기간 평균 성분명 처방률은 31.76%로 대상 환자 21,975명중 6,979명이 성분명으로 처방받았다. 약제비는 4.6%의 규모로 절감되었고, 또한 성분명 처방의 경우 같은 성분의 의약품중 최고가로 조제되는 비율이 낮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조사된 환자들 가운데 약 67%가 성분명 처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분명 처방제 시행의 경우 집 근처 약국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40%로 증가했으며, 이 제도를 통해 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80%였다.

참여하는 의사 수의 절대 부족, 의사들의 적극적 반대 가운데 전면 강제로 시행된 사업이 아닌 원하는 의사에 한해 시행된 사업이었음에도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위 사업에서 제시한 결과대로 현행 약제비 지출을 4.6% 감소시킬 수 있다면 이는 상당한 규모로 보험재정 효율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다수 의사들의 반대에 있다. 제네릭 의약품의 동일성분 동일약효를 신뢰할 수 없고, 약사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약화사고가 우려되며, 국민 약제비 감소효과가 불확실할 것이라는 것이 그 요지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 약제비 감소효과는 2009년 시행사업을 통해 일부 드러났으며 더 나아가서는 OECD회원 가입국들이 대부분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거나 장려하고 있는 현실을 통해서도 확실히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동일성분 동일약효를 신뢰할 수 없어 값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을 고집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제네릭과 오리지널 간 확실한 약효의 차이가 문헌 상 존재하는 경우를 제외하여 성분명으로 처방하거나, 동등약효 확보를 위한 생동성 실험조건과 평가 강화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성분명 처방을 제지하기 위해 일부 의약품이 드러내고 있는 한계를 전체 의약품의 문제로 확장함으로, 현존하는 가장 신뢰할만한 의학적 증거들에 반하여 국민을 호도하고 의료재정의 비효율적 사용을 유도하는 편파적인 주장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사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약화사고가 우려된다는 말에는 우선 심한 유감부터 표하고 싶다. 본인이 속한 직능의 우월함이 다른 직능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권위를 폄훼함으로써 유지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악의적 비방일 뿐더러, 유치한 감정적 도발이고 그렇게까지 오리지널 약제 처방을 고집할 다른 이유가 없었나 하여 애잔한 마음이 들 뿐이다.

Evidence Based Medicine 이것이 현재 모든 임상실무에 있어 의사결정에 황금률인 가운데 대부분의 근거들이 한 방향으로 성분명 처방을 가리키고 있는 가운데 pharmacokinetics를 학과 커리큘럼 가운데 6년 동안 단 한 시간도 배울 기회조차 없었던 직능이 약의 전문가집단을 두고 전문성 부족 운운하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솟아나는 것인가.

의사와 약사는 대립해야 하는 직능이 아닌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국민건강이라는 대명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열심히 화합해야하는, 가장 가까운 전문인 집단이다. 감정적으로 대립하기 위한 선정적인 도발은 해당 전문직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생각하여 자제해야할 일이며, 어떻게 해야 서로간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고 화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하는 두 주체인 것이다.

국민건강이라는 모든 보건의료직능이 힘을 합쳐 이뤄나가야 하는 목표 아래서 재정효율화를 위해 세월을 두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인정받은 성분명 처방이라는 제도를 밥그릇 싸움으로 직능모독으로 비화시키는 행위는, 명백히 지양되어야 한다. 리베이트 등 의사의 권익이 약사로 옮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반대한다면 성분명 처방을 권익을 누리는 제도가 아닌 책임을 짊어지는 제도로 완성해나가면 될 일이며, 그 책임은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짊어지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성분명처방은 이제 그 시행을 두고 찬성과 반대를 논할 시점이 아닌, 보건재정의 악화로 인해 어떻게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의논해야하는 때에 이르렀다. 본격적 도입을 위해 2009년 국립의료원에서 시행되었던 시범사업을 보완해 좀 더 다양한 약물을 더 나은 실험환경을 조성하여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노력이나, 성분명 처방 이후 리베이트가 약사로 옮겨가는 수평 이동이 아닌 성분명 처방 자체가 가지는 순수한 약제비 절감이라는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보완책을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임을 인지하고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전체의 이득을 저버리는 것이 아닌, 큰 그림을 그려 모두가 상생하는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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